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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희 Apr 17. 2024

드디어 남편의 금연 시작

노화를 앞두고 그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 일지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체력이 떨어지고 쉬 피곤해지고 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주변을 보면 대게는 그런 일들이 생길 때 나이가 있으니까 당연하지, 뭐.

자연스러운 현상이야 라고들 하며 참을 수 있을 정도의 불편함은 받아들인다.



어쩌면 순응적인 삶의 태도로 봤을 때 그렇게 사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모든 것들을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라고 여기면서 눈여겨보고 귀 기울이고 그 '신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이 들어가며 내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금연으로 시작해서 노화로 갔다가 갑자기 '자존감'? 이라니, 의식의 흐름이 꽤나 자유로와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살수록 절절하게 느끼는 게 몸과 마음, 신체와 정신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내 몸에 아픈 구석이 없고 에너지가 넘칠 때 나는 평온하고 자신감도 넘친다.

팔을 어느 각도든 자유롭게 돌릴 수 있고 급한 일이 있으면 적당히 뛸 수 있고

어쩌다 모임에서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을 일이 있더라도 잘 먹고 잘 소화한다거나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책 한자 읽을 체력이 남아서 새로운 지식을 인풋 할 수 있고

일주일에 두세 번쯤 체육관이나 수영장이나 배드민턴 테니스 등산 골프 이런 운동을 하러 갔을 때

남들이 의아하게 볼 정도로 뒤처지지 않고 활력 넘치게 해낼 수 있다면


자, 그렇게 되면 일단 내 정신은 불안과 우울에 요동치지 않는다.

내 자신이 불안하고 움츠러들며 주눅 들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심하게 감정적인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칭찬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 (왜? 나도 나쁘지 않으니까)

칭찬할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는 것, 이게 진짜 중요한 일이다.

누군가가 무엇을 잘하는 것을 보았을 때 비꼬는 마음 없이

아, 좋다.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구나. 저런 면은 정말 현명하구나.라고 동경할 수 있는 것!

(요즘 돌풍의 주인공인 책, 일류의 조건에서는 모든 인생의 기술을 훔치고 배우게 하는 동력이

바로 동경이라고 말한다. 2만 % 공감했던 부분!) 세상을 향한 업데이트가 중단되고 동경하는 능력이

사라진 인간을 아마 꼰대라고 부를 것이다.

이 부분은 프롤로그인데 뒤에 동경에 대한 한 챕터가 있다.


그렇게 무언가를 누군가를 동경할 수 있는 마음이 기꺼이 우러나오는 사람이라면 해가 가고 나이를 들어가더라도 언제나 업데이트되는 os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는 90년대 언저리에 마지막 업데이트를 마치고 그때까지의 인풋으로만 살아가면서 세상이 점점 더 추악해진다고 욕만 퍼붓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나이는 훨씬 많은데 매 년 매 계절 주변 세상에 눈과 귀를 열고 마음을 다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오고 있는

어른도 있다. 눈에는 사랑이 담겨있고 주변을 보듬고 비판(비난 말고)도 칭찬(아부 말고)도

자연스럽게 한다.  무엇보다 그 자신이 너무나도 단단하게 느껴져서

곁에 있는 사람이 편안하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기대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존감은 더 공고히 지켜질 수밖에 없다.


몸에서 시작해서 결국 다시 자존감으로 돌아왔다. 그러니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 하나라도 무신경하게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팔이 조금 아프거나, 소화가 좀 안되거나, 요즘 들어 자도 자도 졸려. 언젠가부터

컴퓨터를 좀 보다 보면 눈이 시려.. 등등 아유 당연한 거야, 그게 나이 먹는 거야. 점점 더 한다.라고 하는 주변의 조언? 에 아 그런 거구나 내가 나이 먹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몸은 점점 더 그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다. 몸 여기저기가 내 맘 같지 않으면 정신도 세계를 향한 업데이트를 멈추고 무엇을 봐도 동경은커녕 비아냥만 하게 되는 상태가 되어 버리기 쉽다. 이때는 자존감은 온 데 간데없을 것이다.


남편은 아주 오랫동안 애연가였다. 처음 만나 연애를 하는 시점에 담배를 끊었었는데 분명 여자친구(나)에게 점수를 따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지만 다시 피게 되었고 쭉 피고 있다. 결혼하고 1년 남짓 후부터 가족들이 릴레이 하듯 병에 걸리고 영영 이별도 하고 회복도 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몸이라거나 건강, 그로 인한 정신의 상태 등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얻어가면서 남편에게 금연을 조르고 강요하고 싸우고 애원하고 설득하고 부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소위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내 맘이야, 왜 강요해?!! 하다가 조금 설득이 되었는지 나중에 끊을 거야 다음에 내년에 다음 달에 끊을 거야

이렇게 미루고 미루고 미뤘다.


그러는 동안 남편과 나는 나이를 먹어가고 각자의 몸은 각자 다른 시그널을 보내왔다. 소화가 안되고 근육통이 잦고 에너지는 항상 고갈되어 있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나 뾰루지 얼굴의 탄력이 떨어지는 만큼 신체로 시작되는 어떤, 의욕도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원래 좋아하던 요가를 시작하고 등산을 더 다니고 만보가 안되면 7 천보 걷기라도 채우고 동네 체육관을 다니면서 근육 운동을 하고 아침에 수영을 배우고 꼭 필요한 영양제를 챙겨 먹고 살짝 아프면 병원을 가면서 내 몸의 신호에 귀를 기울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 애썼다. 방치할 때 말고 대응할 때 확실히 몸은 좋아진다.


재벌만큼 돈은 없겠지만 재벌이랑 똑같은 몸구조니까 신체 컨디션은 재벌 안 부럽게 유지하도록 노력할 수 있다. 그런데 남편은 ... 아 남편은 집에만 오면 내 앞에서는 왜 그렇게 초등학생 말썽꾸러기 남자아이 같은 마음이 되는 건지 금연도 미루고 함께 하자고 하는 운동도 10번 말하면 1,2번 할까? 겨우겨우 달래서 등산화 좋은 거 장만하면서 등산 조금 다니고 1월부터 권했는데 4월부터 수영을 다니기 시작했다.


남편은 최근 몇 년 동안 전보다 훨씬 숙취가 심해졌다. 우리 부부는 둘 다 날씨 음식에 맞춰서 어울리는 술

안주를 먹는 낭만을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남편은 술 음식도 맛있게 잘 먹고는 새벽 내내 토하는 일이 잦아졌다. 피곤해하고 소화 안 되는 빈도도 잦아지고 나는 마음이 초조했다.


다행히 건강검진에서 아직은 이상이 없다고 했다. 남편 몸에게 참 많이 감사하다.

저렇게 함부로 쓰는데 아직 고장은 안 났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있는 애정을 다 담아서 거칠고 모진 선언으로 제발 담배를 끊자고 정말 씨게 얘기했다. 몸에서 계속 신호를 보내는데 그런데 아직은 큰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이때 개선하고 맞는 대응을 하지 않으면 몸은 막 나갈 수도 있으리라.


그렇게 금연을 하내, 마네 전쟁 끝에 남편은 다니는 병원에서 금연보조제? 니코챔스라는 약을 받아왔다.

어젯밤 처음으로 약을 먹으며 우리 부부는 박수를 쳤다. 마음이 너무 간절하다.



나이 많이 먹고도 비 오는 날 파전에 동동주쯤 한두 잔 기울이고 싶고 더 나이 먹고도 너무 피곤해하지 않으며 튼튼한 두 팔다리를 갖고 세계 구석구석 여행도 다니고 싶고 무엇보다 건강하고 여유로운 정신, 세계에 열려 있는 마음으로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보이는 좋은 것들을 닥치는 대로 동경하고 따라 하고 훔쳐 배우는 마음을 갖고 남편과 함께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그렇게 지혜롭고 여유로운 어른이 되고 싶다. 함께.

그러니 이번엔 반드시 성공하길! 남편의 금연을 간절히 절절히 응원한다.


덧, 일류의 조건 책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정말 좋은 책, 다들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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