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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댕 Jul 15. 2016

추억 하나          

                        - 오빠와 나

어린 시절,

맞벌이 하던 부모님이

일하러 가시고 난 뒤면


하릴 없는 오빠와 나는

짜부라진 그림자 마냥

거뭇거뭇한 모습으로

동그마니 웅크리고 있었다.


애타는 시간에 몸을 맡기고

한껏 웅크리다 웅크리다

앉았다 섰다 널부러졌다.




멍하니 눈을 감고

집 안 구석구석에 남은

뽀송한 엄마 냄새

서늘한 아빠 냄새

맡고 있노라면


왜인지 안심이 되었다가

어째선지 그리워 눈물이 차올라

엄마야 아빠야 목놓아 울다보면

한 살 터울 오빠야가 달래줬었지.




오빠야 엄마가 보고싶다

오빠야 아빠가 보고싶다


생떼 쓰는 철없는 동생을

오빠야는 무던히도

안아주고

달래주고

눈물 닦고

콧물 풀고

등 내밀어

업어주고


같이 그리워 울 법도 했건마는

서로 어린 와중에도

한 살이라도 오빠라고

뒤돌아 내민 등이

어찌나 듬직하고

얼마나 든든했던지.




뉘엿뉘엿 해님이

넘어갈락말락 할 때


황망히 터트린 울음

쉬이 그치지 않는 동생을

달래고 어르다 지쳐갈 즈음


어둑한 골목 어귀

고사리 애기 손

맞잡아 붙들고

우두커니 서서


엄마를 부르다

아빠를 부르다 




저 멀리

굽은 길 돌아오는

까만 그림자 둘 보이면


엄마야 아빠야

달암질쳐 달려가서

그 품 속에 안겨 웃는

동생놈 얼굴 보며


오늘도 장하도다

장남 할 일 다하고서

그제서야 으스대며

우쭐우쭐 미소 짓던


그 옛날의 오빠야가

어째선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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