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지고 볶고 죽고못살던 인연들을
단칼에 베어내고 난 뒤의
허무함과 서글픔.
그동안의 무수한 추억들이
한마디 말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도 서글프고
잠깐의 먹먹함 뒤에 오는 이 후련함도 왠지 허무하다.
눈물 한 방울에 뒤섞인 혼란한 감정들은
어째선지 웃기지도 않은데 이렇게 우스운 건지..
누군가의 눈 먼 격려와 지레 짐작도 으레 그렇듯
바람에 힘 없이 나뒹구는 비닐처럼 구겨졌었지.
어쩌면 누가 내밀어 준 손을 기대하고 있었으려나?
어쩌면 누가 내 손을 낚아채 주길 기다렸으려나?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늘어지지만
왜인지 즐겁지 않기에 하등 달라지는 건 없지.
조금만 더 내가 잘해줬더라면..
조금만 더 내 마음이 넓었더라면..
조금만 더 내 품 안이 따스했더라면..
조금만 더 내가 아파하지 않았었다면..
조금만 더 내가 자책하지 않았었더라면..
...달라진 게 있었을까?
수없이 뇌까려봐도
이제는
이별
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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