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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05. 2020

생리가 끝날 때

하다 이야기

생리가 곧 시작함을 알리는 신호는 다양하다. PMS가 심한 편이라 주로 구역감, 평소보다 심한 두통, 한여름 때처럼 오르는 체온, 유방 통증, 점점 무거워지는 몸이 느껴질 때 생리를 예감한다. 전조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고, 나보다 몇 배는 더 심한 PMS를 겪으며 생리기간을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며칠 그런 현상이 지속되면 적은 양의 생리가 슬금슬금 존재를 드러낸다. 라이너를 착용해도 되지만, 밖에선 불안하기에 생리대(중형)를 착용한다. 물론 시작부터 콸콸 쏟아지는 생리 때문에 힘든 사람도 있다. 


PMS가 있든 없든, 생리량이 많든 적든 우리는 그동안 쌓은 ‘생리 경험’ 덕에 생리 시작 신호를 빨리 알아챈다. 문제는 모호한 ‘생리가 끝나는 시점’이다. 


내 경우 셋째 날부터 생리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화장실 갈 때마다 확인하면서 ‘생리가 끝나가는구나~’ 쾌재를 부른다. 생리대에 흔적이 전-혀 없을 때도 있다. 그럼 더 더 신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생리 끝난 줄 알고 집에서 생리대를 착용하고 있지 않다가 기침을 하거나 몸에 힘을 주면… 난리가 난다. 재빨리 속옷을 갈아입고, 생리대를 차야 한다. 적은 양도 아니다. 마치 다시 생리기간이 시작된 것 같아 기분이 가라앉는다. 


이렇게 계속 생리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하는 게 싫어서 생리대를 쭉 속옷에 붙이고 있다. 여기에서 또 난감함 발생. 생리가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찔끔찔끔 나와서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평균 생리기간(일주일)이 지났음에도 ‘혹시나 혈이 나올지 모르니까’ 생리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생리의 시작과 끝은, 특히 끝은 명확하지 않다. 물은 수도꼭지를 틀면 나오고, 끄면 멈추지만 생리는 그렇지 않다. 시작했다고 바로 콸콸 나오지 않고, 끝났다고 뚝 멈추지 않는다. 생리는 자궁에서 시작해 질을 거쳐 배출된다. 그러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자궁에서는 멈춰도 질에 있다가 배출되기도 하니 그 ‘시점’을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역시 어렵다. 


일주일은 기본이고 보름까지 생리대와 함께 해야 할 수밖에 없다. 윽. 한 달은 삼십일, 삼십 일일인데 그중 반을… 유쾌하지 않다. 


수도꼭지처럼 꽉 잠가서 단번에 끝낼 수 있는 방법 없을까? 

오늘도 생리에 관한 헛된 희망을 품는다. 


   nadograe.com/stor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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