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Sep 09. 2020

기다린다는 것은

앰버 이야기 

무언가에, 또는 누군가에 빠져 산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내 에너지와 감정을 쏟고 사랑하는 일은, 물론 소모적인 일임이 틀림없지만 말이다. 누구나 알겠지만, 원래 무언가를 쓰고, 소모하고, 소비하는 일은 참 재미있다. 그렇게 빠져 살다 보면 필연적으로 기다림을 겪게 된다. 오늘은 그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가까운 기억 속 기다림들을 되짚어 봤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수 개월 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가 최근에 근황을 전했다.

 큰 마음 먹고 주문한 롱보드가 3일만에 도착했다(롱보드 이야기도 한 번쯤 하고 싶다).

 좋아하는 가수가 새 음반을 발매했다..


무얼 기다리느냐에 따라 성격이 조금씩은 다를 것이나, 어쨌든 대상의 상황을 이해하고, 환경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기반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공통적일 거다. 좋아하는 밴드의 멤버가 건강하게 노래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새로운 취미가 갖고 싶어 주문한 롱보드가 오기까지 3일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들을 찾아 보며 초인종 소리만을 기다렸고,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앨범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전의 음악들을 반복해 들었다.


나의 기다림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어떤 것들을 활용하여 대상을 상기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빠져 있는 시간만큼은 어떻게든 대상을 떠올리게 되는 거다. 그러니 기다림이란 어쩌면 무엇보다 큰 마음의 표현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더해,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잘 기다릴 줄 안다면, 그 사람은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기다린다는 건 애정을 쏟는 일이고, 애정을 쏟는 일 역시 주체가 건강하고 단단해야 가능한 일이니까.


자주 이러는 것 같은데… 내가 쓴 많은 글은 꼭 말미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론을 낸다. 오늘도 같다. 나를 잃거나 잊지 않고, 무언가에 적당히 빠져 살며 잘 기다리는 사람이고 싶다.


   nadograe.com/storiG


작가의 이전글 극한 직업 극한 생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