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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rtonCottage Jun 17. 2022

고백

반성문

   한 집에  같이 는 이 분(?)을 만 이래 난 분노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기술터득했고, 그로 인해 나란인간의 쩍쩍 갈라진 밑바닥 드러난 줄 알었다. 그런데 웬걸, 육아를 하며 그 바닥은 끝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고 파고 파고 더 파고 내려 저 지하세계에 시커멓게 웅크리고 있또 다른  맞닥뜨렸다. 그건 참으로 어둡고 놀라울 정도로 못난 존재와의 조우였.


   로부터 매일같이 못난 면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옹졸하고, 치사하고, 비겁하고, 재수 없고, 거짓말쟁이고, 이기적이고 모순투성이에, -특히 잘난 내가 가장 용납할 수 없는 최악- 무지함과 멍청함까지. 물론 저런 것들은 어찌 보면 보통의 인간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평범한 단면 들일 것이고  덮어두고 모른 척했으나 살면서 이미 내가 충분히 풀풀 풍기고 다녔을 못남이었으리라.  


  그런데 문제는 나인간의 그 못난 면면들이 하필이면 수십 년의 나이 차이를 가진 고작 두세 살짜리 어린 약자에게 향한다는 이다. 내 앞에 선, 세상에 나밖에 없 미완성의 작은인간에게. 기껏해야 '안 잔다고, 안 먹는다고, 큰소리로 떠든다고, 코를 안 푼다고, 손을 안 씻는다고, 오줌을 참는다고' 그런 등등의 사소한 일들로 난 아주 아주 옹졸에 꼴값을 떨며 쉽게 화를 내고 레고를 안 사준다 협박을 일삼거나 그래서 되겠냐며 비아냥거리고 여우가 신발을 물어간다는 둥, 아무  말들을 만들어내 겁을 주곤 한다. 고작 40여 개월짜리를 상대로, 사십몇살의 내가. 


   한 번은 멍청하게도 야경증인 줄도 모르고 감히 엄마를 때린다며 뇌는 컴컴하게  있는 상태에서 눈만 뜬 채 두려웠었을 아이를 똑같이 되갚아  적도 있으니, 최악이다. 


 그 후로 난 매일 날마다 순간순간 문득 불현듯 그 밤의 내 행위를 떠올리고 후회를 곱씹는다. 그리고 곧이어 후회에서 밀려온 날카로운 자책감 가슴팍을 마구마구 할퀸다. 설거지를 하다가 이를 닦다가 빨래를 널다가 아이 손을 잡고 길을 걷다가, 아무 때고 할퀴어진다. 그 밤엔, 구지 말하자면(자책감에서 벗어나고자), 하필  안경 코받침을 강타당해 깜깜한 방에서 별들이 보일 정도로 아팠고 그 충격에  반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꿀밤을 몇 대 준거라고 계속해서 내 폭력을 정당화하려 지만 이것만은 도저히 안된다. 자다가 잠꼬대를 한 것이나 다름없던 아이가 얼마나 무서웠을. 용서가 안돼.


   나의 육아는 때론 아니 종종, 자주, 매일매일 또 매일  이렇게 최악이다. 완벽하고 싶었지만 실패이다. 오늘도 자기 전에 코를 풀지 않겠다고 베개를 방구석으로 끌고 가 얼굴을 파묻고는  계속 훌쩍이며 고집을 피우는 아이 한참 실랑이를 했다.


"후릅 후릅"


"코딱지  자기 전에 코 풀자. 안 풀면 불편해. 잠 못 자. 기침할 거야 안 풀면. 기침하면 또 토할 거고. 코 풀고 자자 어서! 이리 와. 빨리 코 풀자 어? 이리 오라고! 코.... 코.... 코..... 어쩌고저쩌고 어쩌고저쩌고 코 코코 코 코코!"

.

.

.

"내일 풀자~후룹"


"...?(순간 당황, 잘못 들은 줄)

무슨 코를 내일 풀어? 빨리 와! 너 코 안 풀면 내일 초코쿠키 안 준다!(코와 초코쿠키는 몬 상관? 코, 초코?)"


쟤 귀에 내 말이 들리긴 하는 건지 아들램은 후룩후룩 코를 먹다 잘도 잠들었다. 결국 코는 내일 풀 것이고 초코쿠키도 내일 먹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밤 나는 초코쿠키로 하잖게 협박하며 딜을 하려다 실패한 것을 또 후회한다.


'내가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인이었나.'

어제도 그제도 했던 똑같은 생각을 하며 하루가 끝났다.


그래, 그래도 오늘은  반성문을 채웠다네.

.

사족,

인생은 돌고 도는 메리 고 라운드라 언제고 저 아이가 성장해서 더 늙디 늙은 나에게 저리 군다면, 내가 했듯.

난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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