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괴로운 달이었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에. 도대체 누가 쫓아오길래? 돌아보면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지고, 뭔가를 하면 괴로웠다. 어쩔 줄을 몰라 몸과 마음을 혹사시켰다.
치가 떨리도록 싫은 행동을 하는 건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할 일이 쌓였는데 애써 외면하고, 읽히지도 않는 시집을 꺼내 든다. 꾸역꾸역 페이지를 넘기지만 와닿는 글자는 손에 꼽는다.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쌓여있다. 쫓기는 감정이 든 건 책들이 나를 등뒤에서 노려봐서가 아니었을까. 어떨 때는 한 장 펼쳐보지도 않고 중고책방에 팔기도 하니 뭐 하는 짓인가 싶다.
혐오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럴 때는 역시 글을 써야 한다. 비뚤어진 마음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언제나 글쓰기였으니, 오늘도 날카로워진 마음을 글 쓰는 시간이 어루만져 줄 것이다.
사람들은 '혐오하지 마세요.'라고 하지만 이 또한 일종의 혐오이지 않을까. 혐오를 혐오하는 것. 무언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싫어하는 것이 절로 생겨나는 법이다. 기호가 있는 사람에게 혐오는 떼어낼 수 없는 것.
그러니까 A라는 사람이 좋으면, A를 나쁘게 대하는 B가 싫어진다. 좋아한다는 것은 호불호가 넝쿨째 굴러오는 종합세트라고 볼 수 있겠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 결국 우리는 혐오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A를 좋아하는 동시에 싫어할 수도 있으니 참으로 요상한 존재다, 인간이란.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성가셔하고 귀찮아하지 않던가. 혐오의 새싹은 어디에서나 빼꼼 고개를 쳐들고 있다. 그러므로 이거는 이거다, 저거는 저거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모두 조금씩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작은 일에 어쩔 수 없이 화를 내는 것이 또 인간이지 않던가. 특히나 혐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딱 좋은, 이토록 개인화된 사회는 이기심이 싹트기 제격인 환경을 갖고 있다. 세균처럼 번식하는 왕성한 이 마음을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나 좋으면 그만이라는 사람의 낯짝에서 희망을 찾기란 어렵지만 분명 그 사람에게도 좋은 구석이 쥐똥만큼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