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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모 Feb 13. 2021

글은 숨길 수 있지만, 말은 숨길 수 없는 것

클럽하우스 일주일 인상평

#클럽하우스 일주일 인상평


1.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아니 한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나, 어떻게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끝도 없이 계속 나오지?"라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 요즘 클럽하우스 다니면서 느끼는 감정이 딱 그렇다. '아니 한국에 말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늘 몇 안 되는 전문가 풀로 돌려막기 하던, 공중파 시사교양 프로 & 토론 프로그램은 이제 재미없어 못 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2. 여기서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정치, 기후위기, 미디어, 경제, 스타트업, 소셜벤처, 젠더이슈, 드라마, 국제정치, 다큐멘터리, N잡 등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부단히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뇌도 막 자극되고, 나도 방을 열어서 사람들이랑 이야기해보고 싶고. 특히, 손이 닿지 않던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일 경우는 더 반갑고 재미있었다. 오홍오홍.


3. 꺼내놓는 대화 주제들이 워낙 다양해서 골라 듣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지금은 “K-장녀 모여라” 방에 들어와 있다. 참고로 나는 둘째다.


4. 클럽하우스는 토론방을 개설할 때, 제목과 일정과 200자 소개(꽉 채워도 되고 한 줄만 있어도 된다), 스피커(있어도 되고 없어도 개설하는데 문제없다)만 기입하면 간단한 웹페이지와 링크가 만들어진다. 친구들에게 그 링크를 공유하면 된다. 웹포스터 제작 등 모임을 개설하기 위해 들어야 했던 시간과 비용이 확 줄어드니, 구현력이 높아진다.


5. 모객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어 좋다. 클럽하우스를 사용하는 목표가 해당 주제에 대해 누군가와 편하게, 예의를 갖춰, 깊게 토론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할 때, 이야기 나눌 한 명의 친구만 있어도 된다. 방을 열었는데 이야기를 나누러 올 사람이 없으면, 그냥 방을 닫으면 된다. 그리고 다른 방에 놀러 가면 된다. 내가 연 토론방에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오냐에 구애받지 않을 마음만 있다면, 클럽하우스는 내가 고민하는 주제가 다른 누군가에게도 중요한 이슈인가를 확인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공간인 것 같다.


6. 뉴비들의 사회적 발화, 공적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참 좋은 것 같다. 우리 사회가 게을러서 그동안 찾지 못했던 공적 말하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는 공간으로 유용하게 사용될 것 같다. 물론,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말하기에 잠시 속을 수도 있지만, 오래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는 법. 클하가 우리의 공적 담론장을 보다 다양화시키는데 작게나마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다.


7. “수다s = 공적 담론” 클하를 이용하며, 수다의 유익함, 공적 기능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이런 공간들이 너무 없었다는 걸 절감했다.


8. 모더레이터나 스피커 중에 “나 그 분야 잘 아는데~” 이런 자세를 가지고 있거나, 스피커의 말마다 코멘트를 달면서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의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가 않았다. 이건 온∙오프라인 모두 다 적용되는 문제일 텐데, 글은 필자의 이런 태도가 좀 숨겨지는 측면이 있는데, 실시간 대화 속에서는 말하는 이의 평소의 습관, 태도가 묻어날 수밖엔 없다 보니까… 그런 스피커를 만날 때마다, 잠시 방을 나갔다가 말을 끝날 때쯤 다시 들어오고 싶어 진다. 동시에 나는 말할 때 평소 어떤가… 계속 반성을 하게 된다.


9. 모더레이터와 스피커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서로의 생각, 언어, 지향점들이 맞춰져 있는 사람들이 개설한 방이 오래 머물기 좋았다.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토론을 통해 서로가 찾아내고픈, 혹은 찾아가고픈 지향이 어렴풋하게나마 있다 보니, 토론이 무척 밀도 있고, 솔직하며, 예의가 갖춰진 채 이루어져서인 것 같다. 또, 오프라인에서 동료 그룹으로서 만나는 이들의 대화가 포털의 악성 댓글 토론과 같을 수 없는 것처럼, 클럽방을 닫고 나면, 다시 오프라인에서 만나야 할 관계이므로, 인신공격성 토론이 아닌 예의를 갖춰 진행돼서 그런 것 같다. 유머스러운 방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인 중심의 토론 모임이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더 장점이 많은 것 같다. 리스너로 있다가 스피커로 질문할 수 있는 공간들이 열려있으니까, 서로가 그걸 잘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오히려 클럽하우스를 통해 각자의 네트워크를 공적 토론장에 꺼내놓았다는 점에서, 이 안에 논의되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듣고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폐쇄적이라기보다 열림을 지향하는 플랫폼이라는 느낌을 현재까지는 더 많이 받는다.


10. 그런 점에서 수에 상관없이, 일상에서 자신의 고민을 나눌 수 있고, 사회적 문제에 관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지향이 비슷하고, 언어가 닮은, 벗, 동료들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클하를 더 잘 사용하게 될 것 같다.


11. 대화 중에 단어들을 섬세하게 걸러내고, 이 언어들이 혹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을까 세밀하게 살피는 방이 참 좋더라. 토론의 뜨거움과 별개로 대화하는 사람과 대화 속에 논의되는 존재들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 방이 참 좋더라.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아서인 것 같다.


12. 안드로이드 버전이 얼른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누군가 애초에 참여하지 못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 주는 불편함, 미안함이 있다. 클하와 줌을 연계해서 토론모임을 열어볼 방법이 없을지 찾아보고 있다. 100% 완벽하진 않겠지만,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떼구룩 떼구룩 머리를 굴려보고 있다.


13. 클하를 통해 유머가 얼마나 중요한지, 매력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방은, 오~ 예!! 너무 진중하기만 한 방은… 듣다가 졸려 ㅠㅠ


14. 일주일 동안 2개의 토론방을 개설했고, 4개의 토론방에서 스피커로 이야기할 기회를 얻었다. 기후위기 방 열고 이 방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한 스피커 분의 이야기에 우리 모두 찡했다. 여러 다양한 주제의 방들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 섀도우캐비닛도 쫄지 말고 열심히 활을 쏘아 올려 봐야겠다.




<개설한 방>


- [의정보고서 만드는 사람들 & 의정보고서 읽는 사람들] 

1st 리뷰보고서 장혜영 2020 의정보고서 <차분하고 급진적인> (21.2.6. Sat. pm9 - 10:30), 총 12명의 스피커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최대 300명 정도의 분들이 함께해주셨다. 킬링 포인트. 장혜영 의원이 등판했다! 꺄올~~ 이어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리스너로 참여하다 잠깐 인사하고 내려갔다. 오올~~ 이게 클하의 묘미인가!


- MZ세대들이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들어보았던, “나는 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21.2.10.Wed. pm9), 총 7분의 스피커 분들이 참여해주셨다. 최대 30명 정도의 분들이 함께 해주셨다.


<스피커로 참여한 방>(이야기 나눌 기회 주셔서 감사했어요!)

- 국회 보좌진들이 개설한 방 2개

- 드라마 추천방

- 제목 없지만 주제 있게 흐른 방


<재미있게 들은 방>

- 아 거참 모더레이터 양반 혐오발언하면 바로 정정을 하거나 오디언스로 내리고 그럽시다 의견인양 들어주지 말고

- [미디어 클럽] 타인의 고통을 미디어는 어떻게 재현하고 있을까

- K-장녀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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