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 일은 모르겠다. 이젠 생각 그만하고 그냥 살아보자.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8개월 때까지 일하고 쉬다가 4살 때 1년 동안 일을 했다. 아이를 보내고픈 기관을 찾기 위한 행동이었지만 내 기대는 실망이 되었고 1년을 채우고 퇴사했다. 그리고 그때 받은 퇴직금으로 아이가 5살 되던 해에 첫 해외여행을 갔다.
아이가 좋아하는 다양한 교통기관을 보여주기 위해서 홍콩으로 갔고 5박 6일 동안 비행기, 이층 버스, 빨간 택시, 지붕 없는 버스, 배, 트램, 공항철도? 등등 다양한 교통 기관을 체험했다.
두 번째 해외여행은 아이가 9살 되던 해 영어를 왜 사용해야 하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 괌으로 가 보았다. 물론 아이는 오락실에서 노는 걸 더 좋아했지만 물놀이도 많이 했고 한국인도 많이 보았지만 외국인도 보았다.
그다음은 아이에게 사막을 보여 주고 싶어서 가까운 베트남으로 갔다. 달랏이라는 곳으로 가서 프로펠러 비행기도 타보고 그 당시 세상에서 가장 긴 놀이기구 같은 것도 탔다. 그리고 크레이지하우스라는 곳에 가서 쫄보 엄마를 걱정하며 씩씩해진 아들을 만나 볼 수도 있었다. 남편이 오토바이를 한대 빌려 셋이 끼여 타고 다니며 구경을 했다. 무이네에서 사막도 보았고 깊은 수영장에서 실컷 수영도 했다.
해외로 떠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러시아도 갔었다. 이 때는 아들과 단둘이 가는 첫 여행이었다. 비행기 좌석이 없다고 업그레이드해 줘서 처음으로 비즈니스 탈 기회가 있었는데 대신 하루 늦게 출발하라 하길래 그냥 이코노미 타고 간다고 했다가 남편이 무조건 비즈니스 타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루 늦게 비즈니스 타고 갔다. 9시간 동안 아이는 처음으로 비즈니스좌석 비행기를 즐겼다.
그러고 코로나가 왔다.
방역을 철저히 하는 어미는 당연히 비행기 따위 탈 생각하지 않았고 사오 년이 흐른 거 같다. 일을 때려치우기로 결심하고 갑자기 마음이 휑할 것 같아서 급하게 여행을 알아보던 중에 가루다 항공 특가가 나와서 솔깃했지만 취소불가라 고민만 계속 해댔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3월 말에 발리를 다녀왔는데 너무 좋았다고 했었다. 숙소도 저렴하고 너무 좋았다고… 그래서 그때 바로 비행기표를 알아보았는데 너~ 무 비싸서 발리따윈 개나 줘 버려!! 라며 마음을 접었었다.
그래!! 그냥 가보자!!!
다시 가루다항공 특가를 알아보니 원하는 날짜가 다 사라졌다. 흠… 어차피 그때나 지금이나 돈은 없다. 내가 뭐 돈이 많아서 여행을 갔나… 항상 고민고민하다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해 미친 척 갔지. 물론 그러고 몰려오는 카드값 때문에 짜증이 더 났지만…
하지만 지금은 시간은 있다. 저렴하게 갈 수 있는 날짜는 폭풍검색해 보니 대략 한 달 기간이 되어 버렸다. 결국 미친 척하고 질러버렸다. 수습은 나중에 고민해 보자.
그렇게 출발했는데 복병이 나타났다. 사춘기 망나니 아들!! 오 마이 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