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Apr 29. 2021

디카페인 커피가 없었더라면

만성위염 환자의 커피 줄이기 대장정

나는 커피를 참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좋아한다.


아침잠을 깨워주는 따뜻한 모닝커피 (드립커피가 제격이다. 산미가 많이 없는 적당히 고소한 원두로 드립을 내리다 보면 아침잠도 깨고 사무실에 들고 갈 수도 있고) 부터, 집중력 떨어지는 오후 업무시간에 마시는 달달한 바닐라크림콜드브루까지. 세상엔 맛있는 커피가 정-말 많다.


하지만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듯 나는 만성위염과 역류성식도염, 바렛식도에 위궤양까지 있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젠 진짜 커피를 줄여야 되겠다 싶었다.


그때 내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준 디카페인 커피들이 참 고맙다. 물론 의사 선생님은 디카페인 커피도 소량의 카페인이 들어있으니 최대한 커피류는 안 먹는 게 좋겠다고 하셨지만, 어떻게 좋은 것만 하고 살겠습니까 선생님.


다행히 회사 근처에 빈브라더스BeanBrothers가 있다. 여기선 모든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선택할 수 있다.


1년 동안 디카페인 커피를 취급하는 여러 카페들을 다녔고, 제법 유명하다는 커피 로스터리에서 판매하는 디카페인 원두도 제법 마셔봤다. 확실히 일반 커피보다는 깊은 맛이나 풍미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맛에 최대한 건강도 지키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회사는 다녀야 되고, 커피는 정말 못 끊겠고, 위장 질환은 점점 심해지고, 조금 덜 해롭게 마셔볼 대체품이 없나 찾고 있는 사람들에겐 디카페인 커피를 추천한다.


나 같은 디카페인 유목민을 위한 몇 가지 팁을 공유하자면,


1. 서울에서 제일 편하게 디카페인 커피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스타벅스다.

; 블론드 원두를 제외하고는 모든 에스프레소 음료를 디카페인 원두로 변경할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 근처에는 스타벅스가 최소 한 두 개는 꼭 있는데, 커피는 마시고 싶고 카페인은 줄이고 싶다면 스타벅스로 가보자. 디카페인 원두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어서,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면 구매해서 먹어보는 것도 좋겠다. 매장에서 원하는 굵기로 갈아주기도 하는데 (스타벅스 원두만 가능) 아무래도 바로바로 갈아먹는 게 신선하긴 하다.



2.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네이버쇼핑, 쿠팡  온라인에서도 디카페인 원두, 드립백 구매가 가능하다.

; 요즘엔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는 사람들도 많고, 사무실이나 캠핑 가서도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드립백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잔에 4,000원~5,000원 하는 커피를 매일 카페에서 사 먹기도 부담스럽고, 디카페인 원두를 취급하는 카페를 찾기 어렵다면, 집에서 직접 내려마시거나 드립백을 이용하는 방법도 좋다.


아침에 여유가 있다면 미리 그라인딩 해놓은 원두로 핸드드립을 해도 좋고, 좀 더 진하게 마시고 싶을 땐 모카포트를 이용해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해볼 수도 있다.



3. 디카페인 커피도 소량의 카페인이 있으니 신경 쓰이고, 진짜 커피는 정말 못 끊겠어서 답답하다면,

; 카페인은 중독을 일으킨다. 커피를 끊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이 중독현상 때문인데, 마치 흡연자가 담배를 끊기 힘든 것처럼 한번 커피에 중독된 사람은 한 번에 끊어내기가 정말 쉽지 않다. 필사적으로 커피를 끊기 위해 노력해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대체재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안심되는 건, 무카페인 차 그리고 오르조(ORZO)


무카페인 차는 허브차부터 차이티까지 다양한 종류들이 있고, 네이버에 검색만 해봐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다. 위장질환을 가진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임신 중인 분들까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차는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


가장 자주 먹는건 센터커피의 디카페인 원두와 허니앤손스 무카페인 차이티


보리차를 커피와 비슷한 공정으로 처리한 오르조(ORZO) 임산부 커피대용차로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온다.


이렇게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분노의 업무 회의 끝에 마시는 카페인 가득한 커피의 유혹을 끊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디카페인 커피가 없었더라면, 커피 줄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디카페인 커피만 먹다가 가끔 레귤러 커피를 마시면,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그 풍미는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만족스럽다.


하지만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먹고 싶은 것만 먹고살 수 있을까.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야지.


채식주의자를 위해 비건 메뉴를 추가하는 식당들이 늘어나듯, 이제 카페에서도 마트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메뉴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