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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혜인 Sep 21. 2016

제주도 뚜벅이 여행

*포토 에세이

문득 여행사진을 오랜만에 들추어보았다가 작년에 다녀온 제주도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시월, 한창 마음이 복잡할 때였던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에 달 했을 때 나는 휴가를 빼고 제주도를 다녀왔다. 혼자서 터벅터벅.  

한창 억새가 흔들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 가을의 감성이 내 마음을 좀 다독여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가을의 제주도를 다녀왔다.  

  

2박 3일 정말 짧은 일정이었지만 사실.. 그 짧은 제주도 여행은 내 어느 여행보다 기억에도 남고 많은 것을 남겼다. 나는 뚜벅이 여행으로 걷고 , 버스를 타며 여행을 다녔는데 조사를 하고 갔음에도 역시 많은 것이 어긋났다. 버스는 잘 오지도 않을뿐더러 말도 안 되는 체력에 언덕을 조금 올라가면 지치고 , 힘들고, 생각보다 날씨는 무더웠으며 엄청난 길치에게 지도는 그저 글씨가 적혀있는 종이 쪼가리밖에 지나지 않았다.  

계획에는 하루에 쉴틈도 없이 갈 곳이 빽빽이 적혀있고 보아야 할 것, 먹어야 할 것, 가봐야 할 곳이 이렇게 많은데 시간은 가고 이곳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2박 3일이라는 짧은 일정에 나는 압박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날 나는 고생을 실컷 하고 깜깜한 밤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구석 게스트하우스에 겨우 도착을 해서 짐을 풀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도 찾아오는데 버스를 잘못 타서 2시간이나 걸렸던 나는 정말 순간 눈물이 날뻔했다 내가 여행을 온 것인가? 집으로 갈까? 비행기 취소해야 하나?   

별별 생각을 다하며 그래도 배는 고프므로 저녁을 먹으러 게스트하우스 부엌으로 들어갔다.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술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석에서 밥을 먹으며 오늘 내가 한 바보 같은 짓을 곱씹고 있을 무렵 한 사람이 나에게 같이 마시자며 말을 건넸다.   

사실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고 푹 자자 하는 마음에 맥주 한 캔을 열었다. 모르는 사람과 여행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정말 생각보다 매력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볏주볏 재미도 없을 줄 알았는데 여느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것보다 재미있고 , 여행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 내가 오늘 여행지에서 있었던 일. 좋은 맛집 추천 등 많은 것을 나눌 수 있었다. 맥주를 마시다 게스트하우스 주인께서 자기가 만든 샹그리아를 한잔씩 주었고, 귤 하나, 그리고 개인의 살았던 이야기. 너무 아름다웠다 그날 밤은. 내가 방금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  

나랑 이야기를 나눈 그 사람들은 배낭여행객이었다. 한 명은 3주일 동안 또는 한 명은 한 달 동안 제주도를 걸어 다닌다고 한다. 나와 같은 여자인데도 정말.. 너무 멋있게 느껴졌다  

벌써 제주도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났고 다리도 아프고 힘든것도 있었지만 제주도가 너무 아름다워서 행복하다고 했다.  

술을 마시고 내방에 돌아와서 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늘 왜 힘들었을까? 나는 오늘 제주도를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봤을까?  

그리고 이유를 알아내고 내 계획서를 그냥 구겨서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내일 갈곳 한 곳을 설정하고 맘 편히 잠이 들었다.   

나는 분명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고, 숨통이 트이고 싶어서 제주도라는 곳에 왔는데 여기서도 나는 쫓기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계획과 조금만 틀어져도 불안했던 회사에서와 똑같이 나는 이곳에서마저 여행을 일처럼 하고 있었다.  


  

다음날 나는 똑같았다. 버스를 한 시간씩 기다리고 길을 잘못 들고 , 내가 가려던 맛집은 사람이 너무 많아 몇 시간씩 기다려서 포기도 하고 내 생각과 다른 일은 역시 많았다.  

그래도 마음은 한결 편했다. 정말로 어제와는 완전히 달랐다.   

나는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더 내 눈에 제주도의 하늘이던, 옆에 나무던 평범한 것도 눈에 담으려고 했고, 계획에 없었던 곳에서 뜻밖에 발견도 하고 좀 더 그 시간을 즐기고 여유 있는 그런 여행을 했다. 상황은 어제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나는 정말 즐거웠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나는 일상에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계획을 세울 때 지키려고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을 하려고 하는 목적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이 기준이 되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쫓기지도 않고,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다.   

짧은 2박 3일, 하지만 나는 정말 그 여행에서 많은 것이 변했고 또다시 한번 뚜벅이 여행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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