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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Feb 15. 2020

[뮤즈 모임] '이유식'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

소재는 이유식

<출처: unsplash.com>




[뮤즈: Estela 작가]


<숨>

무엇이 그리운 지를 몰라
당신을 만들었습니다

나의 연인, 나의 살

내가 당신이 되고
당신이 내가 된다면 좋겠어요

입술을 맞닿아 숨을 들이쉽니다
코 끝이 부딪치게 더 가까이
숨의 근원을 찾아보지만
내 숨도 그대 숨도 허공에
동그랗게 서리어 있을 뿐입니다



<깊은 슬픔>


고작 사과 하나였습니다.
내 아끼던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나는 그저 사과가 더 살찌고 햇빛 받기를 바랐을 뿐입니다.
바람은 무정하게 불었습니다.

구덩이는 왜 이리 깊습니까?
나는 누구에게 묻는지 모릅니다.

깊은 구덩이에 사과를 묻습니다.
고운 흙으로 무덤을 쌓아봅니다.
향기로운 허브가 자라기를 바랐지만
짐승들은 날카롭게 먹이를 채어갑니다.

나는 내 것이 아닌 나무를 만져봅니다.
나무는 소스라치며 차갑게 뿌리칩니다.

땅은 내게 소리칩니다.
이 곳은 내 곳이 아니라고 합니다.
나는 가진 것 없는 실향민이었습니다.

내 아끼던 사과는 짐승의 배설물이 되었을 것입니다.
흙과 뒤엉켜 형체도 없이 깊은 곳으로
지구의 맨틀 어딘가에 스몄을 것입니다.

불구덩이에 화장당한 나의 사과는
다음 생애에는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서
고운 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땅도 흙도 필요 없는 새가 되면 좋겠습니다.




[뮤즈 : 나공주 작가]


<이유식 (간단한 글)>

학생이 처음
사회인이 처음
엄마가 처음
며느리가 처음
할머니가 처음

1학년 2반
2학년 7반
3학년 5반

이 나이도 처음......!

모두 처음에는 서툴다...
마치 걸음마 전 아기처럼...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다ㅡ!

그러므로.
우리는
일반식으로
업그레이드 전 필수로
이유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뮤즈: FYDFYD 작가]


한참을 고민했어요
너무도 오래되었다 보니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쪼그맣고 올망졸망한 입으로
오물오물 넘길 것을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한가득한데

당최 생각이 나질 않아요
어떤 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아요

누군가는 그냥 작게하면 된다고 해요
또 누군가는 부드럽게 해야 한대요
순하고 맑아야 한다고 그래요

근데 마냥 또 그렇게만 하기에는
모두의 시작이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조심스레 조몰락 만져보니
알록달록하고 화려할 수도 있잖아요

처음 경험한 그것은
눈앞에 별이 보이고
폭죽이 터졌을 수도 있잖아요

처음이라 걱정돼서 그러는 거 알아요
근데 그렇게 걱정된다며
말랑한 것만 만지다가는 지루할 거예요

결국 시간이 흘러 흘러
나중이 되어 하게 될 것은
빨갛고 노랗고 깊고 진할 텐데요

처음부터 그런 걸 꿈꿀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 보여줄 처음부터
너무 많은 한계를 만들지 말아 줘요

그때의 나도 알록달록한 것을 원했을 테니.




[뮤즈: 김샴 작가]


이+유+식=?

숫자와 기호 사이 내 정답을 만들어내
정답이 없는 밤, 내가 시작해요
물음표 저 속에서는 어떤 밥이 있을까요

움직일 필요 없는 편안한 세상 속에서
필요 없는 풀잇법만 되풀이하고 있어요
오늘도 먹어야 해요, 저 맛없는 것을

2플러스u플러스 喰은 물음표!
어머니의 사랑을 또다시 먹기 위해서
내일도 억지스럽게 로그인, 로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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