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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인 Oct 03. 2016

익숙하지 않은 당신이 좋아요.

*포토에세이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는 즐겁다. 요즘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처음 가는 곳, 동호회 이런 활동들이 낯가림이 심한 나에게는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라니 그게 즐거울까? 통하는 게 있을까? 

무슨 주제로 대화를 이끌어나갈까? 어색할 거 같아.  

란 생각이 주 생각이었고, 절대 먼저 다가서려고 하지 않고 누군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렸으며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정말 먼 얘기였다.   



그런데 요즘은 타인과의 대화가 참 즐거워졌다. 문제는 익숙한 내 지인과의 대화보다 훨씬 즐겁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나와 익숙한 사람과 대화를 하는 것보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더 편했다. 


      

나도 이 사람을 모르고, 이 사람도 나를 모른다.  

나도 이 사람의 주변 사람을 모르고, 이 사람도 내 주변 사람을 모른다.  

나는 이 사람을 처음 봤고, 이 사람도 나를 처음 봤다.   

우리는 서로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이게 굉장히 편하게 느껴졌다.  

잘 아는 익숙한, 자주 보는 사람과의 대화는 그 사람의 주변 사람과의 관계와 그 사람을 알게 되고부터 머리에 입력돼버린 이것저것 (성격이라던지, 싫어하는 말, 행동 패턴), 요즘 근황, 눈치를 신경 쓰느냐고 대화할 때 꽤 피곤하고 염증을 느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보통사람들보다 사람의 변화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눈치를 보는 것도 있다.

분명 나하고 익숙한 사람인데 점점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익숙해지는데 어색한 느낌.  

나는 익숙해질수록 그 사람이 불편해지고 어색해졌다.  


이런저런 것을 신경 쓰는 것뿐 아니더라도 사람이 사실 익숙해지고 친해지면 사람의 태도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데 나는 이것도 꽤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사람이 한결같아야 하는 건 사람이기에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나에게 너무나 먼 사람처럼 이질감이 느껴졌었다.   

'아 내가 편해졌구나'라는 걸 느끼는 순간 나의 존재가치도 뭔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사실 내가 익숙해져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나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을 수 도 있고 다양하다.

이 다양함마저 나는 또 고민을 하게 되어 피곤했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즐겁다.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니 서로 적당한 예의와 적당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또 여기서 선을 긋게 돼버린다. 더 이상 친해지지 않고 , 이 이상 친해지면   

이 사람의 태도와 나의 태도가 변해버릴까 봐.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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