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posa Jan 15. 2017

호수의 정석

여름날의 아오모리 토와다 호수

호수: [명사] 땅이 우묵하게 들어가 물이 괴어 있는 곳. 대체로 못이나 늪보다 훨씬 넓고 깊다.


'호수'라는 단어를 발음해보면 입모양이 동그랗게 말렸다 낮게 가라앉는다. 한껏 입이 벌어지는 넓은 '바다'와 달리 내 눈이 담을 수 있는 만큼의 거리에 경계와 끝이 보이는 호수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한 번도 호수를 본 적이 없는 누군가에게 호수를 설명할 때 이런 곳이 호수야.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풍경이 바로 토와다 호수다. 일본 아오모리현과 아키타현의 경계에 위치한 토와다 호수는 오이라세 계류의 수원지이기도 하다.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여름날 오전, 토와다 호수에 도착했다.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호수 안쪽으로 연결된 길을 따라 호수 가운데로 들어서자 빛나는 호수만큼이나 뜨거운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나무 가까이에서의 물빛은 초록빛을, 하늘 아래서의 물빛은 하늘과 구름 빛을 띤다.


한참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 속에 담아내던 우리는 호숫가의 카페에서 잠시 쉬며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손님은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주인아주머니가 홀로 반겨주신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아이스커피 한 잔과 우유를 넣은 커피 한 잔. 출입문 쪽 창으로 보이는 초록과 반대쪽 창으로 보이는 호수의 풍경이 꽤 인상적인 모습이다.

주문했던 커피가 그다지 맛있지 않아 엄마에게 맛이 없다고 하자 엄마는 좋은 풍경을 선사받은 것으로 이미 커피 값은 치러진 거란다.


그래. 커피까지 맛있었으면 너무 좋아서 어쩔 뻔했어.
그렇게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주인아주머니 말에 따르면 이 곳은 가을 풍경이 가장 좋다고 한다.

호수가를 가득 메운 초록빛이 단풍으로 물들 거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댄다.

언젠가 가을에 다시 올 수 있을까? 기대와 바람이 또 마음 한편을 채운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켓몬을 찾아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