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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날덕 Feb 11. 2024

7. 설 특집: 2023년 리뷰

안녕하세요 무라카미 씨, 벌써 2024년 설이네요. 


매년 새해를 맞을 때마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를 어찌 보냈나 돌이켜보게 되죠. 하지만 막상 작년 새해 첫날엔 뭘 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걸 보면 시간이 빠르다는 건 역시 느낌뿐이고, 실제로는 무진장 길고 지난한 한 해를 보낸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그냥 노화로 인한 단순 기억력 감퇴거나 알코올성 치매일지도요. 이렇든 저렇든 뭐 결론적으로 큰 차이는 없으니 이유는 제 맘대로 셋 중 하나 고르도록 할게요.


자, 그래서 오늘은 지난해 리뷰를 해 볼까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일들은 다 빼고, 소소하고 별것 아닌 일들만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들이란 이렇게 적어두지 않아도 기억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Stronglifts 5x5


이전 글 - 대장 내시경은 힘들어 - 에서도 적었다시피 작년 8월부터 Stronglifts 5x5라는 스트렝스 프로그램을 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62회를 마쳤으니 나름 꾸준히 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그전까지는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무라카미 씨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 여섯시~여섯시 반쯤에 일어나 주에 평균 3회, 회당 5km, 총 15km 정도는 뛰어왔었죠. 그러다 아침에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날도 너무 덥고 하니, 시원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뭐 없나 두리번거리던 와중이었습니다. 마침 집 근처에 새로 헬스장이 오픈한다고 해서 - 무엇보다 오픈 기념 세일을 한다고 해서 - 빵 사러 다녀오는 김에 들러 휘리릭 등록을 하고 오게 된 것이었죠.


자 그럼 헬스장에서 무슨 운동을 하지 - 이전에도 PT는 여러 번 받아봤었고, 나름 어렸을 때 하던 루틴도 있긴 했습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너무 지루하다는 거였어요. 그렇다고 크로스핏 하듯 시간 재면서 혼자 부랴부랴 와드를 하기에는 너무도 민망했구요. 뭘 하면 좋을까 이래저래 검색해 보다 발견한 게 바로 스트렝스 프로그램, Stronglifts 5x5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스쿼트, 데드리프트, 벤치프레스, 오버헤드프레스, 바벨로우, 이렇게 소위 Big 5라고 부르는 운동을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매일 이 다섯 개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A와 B로 나누어 격일로 진행합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되는 거죠.


              1주 차 월요일: 운동 A - 스쿼트 5x5, 벤치프레스 5x5, 바벨로우 5x5            

              1주 차 수요일: 운동 B - 스쿼트 5x5, 오버헤드프레스 5x5, 데드리프트 1x5            

              1주 차 금요일: 운동 A - 스쿼트 5x5, 벤치프레스 5x5, 바벨로우 5x5            


이렇게 격일로 월, 수, 금 했으면 토, 일은 쉬고 다음 주 월요일에 운동 B부터 다시 진행하면 되는 겁니다. 

              2주 차 월요일: 운동 B - 스쿼트 5x5, 오버헤드프레스 5x5, 데드리프트 1x5            

              2주 차 수요일: 운동 A - 스쿼트 5x5, 벤치프레스 5x5, 바벨로우 5x5            

              2주 차 금요일: 운동 B - 스쿼트 5x5, 오버헤드프레스 5x5, 데드리프트 1x5            


어때요, 간단하죠? 게다가 5x5라는 이름대로 동작 5번을 한 rep으로 5 rep을 수행하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각 rep 간에는 3분을 쉬는 게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딱 25번만 들면 한 운동이 끝나는 형식입니다. 아, 물론 저 25번은 본 무게를 들 때 이야기고, 본 무게까지 다다르기 위해 웜업 운동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스쿼트 본 운동 무게가 120kg이라고 가정하면,

              웜업 1: 빈 바벨(20kg) 5회            

              웜업 2: 빈 바벨(20kg) 5회            

              웜업 3: 40kg 5회            

              웜업 4: 60kg 5회            

              웜업 5: 80kg 5회            

              웜업 6: 100kg 5회            

이렇게 웜업 세트들을 모두 수행하고 나서 본 무게인 120kg을 5번씩 5회 들면 한 운동이 끝나게 되는 거죠. 


이 25회를 모두 깔끔하게 잘 수행했다면, 그 다음 번에는 무게를 2.5kg 늘려서 다시 도전하게 됩니다. 즉, 월요일에 스쿼트 120kg 5x5에 성공했다면 그다음 수요일 운동에서는 스쿼트 122.5kg로 5x5를 시도합니다. 마찬가지로 성공했다면 다음 번 운동 때 +2.5kg로 시도하고, 만약 실패했다면 무게 변화 없이 재도전을 진행합니다.


원래는 딱 12주, 36회 정도만 해 볼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네요. 느낀 장단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장점: 간단하다. 기록이 느는 걸 볼 수 있어 소소한 성취감이 든다.             

              단점: 일정 수준 이상 진행하고 나면 이전만큼 쉽게 무게를 올리지 못한다. 웜업을 고려하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위의 장점이 단점을 충분히 덮을 수 있다고 느껴 올해도 꾸준히 해 볼 생각입니다. 올해 목표는,

              스쿼트: 현 125kg --> 목표 145kg (20kg 증량)            

              데드리프트: 현 145kg --> 목표 165kg (20kg 증량)            

              벤치프레스: 현 75kg --> 목표 90kg (15kg 증량)            

              오버헤드프레스: 현 55kg --> 목표 65kg (10kg 증량)            

              바벨로우: 현 80kg --> 목표 95kg (15kg 증량)            


GenAI가 이제 그림도 막 만들어주는군요 허허..



다시 이직 - A사로의 귀환


작년 중순, 저 Stronglift 5x5를 시작하던 시점에 이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12년간 무려 4번째 이직을 하게 되었네요. 이번에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제 기본 원칙을 폐기한 케이스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나름 두 가지 원칙에 맞추어 움직여 왔습니다. 

              다녔던 회사에 다시 가지 않는다.            

              했던 롤을 다시 하지 않는다.            


즉 지나간 버스와 전 여자친구의 법칙에 의거하여 이직을 해 온 건데요, 이번에는 무려 전 전 회사의 과거 그 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같은 회사의 같은 롤이라고 하더라도 조직과 리포팅 라인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만 아무튼 저 원칙에는 정면으로 위배되는 거였죠. 이렇게 된 이유 역시 두 가지입니다.

              갈 회사가 없더라... (또르르)            

              마침 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는데, 잘 주겠다고 하더라.... (아이고 예 예 감사합니다요)            


그리하야 과거 3년간 다니던 회사에 돌아오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알던 그곳이 아니더군요. 그때는 저와 같은 롤을 하던 사람이 50명 가량이었는데 지금은 무려 150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골 부락처럼 옆집 숟가락 젓가락 개수 다 알던 예전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아무래도 서울 한복판 아파트 이웃들처럼 데면데면하게 목례 정도만 하면서 지내게 되더군요. 아아 이것이 고도성장인 것인가, 이웃 간의 정이며 나누는 마음이며 다 같이 모여 웃고 떠들던 술자리는 다 어디로 갔누 - 소리를 입 밖으로 꺼내려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세련된 도시민의 페르소나에 맞추어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헤어졌던 여자친구를 다시 만나본 적은 없는데, 왜 다시 만나지 말라고 하는지는 이번에 잘 알겠더군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의 레트 버틀러의 대사가 떠오르는 경험이었습니다. 


"What is broken is broken-- and I'd rather remember it as it was at its best than mend it and see the broken places as long as I lived."


하지만 위의 2번 이유로 매달 월급날마다 감사하면서 살아가게 된 2023년이었습니다. 원칙 그따위 게 밥 먹여주냐



그 외 소소한 것들


다시 라디오를 듣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고 KBS 클래식 FM을 틉니다.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을 들을 때와 달리 상당히 편안한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아서 음악을 골라 틀어준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더군요. 음악 고르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게다가 누가 설명해 주니 더 편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입장하면 단일 코스 요리가 나오고 웨이터가 식재료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는 미슐랭 쓰리 스타를 가는 거구나 깨달았죠(못 가봄).


아이코스를 새 버전으로 바꿨습니다. 이거 좋더군요. 특히 이전 버전에서는 기기에 남은 담뱃재/담뱃잎을 청소해야 하는 게 번거로웠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인덕션 같은 원리라나요. 이렇게 신박한 것들이 발명되고 있는 21세기에, 왜 우산은 몇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걸까요? 제가 나름대로 굳게 믿고 있는 명제가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중국이 월드컵을 우승하면 그때 선진국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와 "AI가 우산을 획기적으로 개량한다면 그때 인간은 AI의 배터리 신세일 거다"입니다. 


음식은 여전히 열심히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만 더 이상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SNS는 점점 뉴스 보기 용도 내지는 주변 사람들 생일에 인사하는 용도가 되어가고 있어요. 요즘 인스타를 보다 보면 노출증 환자들과 관음증 환자들이 한데 어울려 지내는 파라다이스 같아서 참 보기 좋습니다(?).



무엇보다 이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앞으로도 매주 월요일 저녁에 쓰기 시작해 갓 화요일이 될 즈음 업데이트를 할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되겠다 싶으면 주에 한 번 정도 더 써 볼 생각입니다. 자주자주 뵈어요 무라카미 씨. 아 맞다, 이 블로그 주소를 모르셔서 글을 못 보신다구요? 언젠가 누군가가 어떻게든 알려주지 않겠습니까? 모쪼록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한 해 되시길 빕니다! 


이거 한글인데 읽을 수 있으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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