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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tonCottage Apr 29. 2016

Westie 몰리; 산책의 변질

어떻게 산책이 변하니?!

게으른 귀차니저이지만 나무, 노래, 걷기를 좋아하는 나는 학창 시절, 나무가 울창한 산등성이 옆 길을 따라 이어폰을 끼고 흥얼거리며 버스 서, 너 정거장쯤은 종종 걸어서 하교를 하곤 했다.


그런 내가 W몰리를 데려오기 전부터 상상하던 기분 좋은 그림이 몇 개 있었으니 그중 하나가 당연히 산책이었다. 녀석을 데려 올 당시, 운 좋게도 집 주변에는 작은 언덕들과 잔디밭, 아담하지만 울창한 숲이 있는 긴 산책로가 있었고 탬즈강이 인접해 호수도 몇 있었다. 녀석과 나란히 숲과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그 길을 걸을 생각에 한참 들떴었다. 아직 작은 녀석이지만 마치 보디가드처럼, 혹은 말없이 발을 맞춰주는 친구처럼. 얼마나 흐뭇한 광경일지, 훗. 들뜬 기분으로 예쁜 빨간색의 리드 줄과 목줄을 사고 파란 뼈다귀 모양의 이름표까지 준비해 두었다. Vet은 백신을 놔주면서 '4주 동안은 근신하라~'라고 조언했지만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몰리~산책?"

Molli - "..."

"산책~좋아? 산책 가자! 산책~"

산책은 기분 좋은 일이고 그런 신나는 일을 위해 차야하는 목줄도 긍정의 물건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한껏 목소리를 높여 빨간 목줄을 흔들며 산책 산책 거렸다.


도로를 건너 개울을 지나,

잔디를 밟으며,

숲길을 따라,

나무 사이로.


쬐깐한 하얀 놈이 짧은 다리로 열심히 내 걸음을 따라 걸었다.

뽈뽈 돌아다니는 W몰리
우리 둘의 발들이 잔디와 나뭇가지와 흙과 아스팔트를 함께 밟는 소리.
신.난.다.


처음 함께 나온 산책이라 녀석을 놓칠까 내심 긴장을 했던 지 어느새 보니 빨간 리드 줄을 너무 꽉 잡아 손바닥에 손톱자국이 나있었다. 염려가 무색하게도 몰리는 항상 내 발 옆에 딱 붙어 걸었고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날 벌써 반려인으로 받아들인 듯 여물지도 않은 다리로 열심히 따라와 주다니.

듬직한 놈.

우리의 첫 산책은 평화로웠다.


얼마 후,


Molli - "낑 낑 캉 캉~" (목줄을 끌고 오며)

목줄이 산책을 의미하는 걸 벌써 알아채림. (...천잰데?)


몰리는 산책의 즐거움을 너무 많이 알아 버렸고 힘 좋은 땅사냥개의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K - "몰리~몰리!!"

M- " 기다려. 천천히~!"

W - "야! 몰리!"

"야!!!!!!!!!"

 이런 식이라고나 할까...안되는 그림 솜씨로 애써 표현해봄.

내가 생각하던 그 산책은 서서히 변질되고 있었다.

숨바꼭질 산책...

고성방가 산책...

전쟁 같은 산책...

운동회 같은 산책...

더러운 산책...


[알아두기]

어린 강아지는 면역력이 약한 관계로 백신을 맞은 후 약 4주까지 산책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잔디나 길거리에서 병원균에 쉽게 노출될 수 있으며 바이러스를 가진 다른 개를 만날 경우 케넬 코프(일종의 개 감기)에 옮아 기침, 콧물 등의 증상으로 고생할 수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새끼 강아지의 경우 아직 반려인과의 교감이 부족하고 교육이 덜된 상태이므로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 따라서 반드시 리드 줄을 잡고 반려인의 곁에서 걷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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