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름이 쌓여도 길이 된다)
몇 달 전만 해도 브런치를 없앨까 말까 고민했다.
쓰고 싶어서 만들어 놓은 공간이 때로는 반대의 감정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글의 인기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 공간이 때때로 위축되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블로그에는 줄곧 적어왔지만 브런치에만 오면 뭔가 마음이 달라지는 거다. 좀 더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다주었던 느낌이랄까. 그랬다.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공간.
그럼에도 그 생각을 휘발하게 만들어준 건 133명의 구독자 숫자였다. 나는 떠나 있었는데 구독취소를 하지 않고 있던 분들이 고마웠다. 어쩌면 이분들도 브런치를 잊은 지 오래일 수도 있지만.
그래 놔두자. 마치 오래된 예금 통장처럼 브런치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나의 글쓰기는 쓰고 싶을 적마다 계속되었다.
그런 글이 점점 다른 모습으로 내게 다가왔다.
출판사, 편집자, 원고, 뭔고 마감, 제목, 꼭지 글... 이런 단어들을 마주하게 된 거다.
운이 좋아서, 좋은 사람들의 권유 덕분에 원고 투고까지는 했다고 해도 그 뒤는 다른 흐름을 만나기 시작했다.
2020년 9월 도서출판 하여인 원고 투고. 20개 정도의 꼭지 글.
2주간 기다리다가 연락을 받았다. 책을 내보면 좋겠다고.
2021년 3월 원고 분량 채워서 2차 원고 전송
2021년 5월 다시 분량 추가 3차 원고 전송
처음으로 편집자님과 통화한 후 책을 써보자고 했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멍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누군가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좋아했다. 가족들은 물론 알고 있었지만 내가 책을 낸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하니 좀 더 오래 마음으로 묵혀 놓았다.
그 뒤로 혼자 원고의 분량을 채워가며 생각이 점점 바뀌어갔다. 왜 글을 비밀로 쓰고 있는 거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 말해야 될 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문을 내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들.
여기까지가 흘러가면서 순간순간이 감사하면서도 고민이 많아졌다.
'내가 쓰는 글들이 세상에 어떤 소용이 있을까?'
쓰면서도 자신감이 들락날락했다. 원고를 쓰면서도 마치 촛불이 사그라지는 것만 같은 마음들이었다.
그때 편집자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출판 공모전에 원고를 보내보자는 이야기셨다. 당선된다면 출판사에서 출판 비용을 도움받을 수 있고 책을 출판하는데도 힘이 될 수 기회였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시간은 며칠 되지 않았다. 3일 정도의 시간 동안 25개의 글을 썼다. 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아니라 그때는 뭔가 초능력이 생긴 것만 같았다. 떨어지더라도 후회는 남지 않도록 해보자 하는 마음.
결과는 당선이었다. 편집자님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펑펑 울었다.
'정말이에요?'
울다가 말한 이야기는 이 말이었다.
'뽑히는 거 어려운 거죠?'
"그럼요!"
접수된 것을 보고 더욱 놀랐다. 거의 1000편 중에 150편을 뽑는 그 안에 뽑혔다는 것이 기적 같았다.
나의 글이 그럴만한가에 대한 고민들이 이 덕분에 덜어놓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뒤로 글쓰기는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출판 계약서를 쓰게 되었고, 원고 마감을 지난주에 가까스로 하게 되었다. 아직 남아있는 과정들이 많지만 이 마저도 써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원고를 쓰는 중에는 1분 1초가 천금 같아서 쓸 수가 없었고 이제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원고를 쓰면서 마음의 변화, 어떤 작가의 글이 내게 영감을 주었는지, 글쓰기를 통과하며 느꼈던 모든 것들을
적고 싶어졌다.
'아...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어서 참 후련하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