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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낮잠 Jul 29. 2021

I love you, come back to me.

I will return, I'll find you.

어제 영화 'Atonement(속죄)'를 보았다. 이미 몇 차례 봤던 영화였지만, 처음 보는 영화처럼 몰입이 되었다.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가 만나 제작된 무대라 마치 내가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도 들었고, 어쨌든 새롭게 느껴졌다. 좋은 영화는 역시 여러 번 봐도 좋다.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소설책을 읽는 듯한 기분에 나는 세실리아가 되었다가, 로비가 되었다가, 브라오니가 되어보기도 하면서 잠시 내일의 현실은 잊고 말랑거리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어톤먼트 ost를 들으면서 일할 수 있다는 것과 전쟁터가 아닌 시원한 어딘가에 앉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 갖는 힘은 정말 엄청난 것 같다.


누군가는 브라오니가 'Atonement(속죄)' 소설을 해피엔딩으로 끝낸 것은 스스로가 편해지기 위한 이기적인 속죄일뿐이며, 마지막 그녀가 내뱉는 대사에 더욱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브라오니가 열세 살부터 죽음을 앞둔 지금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는 어떤 것을 가슴에 품은 채,

첫사랑의 로비와 언니 세실리아를 추억하며 또 자기 자신을 미워하며 누군가와 사랑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하얗게 늙어 죽을 날까지 살아냈다는 것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수 같다고 생각했다.


로비가 자신을 구해줬던 그 강물에 던져진 커다란 솜 덩어리처럼.

너무 무겁게 느껴졌을 그 덩어리를 껴안고.


끝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생 동안 스스로를 가두었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소설에 자신의 죄를 변명도 미화도 꾸며주는 말도 없이 끄집어냈으니 용기 없는 나쁜 년이라고만 생각할 수는 없을  같다.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속죄하는 마음으로 형벌을 받아왔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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