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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Mar 24. 2024

무엇을 쓸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브런치를 써서 올리자 나 자신과 약속했기에 글은 올려야 겠고... 글을 쓰자니 일주일 동안 일 하는 것만 주구장창 바쁘게 뛰어다니며 했기에 뭘 써야할지 모르겠다. 무엇을 쓸까...? 어디 가만있어 보자... 참! 어르신들이 자주 하는 말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다! 나는 이게 어떤 뜻으로 어떨 때 사용하는지 알고 있지만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들이대며 대뜸 물어본다. “가만히 있는데 왜 자꾸 가만 있어보자고 합니까?” 그러면 그분은 머쩍어 하면서 “그게 그 뜻이 아니라...허허” 라고 대답하신다. 헤헤헤.     

 

 N잡을 하고, 또 다른 것을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우선 논문·레포트 샘플 원고 작성 테스트에서 기간내에 과제를 완수하지 못해 일을 못하게 되었다. 친구에게 과외까지 받아 어떻게 접근하는지까지 배웠는데... 그래도 배우는동안 굳어 있던 머리가 살짝 트이는 기분이었다.     

 

 또 다른 알바인 객실 청소 알바는 이상하게 하면 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 이유가 첫 번째로는 다른 일을 두 가지나 하고 온 상태에서 바로 일을 하기 때문에 예민해진다. 이 일을 하고 나면 바로 다음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을 가질 수가 거의 없다. 특히 게스트 하우스 방문객들 중에 진상들이 왔다가 가면 음식물과 다른 쓰레기들이 섞여 개판으로 만들고 가기 때문에 일도 힘들지만 내 입에서도 쓰레기보다 더한 말들이 나온다.     

 코딩 강사를 준비하기위해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고 있는데 잠이 솔솔 온다. 면접을 보았던 선생님도 일단은 강의를 먼저 완강하자고 하셨다. 그러면 강의는 언제든지 다시 들을 수 있고 본인 부담금도 다시 받을 수 있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틀어놓기만 해도 잠이 솔솔. 큰일이다!     

 

 병원에서는 두 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담배 꼴초 할아버지가 담배를 기어이 참지 못하고 내려와 피게 해달라며 본인의 과거 얘기를 꺼냈다. 젊은 시절 배를 타고 일을 했던 선장이었으며 거친 파도와 같은 인생을 살며 잠도 거의 없이 담배로 시간을 보냈다는 할아버지. 나는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한 마디 했다. “할아버지.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 남자 중에 상남자라면 약속을 어기는 것도 삼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또 어길 시 할아버지는 선장도 아니고 뱃사람도 아니며 남자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자 머쓱해하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할아버지가 “허허...고맙네. 이제 다시는 안 내려올게.” 말한다.     

 

 또 하나는 매일같이 출퇴근을 접이식 자전거로 하는 간호조무사 선생님과의 대화다. 매일같이 자전거로 출퇴근 하는게 대단하고 멋있어보여 나도 모르게 비타음료를 드리며 힘내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간호조무사는 묻지도 않았는데 본인 얘기를 술술하는게 아니겠는가. 자전거는 지금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버스보다 이게 더 나아서 그런 것이라며 올해 2학년인데 마음에 들지 않아 고민도 되고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만학도! 내가 그리는 삶 중에 하나이며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분류의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사람을 내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진심어린 경청으로 얘기를 들으니 그분이 이젠 내 얘기도 궁금하다고 하셔서 브런치 초창기에 썼던 내용 중 일부만을 구두로 전달했다. 그리고는 서로 파이팅하며 헤어졌다.     

 

 금요일에는 전 직장상사와 저녁을 먹으며 사회에서 힘들었던 일, 인생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움도 되고, 속에서 뭉쳐있던 것들이 풀리기도 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면서 쓰다보니 결국에는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을 나열하는 글이 되어버렸다. 일기 느낌이 안났으면 했는데... 난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는가!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올리자는 약속은 지켰으니 자기합리화를 슬쩍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잠에 취해 비몽사몽인 걸 감안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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