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일곱살 나는 결혼이 좋다
어린 시절, 미술을 하는 친척 누나의 영향으로 만화책을 사보곤 했다. 그때 보던 만화책의 장면 중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한 장면이 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어린 시절의 내게도 감명 깊은 내용이었다 보다.
예를 들어 사람의 좋은 점이 주먹밥의 매실 장아찌 같은 거라고 한다면 그 매실 장아찌는 등에 붙어있을지도 몰라. 세상 사람 누구나 등에 여러 가지 모양, 여러 가지 색과 맛의 매실 장아찌가 붙어있어. 하지만 등에 붙어있는 탓에 모처럼의 매실 장아찌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
- 후르츠 바스켓 2권 中
사람들은 다른 이의 장점을 부러워한다. 그리고 자신은 수십 가지의 단점만 있는 단점 덩어리로만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자기 자신도 남들에게는 "부러운 장점을 가지고 있는 타인"으로 보이고 있진 않을까?
당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라. "내게 장점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그러면 그 사람은 옅은 미소를 보이며 이렇게 이야기하지 않을까? "네, 물론이에요. 당신은 너무 멋진 것을 가지고 있답니다."
누구나 분명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단점에만 관심을 준다면, 장점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마치 물을 주지 않는 식물은 시들 듯이 말이다.
나는 지금 서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사람과 살고 있다. 나와 누구보다도 가깝게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내 와이프는 다른 사람들에게 들어 본 적 없는 내 장점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곤 한다.
배우자는 다른 사람들보다 나에 대해서 더 많이, 더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장점을 찾아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자신의 장점을 알게 된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나만의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기분이 든다.
이렇게 와이프는 내 장점을 발굴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도 하지만 살다 보면 잊고 지내는 내 장점을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사람의 뇌는 생각보다 멍청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딘가에 써 놓고 매일매일 보지 않는다면 잘 잊어버린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장점을 어딘가에 써 놓고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읽어보고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장점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기도 한다.
잊고 지내던 혹은 잊어버릴 듯하던 내 장점을 상기시켜주는 배우자와 산다는 것은 위에서 말한 행동을 하지 않고도 계속해서 자신의 장점을 잊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과 같다. 자신이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면 그것은 결국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지금 스스로 볼 수 없는 장아찌를 봐주고, 그 장아찌를 칭찬해주며, 항상 그 장아찌를 가지고 있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과 살고 있다.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어떤 것보다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