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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개발자 Nov 30. 2016

결혼은 서로 다른 욕망의 동거

끊임없는 대화를 통한 협상

얼마 전, 회사 점심시간에 같은 부서에 있는 선배가 내게 물었다. " 결혼하니까 어때요? 싸우진 않아요? ". 그 선배도 나이가 엄청 많은 것은 아니지만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도 있고 슬슬 결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뭐든지 정리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선배는 자신과 달리 어지르기 좋아하는 여자 친구와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라며 "아무리 좋아도 서로 다른 사람인데, 서로 다른 점을 보면서 어떻게 살지?"라는 물음을 이어서 내게 했다. 

마침 읽고 있던 책에서 선배의 질문에 어울리는 대답이 있어서 아래와 같이 말해줬다.

"선배님, 사랑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이들의 만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결혼은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서로 다른 것의 만남에 어찌 충돌이 없겠는가? 신혼 초기에는 충돌이 없어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각자의 마음속 깊이 있는 욕망들이 서서히 올라오게 되고 언젠가는 반드시, 사소한 것일지라도 서로 다른 욕망간의 충돌은 불가피해진다.


그렇다면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간의 싸움은 필연적인 라는 말일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욕망간의 충돌은 필연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발전해 싸우게 되는 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라는 것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도 문제가 없겠지만, 사랑은 그렇지 않다. 내가 나만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도 상대방만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상대방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상대방을 위해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일종의 욕망의 협상이 필요한 것인데, 이 협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대화다.


소위 '이 사람과는 말이 잘 통한다'는 관계가 있다. 이들은 서로의 욕망이 충돌되는 상황에서도 자신과 상대방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협상을 해 나간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의 일부를 포기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욕망을 실현할 기회를 더 주기도 한다. 절대 협상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안 해!'와 같은 감정적으로 진행 중인 협상을 결렬시키지 않는다.


대화를 잘 한다는 것은, 내 의견을 효과적으로 상대방에 전달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기반으로 한 협상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일반적인 협상과 다른 것이 있다면, 1:1 교환과 같이 정량적인 욕망 실현의 권리를 얻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 또한 감내할 줄 아는 것 또한 일반적인 협상과 다른 것이다. 


계속 쓰다 보니 한없이 희생해야 한다는 식의 야기만 한 것 같은데 (...) 

오히려 상대방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상대방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한다면 1:1 교환이 아닌 1:N 의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해 주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와 비슷한 맥락으로 서로 다른 욕망의 충돌을, 협상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더욱더 뜨거운 사랑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내 것을 더 양보하고 상대방의 것을 존중해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든다면, 그 사람과 내가 서로의 욕망을 이해할 수 있는 사이인가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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