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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민송 Oct 29. 2017

마인딩 노트 2.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해지는 법

얼마 전 마음관리법에 대해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주제는 마인딩의 주요 유저이기도 한 20대, 30대의 마음관리.

조금 급하게 날짜가 확정된 강연이라 나도, 주최 측도 홍보는 거의 못했지만, 

그래도 한 명 한 명 눈 마주치며 강연할 수 있어서 좋았던 자리였다.


그렇게 기분 좋게 강연과 질의응답을 마치고 여유롭게 정리하고 있는데, 

아까 강연을 들으셨던 분 한 분이 다가오셔서 좀 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대표님이 말한 행복도 결국 여유롭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가능한 것 아닐까요?

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도 행복해 질 수 있나요?"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이번 강연 주제가 행복도 아니었는데 내가 이야기했던 내용 중 저런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나 당황해서 물어보니, 아까 강연이 끝나고 다른 분이 질문한 내용에 대한 이야기였다. 마음에 대한 강연을 하면 꼭 듣는 질문 중 하나인 나의 행복에 관한 이야기. 문제가 된 질문은 이거였다.



'나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단언컨대 정말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사실 이전에도 종종 나의 행복에 대한 질문은 받아왔지만 이는 보통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지에 관한 이야기였기에, 저 질문이 다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 시간을 벌기 위해 (ㅋㅋㅋ) 일단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부터 읊어보았다. 



나에게 행복이란 '긍정적인 감정들을 자주 경험하고 이를 음미할 수 있으며,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며 살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는 것'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낸 '나'의 행복.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이 세 가지만 충족되면 언제 어디서든 정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요즘 내 삶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의 기준이기도 하다.


아무튼 기껏 내가 생각하는 행복의 정의까지 읊었는데, 여전히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게 아닌가. 그래서 결국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그냥 떠오르는 행복했던 순간을 말씀해달라고 하셔서, 작년 8월쯤 훌쩍 다녀온 제주도 여행을 이야기했다. 혼자 성게 국수와 감귤 막걸리를 원샷하고, 사람은 거의 하나도 없는 엄청 예쁜 숨은 바닷가를 마냥 취해서 칠렐레 팔렐레 걸어 다녔던 이야기. 오롯이 내 마음과 내 현재에 집중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그 시간의 이야기.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그렇게 다가간 거였다. 그러니까 결국 나는 '여행을 떠나서' 행복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던 것.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 기억이 강렬하게 떠오른 건, 행복을 음미하는 방법 중 하나로 저때 했던 행복 녹음을 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 순간이 가장 행복해서도, 저 순간이 가장 강렬하게 행복해서도 아닌, 그냥 바로 떠올라서. 하지만 충분히 그렇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당황감과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그분이 이어서 말씀하셨다.


"자기는 사실 감정의 폭이 큰 사람은 아니고, 더더욱 요새 하루하루는 너무 바쁘다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시간을 내서 어딘가를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사실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행복해지는 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이에 대답하려는 순간 함께 있던 다른 분이 먼저 이에 대한 대답을 해주셨고, 질문하신 분이 가볍게 동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이야기로 주제가 넘어갔다. 그러고 나니 다시 꺼내서 이야기하기도 애매해서 삼켜버린 저 질문에 대한 대답. 전달하지 못한 것이 미련이 남아 결국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있다. 


여행을 다닐 때 종종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내가 현재에 정말 많이 집중한다는 것이다. 나는 여행지에 왔으니 새로운 거 잔뜩 해야지, 맛있는 거 엄청 먹어야지 하는 편은 아니다. 보통 하루에 새로운 장소 한 곳, 맛있는 음식 한 끼면 만족하는 편이고, 그 마저도 내키지 않을 때는 잘 하지 않는다. 대신 그냥 그 순간순간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걸어 다닐 때 보이는 나뭇잎의 색깔이 더 와 닿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길에도 주위의 소리를 더 많이 들으려 하며, 맥주 한 잔을 마셔도 좀 더 음미하며 마신달까. 그리고 내가 즐거워할 것 같은 것들을 더 많이 선물한다. 마음에 드는 가게 들어가 보기, 밤공기 깊게 들이쉬기, 아침 햇살 받으며 누워있기 같은. 그러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사실 여행이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여행이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봐서 더 반짝반짝할 뿐. 이는 실제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에도 담겨있는 내용이기도 하고 :)

그런 의미에서 일상을 벗어나지 않고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행의 프레임을 빌려오는 것'이다. 


하루하루 평범한 내 일상을 여행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그 순간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 내가 아무리 돈이 많고, 사회적 성공을 거두어도 여전히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순간들은 '일상'일 것이다. 그런 만큼 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든다면 삶의 대부분의 순간 얼마나 행복할까.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니 예를 들어보겠다. 여행의 매력 중의 하나는 내일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밤 자기 전 내일 기대되는 일 하나를 만들어 보자. 친구와의 약속도 좋고,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나가는 것도 좋고,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출근하는 것도 좋다. 오래 공들인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흥미 있는 수업에서 배울 내용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는 것도 좋다. 그러니 자기 전에 두근두근한 일 하나쯤 생각해 놓고 잠이 드는 거지. 그렇게 잠들면 하루의 시작이 좀 더 특별해진다. 기대되는 것이 있으니까.


그러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내 일상의 특별함을 즐기는 거다. 아침에 샤워를 한다면 따뜻한 물이 닿는 온기를, 그 순간 욕실에 가득한 샴푸 향을 즐겨보자. 그렇게 집을 나서면 하늘을 한 번 보는 거다. 3초쯤 봐주고 심호흡 한 번 깊게 하면 꽤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출근하며 등교하며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의 색깔을 눈에 담자. 햇살을 담은 초록은 맑고 투명한데 또렷해서 정말 예쁘다. 심지어 요즘은 가을이라 저런 버전의 빨강과 노랑도 볼 수 있어 정말 좋다. 학교든, 회사든 도착해서 하루를 계획하자. 계획대로 지워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집중이 잘 되는 순간이 뿌듯할 테니. 점심을 먹을 때는 맛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나는 치약으로 양치를 하는 거다. 그러고 나면 다시 집중. 집중이 잘 안되면 좋아하는 음악 한 곡 들으며 나를 달래줘도 좋다. 일하다, 공부하다 쉴 때 친구나 연인과 가벼운 카톡을 주고받으며 웃는 순간도 좋다. 오늘 해야 할 것들을 마무리하며 나설 때 노을 지는 하늘을 보거나, 시원해진 공기를 느끼는 것도 좋다. 할 일이 많아 늦게 마무리하는 날이라면 진한 밤하늘을 보며 나에게 수고했다 말해줘도 좋다.


그래, 이런 하루 속에서 나는 행복하다. 

되게 기분 좋은 나의 일상이다. 팀원들과 1분이 안 아까운 알찬 회의를 하는 것도, 사무실로 타박타박 걸어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들도, 부담스러워하던 일 하나를 끝내 뿌듯해하는 것도,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펼쳐지는 밤하늘도 다 너무 좋다. 여행의 눈으로 바라보면 일상이 행복해진다. 


중요한 건 이때 행복이 24시간 1분 1초 행복한 걸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 분명 짜증 나거나 신경 쓰이는 일이 생길 수 있고 보통 생긴다. 하지만 그건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이고, 더 나아가 그냥 너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그러니 애초에 그런 순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다 진짜 생기면 최선을 다해 해결하고, 해야만 하는 것들은 무던하게 잘 넘기자. 그다음에는 하면 좋은 것들을 하나쯤 끼워 넣고, 평범하게 지나치던 순간들을 두 번쯤 포착해 반짝임을 불어넣는 것이다. 24시간 1분 1초 행복하진 않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행복하지 않나. 


여행이 행복한 이유는 내가 특별하게 바라볼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같은 눈으로 보면 나의 일상 역시 하루하루 특별하고 행복하다. 되게 지친 하루에도, 걱정이 밀려왔던 하루에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분 좋은 순간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단지 그걸 내가 잘 포착했느냐의 문제일 뿐.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도 하루 매 순간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 꽤나 할만하게 느껴질 것이다. 어쩌면 딱 반대로 보는 게 가장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여행을 갔다 해도, '여행 왔으니까 반드시 ~해야 해'라는 생각은 오히려 행복을 갉아먹기도 하니까.


사실 난 여전히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인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의 평범한 하루하루 속 행복이 꽤나 깃들어 있음은 안다. 그리고 그 하루에 집중할수록, 더 많이 행복하다는 것도 안다. 어쩌면 가장 행복한 순간 하나가 안 떠오르는 이유는 내가 많은 순간 가장 행복해서 일수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렇게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볼 생각이다. 나에게 정말 소중한 내 삶이 특별할 수 있게 말이다 :)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그렇게 살아야지.

필자는 현재 온라인 마음 관리 프로그램 '마인딩'의 대표이자, 나, 그리고 내 마음을 위해 노력하는 한 명의 마인딩 크루로 살고 있습니다. 몸을 가꾸기 위해 헬스장을 가듯 마음을 가꾸는 것이 당연해지는 세상, 그렇게 마인딩을 만난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답게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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