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riposa Oct 12. 2017

옷장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

이제야 가을

어제부터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아, 가을이다. 하는 기분을 채 느끼기도 전에 이제 겨울이 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만큼 말이다.


아마, 이번 주말 즈음일 거다.

엄마와 함께 했던 옷장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완연한 가을의 쌀쌀함이 느껴질 무렵의 주말,

엄마와 나는 옷장 위 상자 속에 들어가 있던 가을, 겨울 옷을 꺼내 서랍장에 정리하고 여름옷을 정리해 상자 속에 넣었다.


옷장이 새로운 계절의 옷으로 가득차는 시간, 옷장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다.



비염이 있어 먼지에 민감한 나는 옷들을 정리하는 내내 코를 훌쩍이고 재채기를 연신 해대면서도

'아! 이런 옷도 있었지.' 
'이 옷 입었을 때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반년만에 만나는 옷들이 반가웠다.


가끔 사라진 옷들도 있다. 

분명히 작년에 입었는데, 좋아하던 옷이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옷들은 그대로 영원히 행방불명이 되거나 한참 지나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자취를 감춘 옷 중에 유난히 애착이 가는, 몇 해가 지나도록 그 계절이 올 때마다 생각나는 옷도 있다.


그런가 하면, 분명히 옷은 그대로 다 있는데 지난해엔 도대체 뭘 입고 다녔었는지 입을 옷이 없다는 고민도 매년 빠지지 않는 것 같다.


별 일이 다 기억이고 추억인데 날씨가 쌀쌀해지니 생각이 난다.

주말 오전 엄마와 함께 하던 옷장이 옷을 갈아입는 시간이.



매거진의 이전글 호수의 정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