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은 처음이라...
망고가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이미 구조자분께서 망고를 구조한 후 기본적인 검사를 해주셨고 망고가 적응을 하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사람도 태어나면 예방접종을 하니 고양이도 접종을 해야 할 것 같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잘 몰랐던 나는 일단 ok를 했다.
며칠 동안은 소파 밑에 숨어있어서 이 아이의 적응기간이 길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5일쯤 되었을 때는 신나게 돌아다니며 놀기도 하고 우리들 옆에서 넉다운되어 잠을 자기도 했다. 그래서 망고가 우리 집에 온 지 9일째 되던 날 드디어 첫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남편은 볼 일 있다고 외출을 했고 나도 동물병원은 처음이고 혹여나 데리고 가다가 고양이가 탈출할까 봐 불안 불안했는데 다행히 구조자분께서 같이 가주시기로 했다. 그리고 초기에 고양이 사료와 모래, 물품 등등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나가다 보니 아직 고양이 이동장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구조자분께서 빌려주신다며 가져오신다고 했다.
3월부터 시작한 평일 알바는 늦어도 오후 12시 30분에는 출발해야 했기에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을 10시에 가기로 했는데 구조자분께서 아무래도 망고가 또 낯설어하고 숨을 수도 있다며 9시 30분에 와주셨다.
며칠 전만 해도 구조자분 댁에서 잠시나마 고양이 형님들과 행복한 시간도 보내고 구조자분과 잠도 자던 녀석인데 낯가림이 심한 건지 다시금 소파 밑으로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물론 나랑 둘이 있어도 아직 서먹한 사이였던 터라 망고를 데리고 병원을 가는 건 쉽지 않았을 거다.
"망고야! 네가 이럴 줄 알고 내가 일찍 왔어~!" 라며 구조자분께서는 장난감을 꺼내 망고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지만 쉽사리 망고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다.
며칠 전 초보 집사들이 여기저기 동물용품점을 다니며 고양이 용품은 잘 모르니 쭈뼛거리고 있었는데 그중 친절한 직원분이 이것저것 알려주셔서 혹하는 마음에 구입한 츄르가 있었다.
구조자분께서는
"아직 이건 안 주는 게 좋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라며 최후의 수단인 츄르를 까셨지만 역시나 우리의 망고는 쉽사리 넘어가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나마 노련한 구조자분께서 끈질기게 망고의 관심을 끌어주셨고 드디어 낚아채 이동장에 넣기 성공! 놀란 망고는 탈출하려고 잽싸게 점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동장 투명 문에 머리를 박고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야옹~"
'앗! 아직 망고의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 같은데 얼마나 놀랬으면!!' 하는 마음과 급 졸아버린 망고를 보니 괜스레 짠하고 안쓰러웠지만 예방접종은 필요한 것일 테니 마음 단단히 먹고 도보로 2~3분밖에 안 되는 거리라도 놀란 망고가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동장을 안아 망고에게 내 얼굴을 보여주며 걸어갔다. (물론 내 얼굴이 더 무서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가게 된 동물병원...
나도 동물병원은 처음이기도 하고 어릴 때 개한테 물린 기억으로 혹여나 많은 동물들을 보면 어떻게 하나 순간 급 쫄았지만 난 망고 엄마니까~! 우리 망고에게 좋은 병원인지 열심히 스캔하며 들어갔다. 다행히 다른 동물들은 보이지 않았고 여기저기 병원을 다녀보았지만 왠지 동물병원은 낯설었는데 그나마 구조자분이 계시니 빠르게 접수하고 그 옆에 고양이 대기실이란 곳을 들어갔다.
"오늘은 몽이하자~!"
구조자분께서 망고를 구조하고 이름을 몽이라고 정하고 진료를 봤었고 지금은 우리 집에 입양 와서 망고지만 어찌할 바 모르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오늘까진 망고 보호자 역할을 자처해 주셨다.
망고도 쫄고... 나도 쫄고 있는 사이에 진료실 문이 열렸다. 의사 선생님이 계셨고 책상과 컴퓨터... 사람병원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동안 망고가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 후 의사 선생님께서는 예방접종과 귀청소와 망고의 여기저기를 살펴봐주신다며 일어나시려고 했다.
그때 구조자분께서
"저 안에서 봐주시는 거죠? 주사 맞는 거라 보호자가 안고 맞으면 좋을 것 같은데..."라고 하시길래 뭔 말인가 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처치실(?) 같은데 들어가서 고양이를 살펴봐주시는 것 같았다. 구조자분은 많은 고양이들을 데리고 동물병원도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신 분이라 내가 모르는 것들을 참 많이 알고 계셨고 의사 선생님은 들어가서 망고를 살펴본 후 주사는 보호자가 있는 곳에서 맞춰주시겠다고 했다.
쫄보가 되어있던 망고는 의사 선생님 품에 안겨 처치실로 들어갔는데 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망고가 너무 신경 쓰여 종종거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니 망고가 나왔고 몸무게는 1.6kg이며 잘 크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망고의 첫 예방접종시간!!!
난 망고와 서먹한 사이였기에 구조자분께서 망고를 잡아주시고 나는 그 옆에 서서 '안쓰러워 어쩌나~'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남편과 아이도 망고가 주사 맞는 걸 궁금해할 것 같아 의사 선생님께 동의를 구하고 짧게 촬영을 했다.
아직 얘기라 못 느낄 거라 하셨지만...
우리 망고는 한껏 고개를 처박고 있었는데 주삿바늘로 약이 들어가는 순간! 망고의 뒷다리가 쭈욱 펴졌다가 움츠러들었다.
망고는 그렇게 찍소리 하지 못하고 첫 접종을 마쳤다.
구조자분께선 망고가 이동장을 적응할 수 있게 집에 두라고 하시곤 집 앞에서 헤어졌고 나와 망고는 그렇게 집에 들어와 널브러졌다.
안타깝게도 나는 알바 갈 시간이 다 되었고 망고만 두고 나가기 여러모로 마음이 쓰여 습식사료와 건식사료도 넉넉히 두고 좀 편히 쉬라고 포근한 담요도 꺼내 소파 위에 올려주었다.
"망고야, 4~5시간만 지나면 형이나 아빠 올 거야. 그때까지만 좀 푹 쉬고 있어~"라며 기운 없이 축 쳐져있는 망고에게 인사를 하고 일을 갔는데 역시나 가는 내내 너무 신경이 쓰였다. 업무 시작 전 cctv로 잠시 집안을 살펴보니 다행히 배 까고 낮잠을 자고 있는 망고~!
좀... 괜찮은 것 같아 잠시 마음 놓고 신나게 일한 후에 먼저 집에 간 남편에게 온 문자를 보니 아침에 까놓고 먹지 않은 츄르도 잘 먹고 사료도 먹고 잘 놀고 있다고 했다.
아이도 예방접종하고 나면 밤새 열이 날 수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칭얼대기도 했던 터라 고양이도 비슷할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망고는 접종날도 그다음 날들도 잘 지내주었다.
그리고 망고의 첫 예방접종을 남겨두기 위해 찍은 동영상은 저녁에 가족들 보여주려고 확인해 보니 고양이 주사 맞는다고 내 정신도 나간 건지 주사 맞는 영상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고 바닥만 3초 정도 찍고 끊겨있었다... 헐~ 그나마 캡처가능했다. ^^;;;
3주 후 망고의 2차 접종날이 되었다.
망고가 우리 집에 온 지도 한 달 정도 되었고 이제는 나랑도 좀 친해진 듯한...(나만의 착각인가...^^;;;)
그래도 동물병원은 내겐 낯선 곳이기도 하고 고양이는 겁이 많아 도망가면 못 찾는다고 해서 겁도 나서 죄송하지만 구조자분께 같이 가자고 부탁드렸는데 구조자분께서 집으로 들어오면 망고가 또 숨을 것 같으니 병원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나도 이젠 이 정도는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고 소파에 앉아 망고를 불렀다.
소파 밑에서 내 얼굴을 한 번 쓰윽 보더니 훌쩍 올라오는 녀석을 몇 번 쓰다듬어 준 다음에 잽싸게 잡아 이동장에 넣었다. 또다시 당황한 망고는
"야옹~" 소리내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였지만 망고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작은 담요와 리본끈 하나를 넣어주었다. (망고야~ 상황 설명한 거 알아 들었지...?' ^^;;;)
이 날도 역시나 망고가 놀랄까 봐 이동장을 안고 걸어갔는데 저번보다 조금 묵직해진 느낌이 들었다.
"망고야~ 이번엔 몇 킬로 됐을까?? 너 좀 무거워진 것 같아~"라며 주저리주저리 망고에게 말하다 보니 병원 도착~! 이번에도 동물환자들은 없었고 잠시 구조자분을 기다린 후에 진료를 보았다.
"이 분이 몽이 입양하신 분이에요."라며 구조자분께서 의사 선생님께 나를 소개하셨는데 내가 그럴 자격이 있는 건가 싶으면서도 진짜로 망고와 한 가족이 된 것 같아 뭉클했다.
망고는 내 품에서 2차 접종을 했고 저번처럼 다리를 쭉 펴진 않았다. 그리고 잠시 기본케어를 하기 위해 들어갔다 나왔는데 1.92kg이며 이번에도 잘 크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저번에는 구조자분 옆에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제 나는 망고엄마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는지 뜬금없이
"이 예방접종을 왜 하는 거예요?"
"뭐가 좋은 거예요?"
"우리 망고 고양이 성장속도에 맞게 잘 크고 있는 거 맞나요?" 등등...
아이 키울 때도 물어보지 않았던 질문들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물론 고양이에 대해서 공부를 하긴 하는데 의사 선생님께 직접 들으면 더 속 시원할 것 같다는 생각은... 말 같지도 않은 소리고 그냥 용감해졌나 보다. ^^;;;
이 날은 내가 알바를 안 가는 날이라 구조자분과 음식을 포장해 와서 집에서 먹으면서 망고를 살펴봤는데 안방 장롱밑으로 숨은 녀석은 3시간 내내 나오지 않았다. 구조자분께서 가시니 잠시 나왔다가 날 보고 또다시 장롱 밑으로 줄행랑~
"뭐냐... 너... 내가 너 병원 대꾸 갔다고 나 밉상된 거야??"
아무리 망고에게 놀자고 장난감으로 유혹하고 상냥하게 굴어도 나오지 않았고 아이가 올 때가 됐길래 오래간만에 마중 가서 망고가 이런이런 상황이다라고 하소연을 하고 들어왔고 아이는 바로 안방으로 들어갔는데
어느새 망고는 나와 형아의 손길을 느끼고 있었다.
"망고~! 내가 병원도 데리고 가고 밥도 챙겨주는데 형만 좋아하기야?!!" 질투가 나긴 했지만 망고가 누구라도 의지할 수 곳이 있는 것 같아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