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빠와 나
어린 시절,
맞벌이 하던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고 난 뒤면
하릴 없는 오빠와 나는
짜부라진 그림자 마냥
거뭇거뭇한 모습으로
동그마니 웅크리고 있었다.
애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한껏 웅크리다 웅크리다
앉았다 섰다 널부러졌다.
멍하니 눈을 감고
집 안 구석구석에 남은
뽀송한 엄마 냄새
서늘한 아빠 냄새
맡고 있노라면
왜인지 안심이 되었다가
어째선지 그리워 눈물이 차올라
엄마야 아빠야 목놓아 울다보면
한 살 터울 오빠야가 달래줬었지.
오빠야 엄마가 보고싶다
오빠야 아빠가 보고싶다
생떼 쓰는 철없는 동생을
오빠야는 무던히도
안아주고
달래주고
눈물 닦고
콧물 풀고
등 내밀어
업어주고
같이 그리워 울 법도 했건마는
서로 어린 와중에도
한 살이라도 오빠라고
뒤돌아 내민 등이
어찌나 듬직하고
얼마나 든든했던지.
뉘엿뉘엿 해님이
넘어갈락말락 할 때
황망히 터트린 울음
쉬이 그치지 않는 동생을
달래고 어르다 지쳐갈 즈음
어둑한 골목 어귀
고사리 애기 손
맞잡아 붙들고
우두커니 서서
엄마를 부르다
아빠를 부르다
저 멀리
굽은 길 돌아오는
까만 그림자 둘 보이면
엄마야 아빠야
달암질쳐 달려가서
그 품 속에 안겨 웃는
동생놈 얼굴 보며
오늘도 장하도다
장남 할 일 다하고서
그제서야 으스대며
우쭐우쭐 미소 짓던
그 옛날의 오빠야가
어째선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