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나카자키쵸 카페거리
화려하고 북적이는 번화가의 거리보다 한적한 주택가의 골목 풍경이 마음속에 박힐 때가 있다. 대만 타이난의 어떤 골목이 그랬고, 오사카 나카자키쵸의 골목이 그랬다. 대문 밖으로 늘어서있는 꽃화분들과 문 옆의 명패 하나까지 집을 돌보며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모습이 상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오사카의 나카자키쵸는 요즘 일명 카페거리로 뜨고 있는 거리라고 했다. 하지만 이 곳을 찾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카페거리를 상상했다가는 이와는 다른 모습에 놀랄 것이다. 우리나라의 카페거리처럼 카페가 주르륵 늘어선 모양새가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곳곳에 예쁜 카페와 작은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카자키쵸는 오사카를 여행하면서 사람들이 사는 집을 보고 싶다는 내 마음을 가장 잘 충족시켜준 곳이기도 했다.
나카자키쵸의 골목 여행은 나가자키쵸역으로부터 시작된다. 나카자키쵸 역 4번 출구로 나오면 골목골목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호텔 셔틀버스가 운행하는 오사카역에서 1 정거장이기 때문에 오사카역에서부터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던 나는 복잡한 역 주변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기가 힘이 들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때마침 점심시간을 맞아 점심메뉴를 고민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던 그는 5분 거리를 함께 동행하여 직진하면 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가 알려준 거리를 따라 쭉 걷다 보니 나가자키쵸 지하철역이 나왔고, 이윽고 골목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때마침 점심시간, 주린 배를 해결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데 밖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작은 식당이 보였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어 메뉴를 알 수 없었던 나는 용감하게도 미닫이 문을 열고 식당으로 들어섰다. 10명도 앉을 수 없는 작은 가게에 할머니 한 분이 반겨주신다. 혼자, 혹은 둘이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의 풍경 속에서 외국인은 나 혼자. 오므라이스, 카레, 파스타가 주 메뉴인 듯한 이 곳에서 할머니가 추천해주신 오므라이스를 먹기로 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께서 운영하시는 이 식당에서 할아버지는 주방, 할머니는 서빙을 담당하신다.
나카자키쵸의 골목은 천천히 걷고 싶은 골목이다.
완두콩 수프와 샐러드, 오므라이스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본격적인 골목 탐방에 나섰다. 나가사키 쵸의 골목은 천천히 걷고 싶은 골목이다. 사람이 사는 집과 카페 작은 상점이 혼재되어 걸으면 걸을수록 재미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그 재미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아주 뛰어난 자연 풍경도, 특별한 모습도 아니지만 자꾸만 마음이 몽실몽실 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대문 밖 울타리에 걸려있는 작은 빗자루가 어느 집 앞 화분의 개구리 모양 장식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박히는 이상한 곳이다.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빠르고 또 느리다.
여행지에서의 한정된 시간은 항상 아쉽게 느껴지지만, 목적지를 향해 종종걸음 치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주위를 둘러볼 여유를 선사한다.
나카자키쵸의 골목골목을 돌아보느라 지칠 때쯤 문 앞의 자전거가 눈에 띄는 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오늘의 케이크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한 뒤 가게의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조심스레 여쭤보자 친절한 사장님이 흔쾌히 응하신다. 가게의 유일한 손님으로 가게의 이곳저곳을 카메라 속에 담고 있으니 주문한 케이크와 커피가 준비되었다. 오늘의 케이크는 쇼콜라 케이크. 진한 초콜릿의 맛을 담은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거리를 바라본다.
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타지에서의 일상을 사는 것이 아닐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마음이 조급해질 때면 오사카 나카자키쵸를 거닐던 그날, 느리게 흐르던 공기가 문득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