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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Apr 22. 2019

츤데레 고양이의 반전 매력이 담긴 로드 무비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 리뷰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로 본 영화입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양이. 도도한 얼굴로 쉽게 곁을 내어 주지 않고, 함께 하기 위해선 그들에게 ‘간택’받아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반겨주거나 다가와 안아달라는 애교를 쉽게 보여주지도 않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존재로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츤데레’의 매력을 지닌 동물이다.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그런 고양이의 반전 매력을 한껏 담아낸 영화이다. 고양이의 시점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면서 하는 생각, 다른 반려 동물과 나누는 대화, 알려진 것과는 조금 다른 고양이의 충성심(또는 우정)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고양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엔 고양이가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사토루(후쿠시 소우타)는 고양이 나나를 맡아줄 사람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길고양이 나나에게 선택받은 이후로 함께 지내왔지만 사정 상 헤어질 수밖에 없다. 친구들에게 찾아가지만 저마다의 사연 때문에 여의치 않다. 결국 사토루와 나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이모(다케우치 유코)의 배려로 나나는 그곳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사토루의 병은 악화되어 가고, 나나는 끝까지 그의 옆을 지킨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고양이의 맘속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릿 출신인 나나는 씩씩하고 주관이 강한 고양이다. 사토루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어리석은 친구들의 생각에 일침을 하기도 한다. 물론, 고양이의 생각이므로 관객들만이 알아들을 수 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나나 역시 차가운 도시 고양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조금 툴툴거리긴 해도 주인인 사토루를 생각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깊다. 겉으로 보기엔 말도 안 듣고 제멋대로인 고양이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사토루를 마음에 들어 했던 것도, 그의 마지막까지 곁에 있기 위해 노력한 것도 모두 애정에서 기인한 행동이었다.  



흔히 고양이들은 집사를 ‘간택’한다고 할 정도로 낯선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살갑게 군다든가 주인에게 폭풍 애정을 쏟아 붓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SNS에 올라오는 고양이 애교 영상에 많은 이들이 심쿵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고양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기에 이 영화는 귀엽고도 신선하다.      


영화를 보다보면, 오히려 고양이인 나나가 사토루의 보호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나나가 보는 사토루는 쓸데없는 걱정이 많고, 가족이라고는 이모 밖에 없으며, 친구들도 저마다의 문제가 있어 사토루의 아픔을 감싸줄 수 없다. 그러니 자연히 나나는 ‘내게 맡겨!’ 같은 태도를 취한다. 사토루에게 적대적인 친구의 개를 만났을 때도 복수하겠다고 벼르고, 나나를 잃어버린 줄 알고 눈물을 터뜨리는 사토루를 달래기도 한다. 아마 나나가 인간의 말을 할 줄 알았다면 아주 훌륭한 보호자가 되었을 것이다.      



로드무비답게 주인공과 고양이가 여행길에 만나는 풍경들이 아름답다. 봄의 풍경과 고양이의 조합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다만 연기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후쿠시 소우타의 밝은 연기는 좋지만 슬픈 연기는……. 그의 아역까지 발연기를 펼치는 것을 보면 캐스팅은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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