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테라스 코딩 : 한옥의 정취를 느끼면서 코딩하기
오늘은 고즈넉한 한옥에서 브런치를 작성하고 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방배로 가는 2호선 지하철을 탔지만 최종 목적지는 달랐다. 회사가 있는 방배역이 아닌 안국역. 그것도 나 혼자가 아닌 리너 전부. 오늘 단 하루 회사로 가지 않은 이유는 사무실을 벗어나서 새로운 곳에서 리프레쉬도 하고, 멍도 때리고, 코딩을 하고 싶다는 팀원들의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면서 디지털 노마드 느낌이 나는 '테라스 코딩'이라는 행사가 만들어졌다.
장소를 정하기 위해 우선으로 생각한 것이 1. 테라스의 유무 2. 콘센트 개수 3. 조용한 분위기였다. 처음에는 테라스 코딩이라는 행사명과 맞게 방배 카페골목, 서래 마을에서 진행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있을 수 있는 곳이 굉장히 적었고 장소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인사동, 광화문까지 후보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옥을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발견하게 되었고, 인사동 주변이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 판단하여 지금 내가 브런치를 작성하는 곳으로 예약을 하게 되었다.
원래라면 10월 초에 한복을 입고 이 한옥에서 하고 싶은 것을 했어야 했는데 사정이 생겨 일정이 연기되었다. 더군다나 전사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행사들이 맞물리면서 3주나 밀리게 되었다. 그 사이 날씨는 급격하게 바뀌었고, 10월 30일인 오늘은 가을 중 역대 최저기온을 기록하면서 원래 입기로 한 한복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급한 대로 우리는 린스트림 티셔츠를 입고 여러 개를 껴입기로 했다.
오전 10시 모든 팀원들이 한옥에 모였다. 문을 열고 ㄷ자 형 구조로 된 한옥에 들어오니 도시의 소음과 분리된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당에 심어져 있는 나무, 기와와 나무가 주는 느낌, 나무의 질감 그리고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들이 나와 팀원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미리 주문해 둔 전통 차 잭살차와 유자 병차를 즐기면서 조이스가 추천한 영상을 함께 보았다.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는 에어비앤비 엔지니어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우리 팀의 문화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여러 모로 공감이 되었다. 앞으로 우리 팀이 가진 색깔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면 좋을지 전통차를 마시며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점심으로 뭘 먹을까 하던 중에 아침에 안국역을 빠져나오면서 우연히 보았던 깡통 만두가 생각났다. 수요미식회에 나왔었고, 블로그 반응도 괜찮아서 팀원들과 함께 이동했다. 좁은 골목을 찾아서 들어갔는데 기다리는 줄이 꽤 있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다가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북촌손만두로 이동했는데 그곳에서는 갑자기 카드리더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다시 번호표를 들고 깡통 만두로 갈 수밖에 없었다. (북촌손만두에서 10년 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서 당황했다.)
약 1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만둣국을 먹을 수 있었다. 기다리면 다 맛집이긴 하지만 여기는 그래도 달랐다. 사골 국에 속이 꽉 차있는 만두는 아주 깔끔한 맛이 났다. 거기다가 김치와 양파절임을 곁들여 먹으니 세상 천국이 따로 없었다. 내가 가자고 해놓고 너무 오래 걸려서 팀원들에게 미안했지만 다들 맛있다고 한 마디씩 해주니 감사했다.
밥을 먹고 돌아오니 햇살과 함께 한옥이 따스하게 맞아 주었다. 햇살이 든 한옥과 조용한 음악 소리는 더욱더 고즈넉했고, 바쁜 삶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오후에는 각자 온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다. 한옥의 작은 마당에서 일을 하기도 하고, 방 안의 벽에 기대서 일을 하기도 하고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나는 창가에 앉아 햇살을 만끽하며 이렇게 브런치로 하루 일과를 정리했다. 이렇게 조용한 공간에서 사색을 하기도 하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언제 가져봤을까? 모든 것이 다 네모나기만 한 사무실을 아주 잠깐 벗어났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간을 통해 짧게나마 스스로를 위한 마음 챙김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