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혜인 Sep 19. 2016

우울합니다. 나는

*포토에세이


나는 곧잘 우울함이라는 늪에 잘 빠진다. 나도 모르게 가랑비에 젖듯이 서서히. 정신을 차려보면 우울함에 잔뜩 젖어 있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한참 그 상태에 빠져있는다.   

눈물이 펑펑 나오기라 했으면 좋겠는데 엄청난 우울함에 빠져있을 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냥 마음속에 무언가 숨을 쉴 틈도 없이 꽉 차있고 답답한 이 뭔지도 모를 솜덩이같이 축축한 것을   

누군가가 치워주거나, 아니면 빨리 내 머릿속에서 제 발로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름대로의 방법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우선 단것을 먹는다. 나는 단것을 매우 좋아하는데 아무 이유 없이 먹을 때도 있지만 역시 우울할 때 단것을 먹곤 한다. 집에 단 음식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인듯하다. 오래가지 않는 방법이지만 그래도 효과는 빠르다.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 

   

단것의 효과가 가시면 잠을 잔다.   

졸리지 않아도 억지로 잠에 든다. 음악을 듣거나 ASMR로 억지로 잠에 들곤 한다.   

잠을 자면 잠시 우울한 생각과 단절할 수 도 있고 자고 일어나면 조금 그 우울한 기분이 가라앉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울함이라는 녀석은 잠시 숨어있다가 다시 스멀스멀 고개를 내밀고 마치 출근도장을 찍듯 그다음 날에도 내 머릿속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다음엔 음악을 듣는다. 정말 신나는 노래를 귀가 아플 정도로 볼륨을 키워 가만히 듣고 있는다.  

머릿속에 노래 가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곤 한다.  

이렇게라도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우울함이 자기 집처럼 여기저기 들쑤시며 나를 괴롭힌다. 

    

또 다른 방법은 이 우울함을 다른 사람에게 토로하며 푸는 것이다. 이 방법은 예전에 많이 쓰곤 했다.  

 내가 무엇이 우울한지, 왜 이렇게 힘든지, 내 감정을 다 쏟아내곤 했다.   

하지만 이것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은 나의 감정을 다 받아줄 수 없다. 받아줄 의무도 없고. 그리고 가끔씩 우울함을 털어내려다 오히려 더 우울함에 젖어 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내가 쓰는 방법들은 우울함을 극복하는 방법은 아니다. 잠시 아주 잠시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들이다.  

잠시 숨을 쉬고 다시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반복한다.    


   

이 우울함의 근원은 무엇일까? 어디서 온 걸까? 분명 어떠한 생각에서 비롯된 우울함일 것이다.  

어떠한 생각인지는 알 수 없다. 내가 하는 수없이 많은 생각들 중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또는 그저 흘러가는 생각들 중 걸리적거리는 하나가 나를 붙잡고 서서히 잠식하는 것이리라. 

  

습관성 우울함  

가끔 머릿속이 맑고 기분이 좋으면 내 머리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습관적으로 우울함에 빠지는 나는 이 맑고 깨끗한 상태가 오히려 기분이 이상하다.   

사실 우울함에 빠져있는 것이 힘든 게 아니다. 우울함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우울하지 않은 척을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괜히 우울함에 빠져있는 모습에 다른 사람까지 전염병처럼 옮을까 봐 내색을 하지 않고 즐겁게 이야기를 할 때 마음이 콕콕 쑤시고 저릿저릿하다. 다쳐서 피가 나는 아물지도 않은 상처에 거친 돌멩이로 세게 문지르는 느낌이다.  

아마 이 상처는 영원히 낫지 않고 그대로 남고 또다시 곪아 물집이 생기고를 반복할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