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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 Jun 07. 2018

작심삼일, 습관
그리고 UX

계획과 실패의 무한루프에 빠진 우리, UX 디자이너가 생각해야 할 문제 

계획과 실패의 무한루프. 

그 속에 빠진 나 혹은 당신 


벌써 올해도 거의 반쯤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해는 이루리라 다짐하며 세웠던 계획들을 생각해 본다.

하지만 그 계획 중 어느 것(들)은 작년에도 세웠던 그것(들)이다.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계획), 이상하게 거실에만 있으면 소파에 누워 습관적으로 TV 리모컨을 든다(행동).


왜 계획과 행동은 이렇게 사맛디 아니할까?

과연 의지만의 문제일까?


1. 사람은 천성적으로 매우 부주의하다.


사실 사람을 컨트롤하는 뇌가 항상 주의집중을 할 수 없으므로 사람이 부주의한 것이다. 

뇌는 초당 처리 정보량이 1,000만 비트인데 반해, 실제 인식하는 정보량은 50비트 정도뿐이라고 한다.

즉 뇌가 처리하는 정보는 상당히 많은데, 그것을 뇌가 다 인식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왜 사람(뇌)이 이런지는 사람을 만든 그분의 뜻이므로,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어쨌든, 

뇌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에너지도 많이 먹고

(뇌는 몸의 전체 용적에서 약 2% 비중이지만 신진대사를 통해 전체 에너지의 20%를 소비)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아주 희소하니

아주 중요한 곳에 주의를 아껴 쓰고

나머지 대부분은 자동화를 통해 부지불식간에 처리를 한다.


운전을 예를 들면,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모든 상황에 대해 신경을 쓰고 주의를 집중한다.

신호가 어떤지, 사방의 모든 차를 신경 쓰고...

이럴 때 동승한 누군가 말을 걸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도 있다. 집중에 방해되니 말 걸지 말라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서 운전이 익숙해지면 상황은 대역전이다. 

옆사람과 이야기도 나누고 심지어 핸드폰을 사용할 정도로 능숙해지고 여유로워진다.  

이 상태가 되면 운전은 인식에서 자동화/무의식의 세계로 넘어간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자동화의 영역은 감사할 정도다. 


오! 그분의 놀라운 섭리.


2. 사람은 자동화에 길들여져 있다.


젓가락질할 때, 자전거 탈 때, 키보드로 타이핑할 때… 사람이 거의 자동적으로 하는 예는 얼마든지 많다.  

사람은 자동화/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되므로 맘 편하게, 머리 안 아프게 살고 있다고 하면 과장일까?


하지만, 익숙해진 것들에 대해 자동화되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려고 했지만(계획), 

이상하게 거실에만 있으면 소파에 누워 습관적으로 TV 리모컨을 든다(행동).


바로 이 순간, 뇌 입장에서 보면

이성적이고 미래의 장기적 효과를 계산하는 전두엽과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감정적인 대뇌변연계가 다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에는 원대한(?) 계획보단 익숙함과 순간의 즐거움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결국 사람의 계획(의도)과 행동 사이에는 이런 갭이 발생하고 

자신이 원하는 행동과 관성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행동이 다른 경우가 있다. 사실 많다. 

이렇게 관성적으로 행동하는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습관이다.

즉, 습관이어서 효율적이고 편하지만 습관 때문에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인 습관 때문에 책을 못 읽는다.




3. UX관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간혹 크리에이티브, 새로움, 차별화를 위해

혹은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과 콘셉트를 위해

혹은 경쟁사 대비 여러 스펙을 넣기 위해

혹은 단계를 줄여 사용성을 개선한다는 명목 하에

몇 개월~몇 년간 고생하여 만든 서비스(및 제품)를 보게 될 때마다, 

그중 몇 개나 사람들이 그들 삶의 일부로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부지불식간에 자동화된 행동을 하는 사람(사용자)을 생각할 때,

우리가 내놓는 서비스(제품)에 이런 질문은 해보면 어떨까?


그들의 습관에 무임승차할 정도로 영리한가?

그들이 새로운 습관을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가?

그들의 굳혀진 습관을 바꿀 정도로 파괴적인가?


덧붙여, 꼬리를 무는 여러 질문들. 

- 그(그녀)는 언제/어디서/무엇을/어떻게/왜/ 습관적으로 할까? 

- 습관적으로 무엇을 할 때 우리의 서비스(제품)이 그 습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되어있나? 

- 습관적인 자동모드에 들어가 있을 때, 우리가 그(그녀)를 환기하여 의식적으로 우리 서비스를 떠올리게 할 수 없을까?

- 그(그녀)에게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매력적인 이유를 제공하는가?

- 기존 습관을 새로운 습관으로 대체할 방법은 없을까?

-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데 허들은 무엇인가? 

...








하....

디자인을 하면서 고민할 거리가 많고,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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