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Sep 18. 2020

환절기와 썸의 공통점

하다 이야기 

요즘 의욕이 없고, 입맛도 없고, 기운도 없다. 한껏 들떠서 콧노래를 부르고, 좋아하는 아이돌 컴백 영상을 반복해서 보고, 퇴근 후 기운 없는 몸을 일으켜 뭔가를 했는데 이젠 모든 게 무미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천천히 변화하는 그 ‘시기’를 못 견딘다. 딱 꼬집어 ‘이거’라고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저거’라고도 정의할 수도 없는 그 ‘경계’를 못 견딘다. 환절기가 딱 그렇다. 아침과 저녁에 부는 바람엔 가을이 가득해서 ‘아, 가을이로구나, 가을 옷을 입자’ 하지만 아직 여름이 남은 점심 땐 ‘덥다 너무 덥다’ 짜증이 나는 환절기. 그래서 마음이 가을이었다가 여름이었다가 다시 가을이었다가 여름이 돼 혼란스럽다. 


썸도 그렇다. 

너와 내가 연인은 아니지만 마치 연인인 것처럼 서로를 대하고, 더 나아가면 연인이 될 확률도 있으나 그만큼 아무 사이도 아닐 확률도 높은 썸. 누군가를 만나고 있긴 한데 애인이라 할 순 없고, 그렇다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는 썸이 혼란스럽다. 


누군가 ‘생은 이도 저도 아닌 시기를 견디는 것’이라 정의했고, 동의한다. 그런데 아, 정말 못 견디겠다. 


확실한 게 좋다. 이거였다가 저게 되고, 저거였다가 다시 이게 되는 건 피곤하다. 확실하게 정해져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내가 나에게 ‘이거니까 이걸로 인식하고 매진해’ 말하고 싶다. 오락가락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진이 다 빠진다. 


또 누군가는 ‘둘 사이의 경계에서는 가능성도 많고, 설렘도 있으니 즐겨라’고 하지만, 둘 중 무엇이 될지 모르고, 둘 다 안 될 수도 있으며, 둘 다 안 됐을 경우 또 다른 것을 찾아야 하는 힘듦까지 걱정돼 도통 집중을 할 수가 없다. 


환절기가 싫다. 썸도 싫다. 가을이면 가을, 여름이면 여름이었으면 한다. 너랑 내가 연인이든 아니든 빨리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 ‘과정’이 없으면 ‘결과’도 없고, 그 과정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성질 급하고, 기분이 자주 나부끼고, 주변 환경에 쉬이 과하게 영향을 받는 나는 ‘사이’가 숨 막힌다. 


물론 이러다 가을이 될 것이다. 여름이 될 리 없다. 그러면 빨리 완벽하게 가을이 되던가! 가을 옷 입고 나왔다가 더워서 땀 주룩주룩 흘리고, 여름옷 입고 나왔다가 추워서 콧물 흘리고! 이게 뭐야!


하나만 했으면 좋겠다, 제발 하나만. 
가을 아니면 여름. 남남 아니면 우리. 
중간은 싫습니다. 



   nadograe.com/storiG


작가의 이전글 미온수로만 씻어도 충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