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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Feb 07. 2020

[뮤즈 모임] '이유식'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소재는 이유식

<출처: unsplash.com>




[뮤즈: 송진우 작가]


안녕하세요!
자~ 오늘은 아기 이유식에 대해서! 얘기해 볼게요.

아시다시피 이.유.
모유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주어지는 음식을! 말하죠.

아기는 생후 6개월이 지나면! 모유만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아직 섭식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나이죠.
 
이에 따라! 섭취와 소화가 용이하면서도! 부족한 영양을 충족시켜주는 게! 이유식의 의의가 되겠죠!

사회적으로는 친숙하기도 하지만! 우리 모임의 연령대를 살펴보니! 이! 이유식을 다뤄본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병원에서도! 소화시키기 쉽다는 이유로! 이유식과 유사한! 음식이 나온다고 해요.

저는! 병원식조차 먹어본! 적이 없어요.

신기하죠?

우리 모두 어렸을 적에는! 이유식을 먹었을 테지만! 성인이 되어 표현력을 갖추니까! 지금에서는!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 졌네요.

과연! 이유식을 주제로 한! 시나 소설은 어떨까! 기대를 해볼게요.

쉽지 않은 주제였어요.




[뮤즈: Estela 작가]


<쉬운 글>

펜 한 자루와 손바닥만 한 종이에
너무 값싼 글을 적어본다.

세월은 어렵다고 하는데
내 할 수 있는 것은 펜 자루 쥐는 일.

어머니의 손마디는 딱딱 굳었다.

인생 동안 노동을 하느라
혹은 매 아침 쌀 씻느라
손마디에 뭉친 세월을 쥐고

어머니 백안엔 마른 눈물만
주름처럼 슬프게 패여 있었다.

세월은 어렵다고 하는데
펜 자국이 굳은 내 오른손 중지는
희극처럼 통통한 살이 차오른다.



<어떤 장례식>

옛날 옛날에 A, B, C, ..., X, Y, Z가 살았다.

A는 C가 암에 걸려야 함을 직감한다.

A : C는 곧 죽을 거야.
B : 그래도 쓸 만한 녀석이었는데.
A : C가 살아있으면 병이 전염될 거야. 우리 모두 병들게 뻔해.

C는 유능했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었으나 마을을 황폐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마을은 회의를 통하여 그런 C에게 암을 선고했다.
그나마 사형 선고가 아닌 것은 일말의 회생 가능성을 주었음이었다.

A : C는 최후 변론을 하시오.
C : 저는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A : (신파극을 찍고 있군.)
C의 여집합끼리: (무얼 사랑한 거지?)
(자기 자신!)

주변에 있던 X, Y, Z까지 등을 돌린다.

A는 망설임 없이 단검으로 C의 목을 벤다.

C의 모가지가 데굴데굴 굴러가 시야에서 벗어난다.

A : 우리 함께 C와 함께한 시간을 묵념합시다.

A, B, D, ..., X, Y, Z는 모가지 없는 C의 껍데기를 둘러싸고 일동 묵념한다.

C가 좋아하던 시인의 시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다.

영면하소서...
영면하소서...

B : C의 자리가 비었는데 어떡하지?
A : 당분간은 괜찮아. 곧 어디선가 C가 나타날 거야.

A, B, D, ..., X, Y, Z 일동 퇴장.



<질투는 나의 힘>

너는 오만하다.
네가 지은 성이 세상인 양 지껄이는 너는, 재수 없다, 거만하고 무지하다.

너는 이기적이다.
너의 전 애인들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는 너는, 정말이지 못됐다. 얄밉다.

내가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됐는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나는 너의 오만함을 숭배한다. 네가 세운 얄팍한 성에서 이상한 경외감을 느낀다.
그 성 안에서 너와 나 단 둘이 우주가 꺼질 때까지 숨고 싶다.

너의 못됨과 얄미움마저 나에겐, 그런 너를 사랑할 힘이 된다.

질투는 나의 힘.

너는 솔직하고 배려하지 않는다.
전 애인들의 취미와 습관들을 나에게 강요한다.

나는 너의 배려 없음마저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그녀들의 모양을 따라 하려 한다.

전 애인들과 함께했던 사진들을 멀뚱히 전시하는 너의 잔인함이 이제 나에겐 진보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아프게 너를 사랑한다.
너의 뾰족함들을 모조리 품어 내 등이 뚫리고도 뚫린 등이 허전할까 너를 사랑하기를 멈출 수가 없다.




[뮤즈: FYDFYD 작가]





[뮤즈: 심스 작가]


<이유식에 대한 기억>

뭐랄까... 처음 입에 들어올 때 그동안 먹어온 엄마 젖과는 다르게 조금 더 고소한 무언가가 더 있었던 것 같다.

막 빨아먹던 엄마 젖과는 달리, 이것은 조금씩 씹는 맛도 있고 먹는 재미가 있었다. 딱딱한 숟가락의 감촉은 조금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엄마는 그 안에 다른 무엇을 조금씩 더 넣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날은 쫄깃쫄깃했고, 어떤 날은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가곤 했다.

어떤 날은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간'을 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아... 짜릿했다. 그 이후에는 간을 하지 않은 것은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너무 밍밍해서.

시간이 지나서 이유식이 조금씩 딱딱해지고 어느새 나는 밥에 김치와 고기를 얹어먹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엄마가 한 숟갈 한 숟갈 떠먹여 주던 때가 좋았는데, 뭐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 숟가락 정도는 스스로 들어야겠지.

홀로서기의 첫 과정.
엄마의 젖이 아닌, 땅에서 난 것을 먹는 세상 속으로의 첫 발자국.

훗... 이 정도가 이유식에 대한 내 기억의 전부다. 옛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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