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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입문 Aug 11. 2021

동메달을 땄으면 괜찮았을까?

#정말 위기의식이 없는 걸까 #야구냉담기  #국가대표 #술마시고배구본다

어제오늘은 어쩐지 뒤통수가 따갑다.

그가 째려보고 있기 때문이다.

밤새 대기타다가 한국시리즈 티켓을 사주던 그가, 이제 한동안 야구를 보러 가지 말라고 한다.


그렇게 보지 말라고 화를 내는 건 그저 한일전에 져서가 아니다. 이번에 국가대표 야구가 메달 사냥에 실패했기 때문도 아니다. 이번 전반기에 아니 어쩌면 꾸준히 쌓아온 '부정적인 이슈'가 드디어 폭발하고 만 것이다. 이런 리그를 왜 보냐고 한다.


그들이 쌓아온 업적은 다음과 같다.

그렇게 기대했는데. 실망스러웟던 강백호…

선수들끼리 해낸 것

- 코로나 수칙 위반 및 술잔치

- 무기력한 경기력

- 아마추어만도 못한 벤치 내 태도

- 도쿄올림픽 전후로 학교폭력, 승부조작, 음주운전, 약물 복용, 마약까지


한국야구위원회 및 기타 등등 밖에서 해낸 것

- 한국야구 디지털 중계권을 크게 팔아서 짤방 금지 (유튜브 내에서 관련 콘텐츠가 안 보인다)

- 코로나 수칙 위반 덕에 리그 중지

- 범죄 이슈가 있는 선수들에 대한 너그러운 대처의 누적

강도살인, 음주 뺑소니 사건, 강간 등 성폭력, 사기, 횡령, 절도, 해외 원정 도박, 승부조작, 금지약물... 학교폭력은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범죄가 끝이 없다.



반면  배구는 달랐다. 학교폭력 이슈가 있는 두 선수를 제외하고 이뤄낸 성적이라 더 기뻤다. 게다가 근대 5종이나 배구는 여태 가보지 못한 영역에 발을 들여 본 것이 아닌가?


4위까지 가는 모든 과정이 소중했다. 모든 경기마다 그 열기가 카메라를 뚫고, 바다를 건너 전달될 정도였다. 만약 그런 분위기가 한국 야구 드림팀이라 자부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의 모습이었다면 어쩌면 지금의 싸늘한 시선이 조금은 누그러졌을 수도 있다.


동메달을 땄으면 괜찮았을까? 대답은 아니올시오다.


무슨 메달을 땄어도 껌을 씹으며 대충 경기했으면 결과는 비슷했을 것이다. 그리고 메달을 땄어도 다수 누그러지거나 말거나의 정도였을 것이다..


껌은 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무기력하게 껌 씹는 모습은 참 프로 같지 않았다.

(길가던 어린이 한테도 그렇게 씹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는가…)


백번 양보해서 코로나 덕에 더 눈에 띄는 바람에 억울한 면은 없잖아 있을 것 같다. 수많은 인서트 컷에 쓰일 '관중들'모습이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바람에 비고 말았을 것이다. 그 덕에 선수들이 더 카메라에 많이 비쳤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추어 사회인 야구 4부 팀에서도 지는 경기지만 벤치 안에서 더 크게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열기를 올려야 한다고 '배운다.'

프로라 이제 스스로 파이팅하던 때는 지나갔을지 모르겠다.  경기 중이기에 벤치에서 괜한 힘을 빼는 것도 불필요하긴 하다. 괜한 힘을 빼는 일을 해서 경기에 영향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로인 당신들도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서로 파이팅을 외치며 이기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경험이 쌓여서 된 프로라면 더더욱 프로답게 벤치에 있는 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그게 개개인의 이슈였다면, 야구라는 집단이 만든 폐해도 만만치 않다. 최근 콘텐츠 트렌드를 무시한 채 짤방이나 쓰잘 때기 없는 제한을 걸며 꿈틀거리던 인기마저 짜식게 만든 컨소시엄. 각종 범죄와 이슈가 생겨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시간 끌기와 재활로 어떻게든 제자리로 돌려놓아 그런 문제가 '별거 아닌 일'들로 만들어 놓은 10개구단. 10개구단의 상품 하나 제대로 못 나오게 되어있는 저작권 구조... 그런 일들의 중심이 되어야 하지만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한국야구위원회' 실망스럽다.


여전히 한국은(나도) 금메달을 경외하지만, 그 사랑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같은 4위이지만... 이번에 귀국한 여자배구를 환영하는 팬들의 모습은 대단했다. 그 치열한 승부에 감동받았기에 4위는 소중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근대 5종에서도 우리나라 금메달리스트만 이슈가 되지 않았다. 5종 중 승마에서 0점을 받아 서러웠던 한 독일 선수의 눈물도 관심을 가졌다. 그런 팬들에게 메달을 따왔으면 괜찮을 거라 말하는 건 팬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런 피로가 누적되었다. 아직 원정도박으로 난리가 났던 그 해를 잊지 못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다.


이제는 과정도 중요해야 한다. '메달'을 폭력과 약물로 따온 것이라면 그런 메달도 선수도 경기도 거부하고 싶다. 프로가 되지 못한 많은 선수들이 독립리그로 기다리고 있고, 후배들도 있다. 채를 치듯 걸러내고, 더 열심히 할만한 선수들로 다시 채워줬으면 좋겠다. 위원회만이 아니라 모든 구단이 진중하게 생각해볼 때다.


껍데기는 가라. 그때까지는 한동안 혼자 술 마시고 배구를 보겠다.

최선을 다했던 김현수 선수는 잊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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