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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인 Nov 28. 2016

내가 할 수 있는 글


벌써 20번째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해서 내 브런치에 들어가  

내가 써본 글을 몇 번이나 세보곤 했다.         

브런치에 처음 작가 신청을 할 때 사실 기대도, 확신도 전혀 없었다. 아.. 전혀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한 1%의 혹시라는 것은 좀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 글자를 다룬다는 것은 나에게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지금 나는 일러스트와 그림책을 공부하고 있고,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며, 이미지로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과 글로 나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해보라고 한다면 역시 나는 이미지가 좀 더 익숙했고, 글을 쓰는 '작가'라는 호칭은 나에게 너무 대단하고.. 뭐랄까 어떻게 범접할 수 없는 멀기만 한 나와는 다른 존재 같은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선' 글을 잘 쓴다'라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언어 구사력, 뛰어난 문장, 글의 진행이 매끄러워야 며 끝맺음도 정확하고, 많은 미사여구와 눈에 보이듯 생생한 묘사력이 보이는 글을 써야 한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또 글자라는 것은 이미지보다 훨씬 세고, 분명해서 이 글자라는 것에 나의 생각을 담는다는 것 자체가 나의 생각을 너무 분명하게 내비친다는 느낌에 좀 꺼려지기도 했다.  


  

좀 어려워 보이게 써야 하나? 글을 읽을 때 마치 하나의 영화 장면이 떠오르듯 묘사와 문장을 꾸며주어야 할까? 이런 단어는 너무 없어 보이지 않을까?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문장을 쓸 때 좀 짤막짤막하게 쓰는 편이다.  

그러니까 문장 자체가 별로 길지 않은 편이다. 이것저것 살을 붙이고 다듬어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있는 문장력을 기르고, 쓰고 싶었지만 오히려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었다.   

쓰면 쓸수록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내가 지금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에 집중을 해야 하는데 , 다른 곳에 신경이 쓰여 진행도 되지 않고 몇 번이나 지우고 쓰고 지우고 쓰고를 반복했다.    


   

또 다른 어려웠던 점은 에세이라는 것은 어쨌든 나의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었는데 나는 웬만큼 내 생각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이것을 밖으로 꺼내고 마음속에서 발굴해내는 데 어려움을 좀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머리가 백지가 되곤 하는데  

"네 생각은 어때?"  

라는 말을 나는 싫어했다. 한참 다들 발표를 하고 의견을 꺼내고 있는 토론 시간에 고개를 푹 숙이며

'아 나는 그냥 지나쳐줬으면 좋겠다'라고 되뇌 인적도 많고  

갈등을 겪을 때도 내 생각은 그냥 묻어버리고 , 삭히고, 나도 내 감정을 모를 때가 많아   

나의 생각을 굳이 말로 내뱉는 게 아니라 모니터 속에 옮겨 적는데도 나는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해야 했다.    

내 감정은 어땠지? 내 생각은 어때?  

이게 진짜 내 생각인가

이게 진짜 하고 싶은 말인가.

      

복잡하게 자꾸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진행도 안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할 수 도 없을 거 같아 그냥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는 것처럼 , 가지고있는 그대로 써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다.  

부담감은 조금 버리고,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글을 하자.  

내 생각이 들어가고 ,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들어가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는 글.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욕심보다 글다운 글을 쓰는 것이 우선 내가 목표로 삼고 있는 중이다.

이런 부족한 글에 공감을 해주시거나, 같이 생각을 공유해주시는 분들이 계셔 항상 감사하고, 계속 글을 써보고싶다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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