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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Jan 29. 2019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영화 <증인> 리뷰


누군가 그날 밤을 목격했다

잘나가는 변호사인 순호는 회사 이미지 상승을 위해 국선변호를 맡게 된다. 가정부가 집주인을 죽인 사건이다. 의뢰인은 자살하려던 집주인을 오히려 말렸던 것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시종일관 겸손하고 애처로워 보인다. 사건에 별다른 특이점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 사건의 목격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유일한 목격자인 이웃집 자폐아 소녀, 지우. 순호는 아이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찾아가지만 쉽지 않다. 경계심이 많은데다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순호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지우와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마침내 마음의 문을 연 지우와 친해진 순호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지우는 그날 밤 자신이 본 것에 대해 진술한다. 그러나 아이의 반대편에 선 순호는 법정에서 지우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만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관계라고 후회하는 순간, 지우는 용기를 낸다. 다시 한 번 법정에서 진술하는 지우. 순호는 변호사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우의 증언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상하게도 이번 영화 <증인>의 리뷰는 쉽게 쓸 수 없었다. 아래에 나올 이야기가 아닌, 다른 질문으로 풀어보고 싶었으나 그만두었다. 굳이 자극적인 소재를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아도 재미있는 ‘착한 영화’이기에 리뷰를 하기엔 어려운 내용이었다. (마냥 칭찬만 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지만)     



이 영화는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굉장히 부드럽다. 

먼저 주인공 순호는 성공을 위해 신념을 버리고 대형 로펌에 들어간 인물이다. 자칫 돈만 밝히는 인물로 오인할 수 있지만 그 다음에 나오는 장면은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모습이며 여전히 돈에 쪼들리기까지 한다. 겉보기에 그는 정의롭고 건실해 보인다. 지우에게 친구처럼 살갑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선한 인물에 가깝다.      



“나는 너처럼 안 변해.”

그러나 부당한 일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료 수인의 눈에 그는 변절자다. 한때는 정의로운 민변이었으나 돈과 성공을 위해 그 반대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순호는 계속해서 수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 수인은 그에게 오랫동안 짝사랑하는 여자이자 순호에게 남아 있는 양심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내내 순호를 착한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 그의 입장을 이해하게 만든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하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순호처럼, 나 역시 그를 이분법적인 선과 악으로 정의내릴 수 없었다. 


순호는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찾아 왔지만 마치 동네 삼촌이나 친구처럼 아이를 대한다. 곁에서 지우를 이용한 친구보다 더 지우를 살갑게 챙긴다. 결정적인 순간에 잘못된 단어 사용으로 지우에게 상처를 주지만, 이 역시 빠르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증인이 되고 싶어. 
나는 변호사가 될 수 없을 거야. 자폐가 있으니까. 
하지만 증인은 될 수 있을 거야. 
사람들에게 진실이 뭔지 알려 주고 싶어.     

영화를 보는 내내 자폐아에 대한 배려가 느껴졌다. 지우의 자폐 증상은 시계 바늘 움직이는 소리나 개가 짖는 소리가 굉장히 크게 들리고, 사람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정을 읽기 힘들며, 한 번 본 것을 그대로 기억하는 것이다. 그런 특징들을 오버스럽게 부각시키지 않는다. 좋아하는 젤리를 골라먹고, 하교할 땐 맛있는 음식을 사먹고, 좋아하는 만화를 반복해서 보는 평범한 학생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준다. 보통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표정 공부를 하고, 싫어할만한 행동을 하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을 통해 일반인 역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착한’ 영화라고 해서 흐름이 잔잔한 것은 아니다. <증인>은 배운 대로 행동하는 지우와 무작정 들이대는 순호의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지우의 순수한 질문이나 상처받은 모습을 보며 감정을 끌어내기도 하고, 풀려난 용의자가 바로 지우에게 찾아가는 장면에서 섬뜩함을 느끼게 만든다. 마지막에 용기를 낸 지우를 보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쉴 새 없이 감정을 건드리며 지루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오히려 자극적이지 않아서 이 영화가 보기 편했다. 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장면들이 얼마든지 있지만 그러기 보다는 전반적인 톤을 유지하며 전하고 싶은 주제에 초점을 맞춘다. 깔끔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증인>이었다.     


 

+자폐 소녀 지우와 용의자 미란의 연기력이 굉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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