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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짜 Mar 31. 2024

N잡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세상을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고 한다. 허나 나에겐 조금 다르다. 내 성격이나 성향상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가족,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나에게 작은 변화가 생겼다. N잡을 뛰게 되면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하든 원치않든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처음 보는 다른 인간을 만나고 알고 지내게 된다.


 본업인 병원은 그전에 식당에서 일했기 때문에 아는 분들이 많아서 패스하겠다. 그 다음으로는 초등학교다. 초등학교에서는 일단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있다. 40~50대 여성분들과 2호선, 3호선, 4호선을 달리고 있는 남자들이 있다.(내가 3호선이다) 사무직을 안 해봐서 모르지만 몸 쓰는 일이라면 대체로 빨리 친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여성분들은 다 유부녀라서 학부모의 입장으로서, 엄마의 눈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을 바라본다. 우리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일 하는데 방해만 되지 않기를 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이다.


 초등학교에서 보는 아이들은 언제나 해맑고 시끄럽다. 그 기운찬 에너지가 보기 좋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쪽이 더 크다. 가만히 있어도 기가 빨린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세월이 무상하게 느껴진다. 그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기도 싫은... 그런 모호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는 게스트 하우스 손님들이다. 대부분은 체크아웃을 하고 내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없지만 그들의 흔적으로 대부분 그들을 파악한다. 깔끔하게 해 놓고 간 고마운 손님부터 쓰레기를 죄다 모아서 버리고 책상과 의자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게다가 어떤 손님들은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쳐 자고 있는 놈들도 있다.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는 사람들에게 놈들이란 말이 참 잘 어울린다)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나에게도 꼰대(?) 기질을 발휘하게 만든다.  그러나 훈장질을 하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분노의 청소를 한다. (사장은 멀리 있기에 게스트 하우스에 없다.)


 하루에 이렇게 나이, 성별 모두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가끔씩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물론 피곤함도 한몫한다) 금요일 저녁에 친구 A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별거 아닌 거에도 참 재밌다. 친구 A에게 만난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1시간이 족히 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야, 니 콘텐츠는 다양하게 뽑을 수 있겠다?"


 그의 말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표정으로 대답했다. 만난 사람들이 많아도 결국엔 나와 연계된 사건, 사고가 있어야 비로소 말할 거리가 생기니까 말이다. 다양한 사람을 봤다고 해서 꼭 많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들과 한 마디만 하고 끝난 하루도 허다하다.


 사람들을 만날 때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야기의 보물을 캐고 싶다. 그리고 그 보물이 내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보물이 될 수 있게 마음속 한편에 묻어두고 싶다. 한 사람의 이야기는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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