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짜 Nov 17. 2024

담백하거나 달고 짜고 쓰고 시큼한 하루하루



 1


 그동안 꾸준히 반복해서 해 오는 루틴이 있다. 병원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하는 게 휴대용 악력기를 왼손, 오른손 총합 100개 이상 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일기를 쓰고, 독서대에 이외수 작가의 단편집 고수를 올려놓고 필사한다.

주말에는 추가로 브런치를 써서 올린다. 이 사소한 것들이 나를 지켜준다. 나한테 있어서 큰 적이라 하면 쓸데없는 걱정과 과거의 좋았던 일들, 아쉬운 것들을 항상 회상하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만 간다. 그럴 때 내 몸에 베인 루틴이 과거의 구덩이로부터 건져내 준다.


 2


 저번주는 초등학교에서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급 번개모임을 가졌다. (이번주도 카페에 갔다!) 같이 일하시는 분들 중 유독 올해 만난 사람들이 마음도 잘 맞고 다들 착하다며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하는 눈치를 대놓고 보여주셨다.

만약 지금 내가 20대였더라면 이해를 못 했을 것이다. 아니 이런 모임을 아예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30대의 나이까지 세월을 겪다 보니 착한 사람, 마음 맞는 사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거 자체가 거의 기적이다. 뭐 물론 하루에 두 시간만 일하는 것도 꽤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지금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아마 아실 거다. 올해가 끝나면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걸.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날 때 같이 만나서 얘기도 하고 대화하며 좋은 추억과 시간을 보내려는 것이겠지.


 엄마도 살아생전에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항상 시간만 되면 집에 있지 않고 어디로 나가셨다. 항상 나를 데리고. 가면 항상 사진을 찍고 그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내가 어려서 못 먹더라도 한 입만 먹어보라며 하셨던 이유는 내게 추억과 경험을 남겨 주시려고 그러신 게 아닐까 싶다.


 3

 

 최근 들어 인간관계와 나의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같이 일하시는 분 중에 한 사람이 가끔씩 던지는 말이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아무리 솔직한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굳이 안 해도 될 말을 하는 게 맞는 것일까.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분노나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사람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겁쟁이라 이 일을 가지고 말했다가 작은 말다툼이라도 일어날까 봐 그냥 넘어간다.


 경제적인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때문이다. 최근 알고리즘에 경제 관련 다큐가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은퇴 후 삶을 사는 중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에서부터 중국과 일본의 젊은 사람들이 자국을 떠나서 외국에서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까지. 나의 위시 리스트 중 하나가 독일에서 사는 것인데 그게 어쩌면 필수적으로 바뀔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하나만 깊게 파기보다는 여러 개를 넓게 파야 더 깊게 팔 수 있다는 말을 또 한 번 떠올리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나에게는 훈련만이 살 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