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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Mar 12. 2022

#출간 두 달 후

글이 책이 되고 나서 이런 마음들을 느꼈습니다

2022년 3월 12일.

책이 출간된 후 2달이 조금 지났다. 그 사이 마음들을 적으려고 몇 번을 생각하다가 접었다. 출렁출렁 거리는 감정들을 받아 적는 것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차라리 그 시간들을 조금 멀리 놓아두고 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2020.9.11  출판사에 꼭지 글 20개 보내던 날(글이 어떤지 편집자님에게 보내던 날)

2020.9     편집자님으로부터 전화받은 날(책을 써봐도 좋겠다고 연락받은 날) 

2021.3. 22 편집자님께 1차 원고 검토 전송 

2021.5. 11 편집자님께 2차 원고 검토 전송

2021.5. 22 편집자님께 출판 계약서 종류 두 가지 받은 날 

2021.6.17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공모전 해보자고 연락 주신 날 

2021.8.18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공모전 선정되었다고 연락받은 날(전화받고 너무 놀라서 펑펑 운 날)

2021.12.30 원고 마감

2021. 1.7  인쇄소 간 날

2022. 1.12. 책 받은 날

2022. 1.13 온라인 서점에 책 판매가 올라온 날




# 책이 나오고 나서 했던 일 

출판사에서 받은 책이 집에 도착했던 날이었다. 그동안 붙잡고 있었던 것이 책으로 받으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가까스로 마감했던 터라 이제 아무것도 안하리라 생각했는데, 마음은 더욱 분주했다.

1. 책 쓰면서 인용 허락받았던 출판사에 책 보내기(작가님 한 권, 출판사 한 권)

2. 원고 쓰면서 도움받았던 분들께 편지 써서 책 보내기

3. 개인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책 서평 하실 분들 글 올리고 책 보내기

   (출판사에서 별도 서평 진행)


이렇게만 해도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책만 보내기가 그래서 받으시는 분들에게 손글씨와 편지를 써서 보내려니 힘이 많이 들어갔다. 내 책을 읽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런 수고야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받으시는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어떤 작가로부터 받은 한 줄이 선물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기회가 되는대로 만났던 작가분들의 사인을 책장에 놓고 보던 나처럼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반응(1)

그날이 생각났다. 네이버에 책을 검색하면 뭐가 나올까?

책 이름 "다정하고 따스한 위로가 필요해"를 검색하자 나의 이름과 함께 책이 떠있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글이 책이 되다니... 그야말로 눈물겨웠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어떤 시작점이 참 많은 시간들을 지나서 책으로 태어났구나 싶은 뜨거움이 순간순간 벅찼다.


1. 온라인 서점 

책을 검색하자 판매처들이 여러 군데 떴다. 그것도 신기해서 하나하나 들어가서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2. 서평

서평에 대한 부분은 참 많은 감정들을 경험했던 부분이었다. 책을 받으시고 자신의 기쁨과 감동들을 바로 올려주신 분도 계시고, 올리지 않은 분도 계셔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다. 악착같이 해달라고 하는 것이 더 내가 불편한 마음이 들어서 안 해도 된다고 이야기드렸다. 편하게 보시라고.(마음이 쓰렸다) 

글을 써주시는 분들도 다양했다. 어떤 분은 말하지 않는 것까지도 여기저기 다 올려주시고, 심지어 자신이 아는 책 관련된 곳에 다 올려주셔서 이런 분도 계시는구나 싶어서 감사했다.

출판사에서 진행했던 서평들도 내 개인적으로 했던 서평들도 모두 다 진심을 다해 써주셔서 읽으며 얼마나 많은 위로를 느꼈는지 모른다.

평점 별이 다섯 개에 웃다가 혹은 네 개였을 때는 한 개는 어떤 부분에서 빠졌을까 움찔하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했지만, 완벽함을 바라는 건 욕심 같아서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했다.


3. 사람들

책이 나온 후 책을 누가 읽어줄까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동안 나를 알고 있던 분들이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 카톡에 책 사진을 올려놓았더니 오래된 인연들로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책을 사서 보고 있다며.

물론 내가 모르는 누군가도 사서 볼 수 있겠지만, 나를 만났던 사람들이 사서 보는 것을 보고 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 된 것 같다. 더군다나 캘리그래피 에세이라서 나의 일상을 읽어갈 사람들을 생각하니 뭔가 내 안을 자세히 볼 생각에 떨렸다. 반응을 생각해서 글을 가려 쓰지는 않았지만, 글이라는 것이 책이 되면 sns에 올리는 글 이상의 공개적인 사람이 되는구나 싶었다.



#반응(2)

1. 베스트셀러 

책에 대한 환상일 것이다. 자신이 책을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말이다. 그런데 그 마음은 책에 전심을 다해 쏟아내었다면 자식 같은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그것이 솔직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관심받지 못하는 책 보다 읽히는 책이 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닐까 싶었다.

책을 검색하면 붙어있다는 그 베스트셀러 딱지를 살짝 기대했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한동안 그런 부푼 마음을 기대해 검색하다가 오히려 마음이 지쳐서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의 책이 갓피플에서 베스트에 올라갔다는 이야기였다. 들어가 보니 정말 "베스트"라고 붙어 있었다. 그때의 기분은 너무 놀라웠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다시 검색 모드로 자주 검색을 했고 그때마다 그 사진들을 찍어놓았다. 얼마나 좋았는지.  점점점 2위까지 올라갔다. 이렇게 책이 반응하는 것이 놀라웠고 다음 1위가 되기를 기다렸다. 책만 내면 훨훨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이런 마음으로 지내는 동안 내 마음은 그야말로 놀이동산이었다. 오르락내리락.

2달 즈음되자 점점 내려갔다. 초반에는 나를 아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된다면 그 뒤부터는 입소문이거나 우연하게 본 누군가에 의한 선택이거나 그렇겠구나 싶었다.



2. 판매지수

처음에는 몰랐다. 이 글자도 보이지 않고 그저 책 제목만 보면 좋았다. 그러다 자주 검색해보니 판매지수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지?' 어떻게 산정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유명한 작가분들의 책을 검색해보니 어마어마한 숫자들이 표시되어있는 것을 보고 책이 잘 팔리면 숫자가 올라가는구나 그 정도 감으로만 인식하게 되었다.  얼마나 책이 판매가 되었을까? 너무나 궁금하다.

판매지수는 한 주마다 바뀌었고 그때마다 나의 마음도 반응하고 있었다. 아... 마음을 어디다 묶어놓고 싶었다. 


3. 라디오에 소개된 책

블로그 이웃님께서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전해주셨다. 책이 라디오에 소개되었다며 반갑고 축하한다는 글이었다. 얼마나 놀랐던지, 듣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책을 소개해주셨다니 어떻게 해서 나의 책을 고르셨을까 싶어서 내내 그 라디오 방송 작가님께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브런치 작가로부터 책이 출간된 후

한 편의 글을 100명이 보면 백 편의 글이 된다고 나태주 작가님께서 이야기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그만큼 글은 읽힐수록 책의 가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래전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난 후 "작가"라는 단어 하나로 마음이 설렜던 그때가 생각난다. 글에 대한 애정들이 갓 나온 호두과자처럼 뜨끈뜨끈해진다. 거기까지 갔을 때만 해도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다. 또 내가 책을 어떻게 내야 하는지도 몰랐고, 책으로 낼 수 있을 글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책이 나왔다.

"출간"이라는 이 간단한 단어를 쓰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계기가 되어주었던 사람들과 도움들 주던 사람들이 없었으면 못했겠다는 생각을 변치 않고 하게 된다.


그렇게 맑았던 첫 마음들이 책 출간 후 마음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보니 책에 대한 감정도 수시로 변화했다. 이것이 책이던가 싶다가도 감지덕지한 마음으로 다시 누군가에게 사랑에 빚을 지고 있는 마음 감동을 동시에 품게 되었다. 이제 두 달인데, 이런 마음을 느꼈다면 앞으로는 어떤 마음으로 또 다른 마음들을 느낄까?


글을 쓰고 싶었던 건 예전이나 지금이 그것 하나같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정리하는 것.

순간순간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반짝이는 것들을 기록해놓고 싶은 마음.

그것을 모아놓으니 책이 되었다. 


아이들을 키울 때 보면 키우기는 힘들어도 이쁜 짓을 하는 것을 보고 호강을 어릴 적 다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불현듯 이 와중에 생각나는 것은 책이 되기 전에도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의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어느새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고, 마흔이 넘어가는 지금의 시간들은 글을 쓰며 나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그것이 얼마나 많은 내면의 힘을 실어주었는지 모른다.


책이 된 것은 내가 아닌, 나만의 글이 아닌 상태가 되는 것.

누군가에게 자신의 글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같다. 글 한편이 일상이 통째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장 하나가 어떤 결심이라던가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되는 형태로 바뀐 것이구나 느낌표를 달아놓고 싶다.


모든 것이 숫자화 되어 어떤 가치들을 산정하기에는, 일상의 진심들이 너무 아깝다.

다시 오늘의 마음을 쓰고, 다시 새로운 페이지를 넘겨 그저 오늘을 정성스럽게 적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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