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도장깨기1
집에 가다 혼자 소리쳤다.
왜 자꾸 애를 낳는 거야! 왜 다들 다정한거야!
산모가 매일 늘고 있고, 산모와 함께하는 보호자도 늘고 있었다. 그러니 밥을 차려야 하는 상이 점점 늘었다. 상이 느니 당연히 바쁘고 당연히 힘들다. 대한민국이 저출산국에 속하여 출산율을 높이려 여러 가지 정책을 쓰고 있다더니 어떤 정책이든 먹혔나 보다. 병원에 산모가 늘고 있으니 말이다. 삼신할미 몹시 바쁘시것다. 선배들의 말로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낳지 않던 아이들이 한꺼번에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내년쯤에는 다시 출산율이 떨어질 거라 말하기도 했다. 여하튼 내가 일을 시작한 이 시점이 병원이 생기고 제일 바쁜 달이 라니 참. 일이 잘 안 되는 곳에 나를 팔고 싶다.
세팅을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김치를 제외한 음식들을 조금씩 덜어 담아두는 것이다. 또 상 하나를 꼭 더 차려서 한쪽에 두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이 행위를 보며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갑자기 여기가 산부인과라는 것을 떠올렸다. 모든 병원이 그렇겠지만 이곳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니 아무래도 더 조심스러울 것이고, 산모의 순산과 새로운 생명의 안전을 위해 고사를 지내는 마음으로 음식을 한쪽씩 떼어 두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 하나를 더 챙기는 것은 모두의 조상님들께 바치는 밥상이구나 했다. 역시, 산부인과는 다르구나. 새 생명을 점지하고 출산을 돕는 삼신할미께 감사인사를 드리는구나 싶었다. 세상은 최첨단(이 말도 구식처럼 느껴지는)으로 달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아기가 생겨나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신비에 대해서는 신이 관장하는 일인 것 같다. 민간신앙이 강했던 과거에는 삼신할머니를 위한 제사인 삼신상을 차려서 치성을 들일만큼 중요했고, 출산 전후나 아이의 첫돌 등 중요한 가족 행사에서 삼신할머니에게 제물을 올리며 제사를 지내는 전통이 있었다. 삼신상에는 주로 풍요를 상징하는 곡류, 정성과 감사를 뜻하는 떡,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과일 3가지를 중심으로 음식이 올려진다. 산부인과에서는 밥과 미역국과 산모들이 먹는 음식으로 그 뜻을 다하나보다 하고 혼자 생각했다.
선배들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그것은 '보존식'이라고 했다. 식중독 등 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역학조사용으로 따로 보관해 놓은 음식 샘플이라는 거다. 그렇게 보존식을 보존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따로 차려 놓는 상 하나는 갑작스럽게 생길 산모를 위한 준비상이었다.
사랑과 과학과 의학의 콜라보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곳에 무속신앙까지 곁들인 나.
아하하하하하핫, 부끄럽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