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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복 Dec 04. 2021

# 원고 마감까지 가는 용기

출판 과정에 대한 기록들(1)

전에 쓴 글을 보니 10월, 그리고 두 달이 지났다.

그 사이 시간들을 떠올려보니 어떻게 또 지나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 보이는 그 많던 책들이 이처럼 인고의 시간을 통과하고 나오는 것인지 책만 봐도 속살이 다 보이는 것 같다.



원고 투고

원고 검토

원고 쓰기 시작

원고 마감

그리고 그 이후의 과정들(나는 지금 이 지점)


보통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의 시작은 조금은 달랐다.

먼저 책을 써보라고 권유를 받았고 그 뒤 원고를 보낸 뒤 검토를 받고 시작이 된 셈이다. 이 사이에 분명히 감사한 것은 내게 그렇게 말해주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이 먼저 담겨있다.

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엄두도 못 낼 나에게 책은 그렇게 내 시간을 잡아끌었다.


원고 마감에 서둘러 내던 설익은 20개의 글로부터 시작해서 60개의 글에 마침표를 찍었을 때,

내 마음은 이랬다.

'뭔가 마음을 더 잘 표현하고 싶은데...' 이런 찝찝함 같은 것이었다.

물론 후련함도 없진 않았지만, 말끔히 내 마음을 받아 적지 못했다는 생각에 개운하지 않았다.

그런 글을 검사받으려고 보내는 나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편집자님도 처음에 내 글을 읽어보다가 그만 읽었다고 하셨다. 몹시 민망했다. 그렇지만 그 부분이 뭘 말하려고 하시는지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또 다른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말 역시도 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 뒷부분으로 넘어가면서 나도 쓰면서 울고 웃고 했던 것들을 편집자님도 느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 마감 후 


글을 넘기고 편집자님이 읽으신 후 수정된 원고가 다시 날아왔다.

내가 미쳐 보지 못한 맞춤법이며,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들을 수정해서 보내주셨는데 단어 하나만 바꿔도 내 글 같지 않아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다시금 바꿔서 보내고 그렇게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 과정들이 진행됐다. 아직까지 그 과정 속에 있다.


#저작권, 넌 누구냐


캘리그래피로 담긴 문장들에는 내가 쓰는 말 말고도 누군가의 문장을 가져다 적어야 하는 것들이 있었다.

대게는 유명한 작가들, 유명한 방송인들, 많지는 않지만 포함되어 있었다.

어쩌다 출처가 불분명해서 찾다 보니 한 문장에 두 사람의 인용자들이 나왔다. 헷갈려서 찾다가 직접 책이 나온 출판사에 메일을 드렸다. 답장이 올까 떨렸다. 메일만 보내는데도 이렇게 작아지는 마음이라니...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마냥 기다릴 수만 없어서 다시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처음에 내가 나를 소개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싹싹 끌어다가 붙였다.

'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 공모전에 선정되어 책을 쓰고 있어요.'

이 한 줄을 넣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답장이 바로 왔다.

그리고 써도 된다는 허락까지 받게 되었다. 이 부분이 이토록 중요한 한 줄이었을까 다행스러웠고 하나의 숙제를 지워갈 적마다 홀가분했다.

그 뒤로 허락받아야 하는 것들을 방송국으로 또 다른 유명한 작가분에게 연락하는 것이 매일 아침 일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구멍에 뭐가 걸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극적으로 허락받은 것은 라디오 방송 중에 허락해주신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라디오 방송이었다. 또한 인용자를 써서 넣는다고 했는데 거절받은 또 다른 라디도 방송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책이 나오면 어떻게 될까?

#베스트셀러 작가도 악플이 있구나 

아직 수정 작업을 하고 책 제목을 정해야 하는 시간들이다.

인터넷에서 서점의 책 제목들을 훑어보다가 베스트셀러 작가들의 책 평들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너무 놀랐다.

호평보다 악평이 담긴 댓글들이 수두룩했다. 내가 읽어도 상처가 되는 말들이 가득했다. 베스트셀러 작가라면 독자에게 많은 공감을 사서 호평이 상당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와장창 깨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 '나의 글은 어떻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쓴다고 쓰게 되었지만, 독자에게 뭔가를 주는 글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부하면 어떡하지?'

'뻔하게 들리면 어떡하지?'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지?'


그 순간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정여울 작가의 책에 이런 글을 보았다.

"악의적 댓글에 무너지지 말기를"

"언제든 비판받을 준비를 하되, 마침내 이해받고 공감받을 준비를 합시다."

정여울 작가도 이런 시간을 경험했다는 표시로 들렸다.

글을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을 포함하고 있는지 이 또한 생각을 하게 된다.

                         #정여울 작가, 끝까지 쓰는 용기 중에서


# 글과 책, 그렇지만 다시 원점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들

글쓰기가 나에게는 이런 의미다.

'하루를 잘 살아가고 싶은 마음'

더도 덜도 아니고 그런 나의 마음이 글로 적혔다. 누군가에게 댓글을 받으려고 적었던 것도 아니었고, 마음을 정리하고 나면 일상도 자연스레 정리되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좋았다.

이제 책을 통해서 나가는 글들을 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마치 뭔가 번지점프대 위에 뛸 준비를 하는 마음 같은...(아직 번지점프를 해보지 않았지만)


책을 생각하면 덩달아 따라 생각하게 되는 부수적인 것들이 분명 있다.

'나오면 누가 읽어줄까?'

'얼마나 팔릴까?'

떨린다. 많이.


그런데도 글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설렌다. 

나다운 것이 뭘까 생각하면 '쓰는 사람'이라는 이 표현이  참 좋다.

다음 글은 어떤 마음을 적게 될지 궁금하지만, 여기까지 왔음을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덧붙여 아니, 나의 가장 큰 바람은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읽고 나면 누구나 그 저자를

온전히 이해하고, 응원하고, 사랑하며

그의 내일을 또 궁금하게 하는 책

-북로그컴퍼니  김나정

   

   진솔하고 사적이면서도

   공감을 불러낼 수 있는자기만의 이야기라면

   어떤 글이든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에세이만큼 잘 쓰기 어렵고 정의하기 어려운 장르는 없는 것 같다)

  -유유 편집부 김은우

 

(알라딘/편집자들이 말한 좋은 에세이에 대한 생각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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