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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tonCottage May 11. 2016

Westie 몰리;식탐 비극 1

개가 식탐이 많을 때

몰리는 우리 집에 오기 전부터 식탐이 남달랐던 듯하다. 


집에 온 첫날, 똥똥한 배속에 가득 찼던 걸 쏟아냈는데 그 속엔 온갖 먹지 못할 것들이 들어있었다.

흙, 돌, 쇠, 밧줄...

아마도 그 집 정원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막 주워먹었을 것이다.


잘때도 밥이 있는 곳에서.


사료 포대에 기대어 잠을 자는 가 하면 한 번도 먹여본 적이 없는 사람이 먹는 과자 상자에 집착을 하기도 했다. 산책을 하다가 길에 떨어진 먹거리를 향해 안간힘을 써서 리드 줄을 끌어 달려가는가 하면 거리에서 치킨 사냥 중이던 몰리에게서 자칫 위험할 수 있는 닭 뼛조각을 뺏으려는 우리들의 손을 녀석이 물어 손등에 구멍이 난 적도 있다.

(꽃도 먹을 거임? 꽃은 먹지 마렴...친구야 이쁜 친구)


어느 날부터는 어디선가 꺼억 꺼억하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 달려가 보면 대체 어디서 물어왔는지 그 조그만 입 안으로 지 몸보다 긴 양말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다가 여의치 않아 괴로워하는 중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입에서, 아니 목구멍에서 쑤욱하고 양말을 끄집어 내보면 끈적 축축하게 젖은 양말은 꿉꿉하고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양말을 다 치운다고 치워도 꼭 어딘가에서 찾아내어 그렇게 양말을 먹고 있었다.  왜 이렇게 식탐이 많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개들은 원래 그런가 하며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후에 주변의 입 짧은 개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이러 저러한 사례들을 접하면서 아마도 음식에 대해 강하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지금은 추측한다.


개가 식탐이 생기는 몇 가지 이유

1.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
2. 몸 상태가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는 등의 건강상의 이상
3. 충분치 않은 음식에 대한 기억이나 상황

 * 최근 영국 캠브리지대에 따르면 라브라도 레트리버의 경우 '식탐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율급식을 하면 식탐이 줄어든다고 하여 시도해봤지만 저러다가는 배가 터질 때까지 먹다가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중지하였고, 그나마 개에 대해 1의 지식이 더 있었던 J의 제안으로 '기다려'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때부터 식구들은 몰리에게 밥을 줄 때는 밥그릇을 앞에 두고 각자 나름 할 수 있는 최대한 낮고 엄한 목소리로 '앉아~기다려~'를 실시했다. 비교적 효과가 있었다. 녀석은 '기다려'가 들리면 멈춰 있어야 한다는 것에 점차 익숙해졌고 밥 이외의 엉뚱한 것에 입을 대려 할 때 누군가 '안돼, 기다려~'라고 하면 멈칫했다. 그 사이 우리는 그 엉뚱한 물건을 치울 수 있게 되었다.(물론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먹을 것을 보고 버르장머리 없이 상 위로 달려드는 모습과 기다려를 듣고 '앉아 기다려'를 실시하는 몰리)


몰리의 식탐이 점점 더 왕성해지던 시기, 아마도 어린 강아지들은 씹을 것이 필요한가 보다 라고 생각해 개껌, 개뼈다귀들을 사다 주곤 했다. 하지만 사냥개 유전자를 가진 웨스티 녀석은 어린데도 불구하고 강한 턱을 가지고 있는 바람에 1-2분 정도면 단단한 개뼈다귀를 다 해치우고 또 달라는 몸짓을 했다.


M - "친구 말로는 수의사가 사과를 주는 게 개뼈다귀보다 좋다고 그랬대"


동생이 말했다. 개뼈다귀의 정체를 의심해 왔던 나는 솔깃했다. 개라고 해서 개 음식만 먹어야 하는 게 아니었구나... 개용 음식만 먹여야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나와있길래 사람이 먹는 걸 주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기저기 찾아보니 의외로 강아지와 사람이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꽤 많았고 개껌이나 뼈다귀보다 과일이나 야채를 자주 주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정보들도 있었다.


M- " 바나나 주자"


마침 우린 바나나를 먹고 있었다. 엄지손톱만큼을 뚝 떼어 몰리의 밥그릇에 떨구어 주었다. 녀석은 '이건 뭐니'라는 표정으로 먹질 않고 우리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내 사료와 양말, 개뼈다귀 같은 것만 맛봤던 몰리는 바나나의 냄새가 낯설고 탐탁지 않았는지 킁킁 거리며 선뜻 입에 넣질 않았다.


일동 - "몰리 맛있어 바나나야 바나나 먹어~"


우리는 몰리를 부추겼다. 몰리는 우리를 믿었던 건지, 주저주저하다가 날름 입에 넣고 몇 번 오물거리삼켰다. 그리고 급!하게 우리를 쳐다봤다. 그때 몰리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게 있었어?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게 있었어?!!'라는 놀라움이 꽉 찬 땡그랗고 강렬한 눈빛.

개에게도 표정이 있다.


개에게도 표정이 있고, 개도 맛을 안다는 것을 그때 크게 알게 되었다. 그 후 바나나, 사과, 딸기, 체리, 귤, 수박 할 것 없이 우리가 먹는 웬만한 과일은 죄다 나눠먹었고 녀석은 식탁 위에 과일이 차려지건, 밥이 차려지건 늘 자기에게 돌아 올 순서를 기다리며 앉아 있거나 버르장머리 없이 서서 보채다가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상추, 브로콜리, 배추, 당근 등등 몰리에게 주는 먹거리의 종류는 점점 다양해졌다. 이렇게 잘 먹고 좋아하는데 어떻게 사료만 먹일 수가 있겠나 싶었다. 

우리는 녀석이 한 세상 맛난 거 많이 먹고 살기를 바랐다.
(올려달라는 중 ) W몰리-'소파에 나도 좀 앉자.'

녀석이 오물거리며 받아먹는 게 너무 귀여운 나머지 5인의 반려인들은 그릇에 주는 대신 몰리가 우리 손에서 직접 먹을 것을 가져가게 했고 바나나, 딸기와 같은 좀 크기가 있는 음식들을 잘라서 주는 대신에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으면 스스로 베어 먹게 했다. 그게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런 행위가 후에 어떤 일로 돌아올지 그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식탐비극2에서 계속...)



[INFO]

요즘엔 개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먹으면 안되는 것들을 참 쉽게 잘 정리한 사이트가 많다. 강아지에게 음식을 줄때 참고하면 좋다. 단, 개들은 사람처럼 음식이나 주위 환경에 대해 알러지를 가진 경우가 상당하다.(심지어 동네에 아는 개들의 경우 음식 뿐만 아니라 잔디나 먼지 알러지가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반려견의 알러지에 대해 확신이 없을때에는 급식하는 것에 신중해야 하며, 더 정확히 하고 싶다면 피검사를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급식을 하면서 반려견의 발, 피부상태 등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지 잘 살펴봐야 한다.

ⓒ Fi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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