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남용 Mar 26. 2021

두고 오기

산티아고 순례길

인천행 항공권을 발권하고,
배낭을 수화물로 맡기려 했다.

어깨끈에 흔들리지 않게 단단히 묶어 두었다.

잠깐. 이 나무 스틱은 안될 거 같은데?
아 진짜? 왜? 그럼 기내에 가지고 가면 안 돼? 나한테 너무 소중한 물건이라 가져가고 싶은데. 어떻게 안될까?

길에서 주운 이 나무 스틱이 마치 금은보화라도 되는 듯.
아깝고, 아쉬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천천히 부탁하고 사정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나는 도와줄 수가 없어. 대신 비닐을 하나 줄게. 여기에 배낭이랑 잘 넣어서 저쪽 수화물 검사하는 데로 가봐. 수화물 탭을 부착했으니깐 가서 직접 물어보고 맡겨.

찾아간 그곳에선.
귀찮은 듯 단호히 No! 만을 반복한다.
어찌할 바를 몰라 서성이며 울먹이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사실 안 되는 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챙겼던 건데.

여행을 일상으로 가져오는 일은..

역시 안되나 보다.


-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매거진의 이전글 Hello~my friend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