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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Jan 25. 2023

# 싸이월드가 느끼게 해준 현재에 대하여

엄마일기


설날 TV를 보다가 이효리 가수가 싸이월드 이야기를 했다. 복구가 되어서 예전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그 말에 엄마도 다시 들어가 보게 되었어. 열어보는 순간 마치 오래된 상자에서 옛 일기장을 꺼내보듯 두근두근했단다. 마법처럼 사진들이 펼쳐졌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10년 전의 우리들의 모습들이 그 안에 있었어.


아빠가 너를 목욕시키는 사진, 포대기에 둘러메고 '동태사시오'했던 모습, 걸음마를 막 시작한 모습, 너희들을 보다가 귀여워서 찍어놓은 사진들이 가득했단다. 거기에는 엄마가 너희들을 낳기 전 진통하던 모습까지 있었어. 그때의 마음을 헤아려봤어.


느껴본 적이 없었던 진통을 하던 시간은 두렵고 그 시간만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간절했던 기억.

엄마가 된 후 내 몸과 하나같았던 아기띠를 둘러메고 다닐 적이면 그것만 벗어놓아도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기억.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았고 반복적인 상자에서 매일 아침을 맞이한 것만 같은 기억.

그래서 힘들었고 두렵고 부자유하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라고 먼저 떠올렸는데, 엄마의 기억에는 어떤 왜곡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바로 나의 표정, 너희들의 표정, 우리들의 얼굴에서 느낀 것들이었어.

앳된 나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지만, 하나같이 그 사진 속에 모습들은 행복해 보였다는 거였어.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예쁜 모습을 담고 싶어 하지만, 그건 순간의 위장이 아니었어. 지금은 따라 할 수 없는 그때만의 빛나는 표정들이 새로워서 오래 바라봤단다.


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적응도 있었겠지.

처음 해보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겠지.

그렇지만 그것만은 있지 않았다는 것이 사진 속에서 알려주는 것 같았어.

신발을 신겨서 한 발씩 걸을 적마다 얼마나 대견하고 뭉클했던 마음

하나가 아닌 둘이 서로 비비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힘들어도 둘 낫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던 마음

아침마다 머리를 곱게 따으며 어린이집이고 유치원에 보낼 때 마치 엄마의 모습이 이뻐지기라도 한 것처럼 저절로 환해지던 마음

이유식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으면 내 배가 부른 것 같은 마음

그렇게 오직 그때만 느낄 수 있었던 마음이 그곳에 넘실댔어.


그래, 우리는 지금만 느낄 수 있는 마음들을 특권처럼 늘 한 편에 가지고 있었구나.

빨리 시간이 지나서 너희들이 컸으면 좋겠다고 힘이 들 때는 저절로 바라게 됐지만, 그 고된 시간에도 늘 그때가 주어지는 반짝임이 있었어.

10년 후의 우리들은 이렇게 자랐구나.

입만 열면 모든 가요를 스테레오를 부르는 너희들.

공부하느라 숙제하느라 무거워지는 가방과 쪼개어 사는 시간들

그 모든 뒤에 엄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너희들을 기록하고 있고 글씨를 쓰고 있구나.

아빠는 여전히 너희들의 기댈 언덕이 되어 살아가고 있고, 틈만 나면 은퇴에 대한 유튜브를 들으며 다시 미래를 준비하고 있구나.


살아갈 앞날을 모른다는 건 어떤 두려움들이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그런 마음. 10년 전에도 10년 후 지금 이렇게 살아가게 될 줄 몰랐잖아.

그러니 오늘만 주어지는 시간들을 알뜰하게 살아가자. 미리 우리들의 앞날을 볼 수는 없지만, 오늘만은 우리가 어떻게 그려도 마음껏 허락되는 그런 하루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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