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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근데 현실은 왜 이러죠?

by 달숲

한동안 일 벌이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 언행불일치를 또 시전 하고야 말았다. 지난달 신규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오늘은 급기야 스페인어 책을 샀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왜 이러는 건지...?


음, 생각해 보니 업무로 인한 압박 때문인 것 같다.


8월 한 달 동안 영어도서관에서 성인 그룹수업을 하게 되었다. 것도 오랫동안 해보고 싶었던 토론 수업. 그런데 여기서도 언행불일치 이슈가 발생했다. 신바람 나서 수업준비를 할 줄 알았는데 진척 속도가 더뎌도 너무 더디다. 결국 전날까지 PPT를 고치고 또 고쳤다. 막상 수업하고 나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데, 준비과정이 지지부진하니 매 순간이 고통스럽다.


혹시 학생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수업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으면 어떡하지?로 시작한 고민은 개미군단처럼 불어나 뽈뽈뽈 머릿속을 행진한다.


이런 와중에 팟캐스트와 스페인어 책이라니.


생산성 노예는 또 다른 생산성으로 도망치며 상황을 애써 외면하는 건가.


멍 때리는 시간이 하루라도 주어지길 기도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분명 뭔가를 찾아내어서 하고 있을 것이다. 인사이드아웃 불안이처럼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피곤한 성격 탓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되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불안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왔기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도 벌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이 드는 것의 근사한 점은 받아들이는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포용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 그 덕에 용기를 잃지 않고 난관을 헤쳐나간다. 비난하는 목소리에 넉다운되지 않고 그마저도 끌어안고 영차영차 나아가는 것이다.


살아오며 축적해 온 인생 데이터는 어떻게든 해낼 거라 응원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오늘 무척 고단했으니 괜찮은 하루가 곧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심호흡 크게 하고 할 일을 처리해 나가자.


역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쁘기만 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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