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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야 Jun 30. 2019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기부터

1. 일기 쓰기

1.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기부터 시작하자     


무언가를 쓰고 싶어 노트북을 켜고 한글이나 워드를 실행한다. 하얀 화면에 커서만 깜빡인다. 손맛을 느끼고 싶어 노트를 펼쳐도 마찬가지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 펜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젠장. 결국 낙서나 하고 만다. 글을 쓰고 싶은데 대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불타오르던 의욕이 방향을 잃고 손도 멈추었을 때, 가장 쉬운 처방전이 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막막할 때는 일기부터 시작해보자.     



일기는 어떻게 써야 할까?

일기를 안 써본 사람은 없다. 초등학생 때 강제로라도 쓰지 않았는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오늘 날씨와 일과를 적어 넣고, 방학이라 밀린 일기는 그림과 동시로도 채웠다. 하루의 마무리 단계에서 편하게 감상을 쓰면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으니 약 20권의 일기장이 모여 있다. 내용의 대부분은 친구와 만나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등의 간단한 감상이지만 가끔은 깊숙한 속마음을 적어 넣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스케줄 정리 용도의 일기는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일기를 쓰려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친구와 같이 간 한강에서 본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자세히 묘사하고, 잔디밭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서술하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오늘 회사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적거나 퇴근하면서 느낀 감정에 대해 털어놓는 것도 좋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글로 적으면 생각도 차분하게 정리되고, 자신의 감정을 더 세심하게 파고 들어갈 수가 있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일기를 쓸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만히 누워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으로 좇던 드라마나 영화는 무슨 내용이었는지, 왜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지 등의 자신의 행동과 감정을 돌이켜보면 일기는 쉽게 쓸 수 있다.     




일기의 분량은 어느 정도로 써야 하지?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오늘 하루 생각이 많았다면 A4용지 한 장이 꽉 차게 글을 적을 것이고, 딱히 쓰고 싶은 내용이 없다면 세 줄이라도 충분하다. 보통의 하루를 보냈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적어보자. 부담 가지지 말고 꾸준히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왜 일기를 써야 할까?

가끔은 이유 없이 기분이 나쁠 때가 있다. 그럴 때 일기를 써보자. 사실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이유로 인해 기분이 상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말하기는 쪽팔리고, 기분은 여전히 상해 있을 때 일기를 쓰면 상태는 한결 나아진다. 이렇듯 일기는 내면의 깊은 곳까지 파헤치고 위로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입이 무거운 존재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것과도 같다. 가끔은 혼자서 감당해야 할 감정이 무거워서 힘들 때가 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 소문이라도 나면 큰일이고, 이미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넋두리라도 늘어놓고 싶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행동은‘답정너’또는‘TMI’ 취급받는다. 묵묵히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할 때 일기를 쓰면 좋다.     


속 시원한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면서 마음도 편해지고, 그 과정에서 해답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었던 감정에 대한 답 역시 마찬가지다.      






일기그다음은?

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왜 글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았을 것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시동을 걸었으니 뭐라도 쓰고 싶어 졌을 것이다.      



어느 정도 일기를 쓰는 것이 몸에 배었고, 이젠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해보고 싶어 문서 파일을 새롭게 열어 본다. 하지만 몇 줄 적고 나니 더 이상 쓸 수 있는 것이 없다.
일기는 술술 잘 적었는데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니 부족하고,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글을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던데 왜 나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거지?    

  


이러한 의문이 들 때 에세이로 넘어간다. 




물론 워밍업을 했으니 자신이 쓰고 싶은 소설이나 글을 바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바로 시작한 경험이 있다. 나한테만 재미있는 글로 남아 버린 것이 문제였지만.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가 막연한 사람들은 일기 다음으로 에세이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루의 감상을 적는 일기와 달리 에세이에는 분명한 주제가 있다. 일기와 비슷한 형식이지만 보편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에세이 작성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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