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성사에 가까운 회고 어느 주니어 개발자의 회고
사실 이 글을 올리기 전에 다른 개발자들은 어떻게 회고를 하나 조금 찾아봤었다. 나랑은 매우 다른 방법으로 아주 일목요연하게 본인들의 한 해를 잘 정리하는 개발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글이 조금 부끄러울 정도로.
부끄럽긴 하지만 2018년도와는 다르게 2019년에는 정말 다이내믹하게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으며 팀 내에서도 회고를 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회고를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했던 것들에 대한 정리보다는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했고, 그렇게 행동한 이유 그리고 그때 나의 감정들을 위주로 적었다.
2020년에는 부디 더 나은 내가 되길 바라며 우선 한 해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정리해보았다.
크리스마스~휴가 갔다가 돌아옴 (좋았던 유럽...)
전사 조직문화팀 '오손도손' 시작
kt 그룹 행사 참여 (이름 까먹음...)
R&D 센터 문화 정립 및 컨스탄틴 프로젝트 기획
R&D 센터 디자이너/클라우드/인프라/개발 신입 및 경력 채용
백엔드 개발 경험
클라우드 네이티브 교육 및 경험
AutoML 연구조사 및 설계 시작
컨스탄틴 프로젝트 기사 송출 (얼굴 실렸다~!)
kt NexR 직무 인터뷰 1탄 업로드
전사 캐릭터 '아리' 탄생 기념 페스티벌 행사 기획 및 진행
R&D 센터 제1회 ReSTS 행사 및 동료평가 준비
네이버 여행/사진 블로그 시작
R&D 센터 제1회 ReSTS Day 행사 진행
컨스탄틴 프로젝트 시나리오 및 UI 기획 시작
R&D 센터 원기회복 이벤트 진행
한강 나이트 워크 15K 참여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휴가~~
프론트엔드 스크럼 진행
AutoML 기능 개발
동생 유럽 여행
주말 테니스 시작 (한 달 밖에 못함)
회사 빅데이터 콘퍼런스 '더 넥스트 레볼루션 데이(The Next Revolution Day)' 2019
노트북 기능 개발
R&D 센터 제2회 ReSTS Day 행사 기획 및 진행
크로스핏 + 킥복싱 운동 시작
초등학교 친구들이랑 휴가~~
기타 다른 기능들 개발
전사 송년회 아리 등장
0.9 릴리즈
있었던 모든 일을 정리하고 싶엏지만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세 달씩 묶어서만 정리했다.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던 2019년 한 해였다.
2019년은 나에게 '도전'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살아온 인생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 버렸다. 그것에 대해서 '후회한다'거나 '짜증이 난다'거나 '정말 싫다' 이런 느낌보다는 물론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겠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라고 오히려 느낀 바가 더 컸던 한 해였다.
휴가 기간 동안 해외에서 2019년을 맞이하면서 내가 세운 목표는 3가지였다.
첫째, 콘스탄틴 솔루션 1.0 출시
둘째, R&D 센터 문화 구축
셋째, 전사 조직문화 '오손도손' 활동
그중에서도 콘스탄틴 솔루션 1.0 출시는 나에게 아주 큰 목표였다. '살면서 언제 이런 걸 해볼까?' 하는 마음에 눈 앞에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런 마음으로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며 1년 동안 스스로 동기 부여하며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갔다.
그 과정에서 R&D센터에 필요한 문화에 대해 많이 고민했었고, 그 문화를 바탕으로 어떤 사람들을 뽑아야 할까 많이 고민했었다. 사실 내 연차에는 면접에 들어가는 일이 흔하진 않지만 나는 문화 드라이버라는 롤을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의 면접에 면접관으로 참여했었다. 수많은 면접을 거쳐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우리 팀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개인적으로 너무 뿌듯하기도 했었다.
우리의 문화에 공감해주고, 같이 일할 사람이 많아졌다는 건 좋은 점이었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 같다. 내 목표와 욕심에만 치중하다 보니 모든 것을 내 기준으로 생각을 했었다. 현실적으로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치기도 모자란 시간에 왜 자꾸 본인이 하고 싶은 것에만 욕심을 내고, 열심히 안 할까라며.
이런 생각과 급한 마음을 가지고 맡은 업무로 인해 바쁜 와중에 전달하거나 시간을 들이고 조율해야 하는 것들 있다 보니 항상 날이 선채로 말이 나갔다. 그렇게 말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파트 내 나에 대한 분위기를 느끼고 '내가 실수했나?', '상처 받았나?' 등등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나는 왜 이렇지?', '나한테 왜 그러지?'라며 자존감이 점점 낮아져 갔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이런 생각에 잠식당해 혼자 많이 울기도 하고, 잠도 잘 못 자는 지경에 다다르기까지 했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 관련된 사람들 아니고서는 말도 없이 그냥 일만 했다. 더 일에 파묻혔던 이유는 사실 더 이상 생각이란 것을 하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유명한 운동선수의 말처럼 나도 아무 생각 없이 일을 했고, 생각 없이 기계처럼 나한테 주어진 많은 일들을 처리해나가기 시작했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 없이 일은 하지만 체력도 떨어지고 스트레스도 쌓여만 갔다.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바쁜 와중에도 운동을 등록했다.
출근해서 오후 9시까지 쌓인 일을 처리하고 퇴근을 했다. 퇴근 후에는 바로 운동을 하러 갔고, 운동이 끝난 뒤에 집에 가서 씻으면 그날 정말 잠이 너무너무 잘 왔다. 운동을 그제라도 시작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히려 운동을 하기 전보다 기분이 좀 더 나아졌고, 그 덕분에 힘들었던 많은 부분들, 그것으로 인해 다쳤던 내 마음들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까지 쉬운 일 없이 사람에게 상처 받고, 일을 처리하고 그렇게 힘겹게 내가 세운 목표의 끝이 보였다. 아쉽게도 목표했던 1.0으로 릴리즈하지는 못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 1년 간 일과 삶의 분리가 거의 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여러모로 많이 참 아쉬웠다. 그렇지만 아쉬운 게 큰 만큼 얻었던 것도 굉장히 많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나의 열정과 책임감을 보고 높이 평가해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나 스스로도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적지 않게 놀랐으니까.
나는 이제껏 살면서 내가 낸 의견에 대해 거절당해본 적도 없었고, 인생의 대부분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면서 살아왔었다.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그게 주변 사람의 배려 덕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다가올 2020년에는 2019년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29살의 내가,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 달려 나가보려고 한다. 그 과정은 쉽진 않겠지만 쉽지 않았던 것들을 해낸 2019년의 나였으니까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파이팅!
2019년 R&D 센터는 동료평가를 도입했다. 사실 동료평가는 서로에게 은근 부담이기도 하다. 처음에 동료평가를 받았을 때는 '정말 나에 대해서 알고 얘기하는 걸까?', '왜 이런 의견을 내지?'라고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말에도 향기가 있다고, 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듣는 사람에게 불쾌했다면 '프루스트 현상'처럼 나와의 경험 중에 가장 불쾌했던 경험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 대해 그런 의견을 썼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기보다는 내가 모르고 뿜어냈던 불쾌한 악취를 앞으로 유쾌한 향으로 바꿔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마지막 동료평가를 요약하자면 동료들은 나에 대해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고,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율성,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여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동료, 일에 열정이 넘치는 동료로 보고 있었다. 반면에 다가가기 어렵고, 배려와 경청의 자세 그리고 협업과 업무 매너가 부족한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었다.
나는 내가 힘든 것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을 잘 안 했는데, 이런 모습들과 날 선 말투 때문에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을 했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어찌 되었든 2019년의 나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등등에 있어서 많이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세운 목표를 어떻게든 달성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일을 했으므로 많이 이기적이었지 않나 싶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 보니 '왜 나만 이렇게 희생해야 하지?', '왜 내가 이렇게 까지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고, 사람들에게 실망도 많이 했었다.
사실 팀이기 때문에 나의 욕심, 의견을 앞세우기보다는 팀원들을 많이 배려해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문화 드라이버라는 롤도 맡았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과 팀원들이 생각하는 것을 자주 이야기하고 배려하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는 모습이 참 많이 부족했었다.
2020년에는 이러한 방법들을 많이 배우고, 익혀 하나씩 고쳐나가보려고 한다. '내가'가 아닌 '우리'의 입장에서 함께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기분을 내세워 나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내 의견을 조율해 같이 목표를 위해서 달려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나의 2020년 목표는 세 가지이다.
첫째, '같이 일하고 싶은 개발자' 되기
그러기 위해 먼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기초를 쌓아나갈 생각이다. 2019년에는 프로토타입이라고 할 만큼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개발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기초를 쌓을 시간 없이 개발해나갔던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기초 지식이 매우 부족했고, 앞으로 함께 일하기 위해서는 이를 채워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기초 지식을 채우는 동시에 동료들이 보는 나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고쳐 함께 일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둘째, '에이프릴이 나가면 AutoML, 노트북은 어떡해?'라는 얘기를 듣는 것
이런 이야기를 듣기 위해 더욱더 많이 공부하고, 우리 회사에 있는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해나갈 것이다. 그 의견을 바탕으로 기존에 맡고 있었던 AutoML, 노트북의 기능을 어떻게 고도화해나갈 지도 생각할 것이고, 분석팀에서 받았던 여러 의견과 아이디어들을 녹여 AutoML 기능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노트북 외에 신규로 워크벤치 앱을 만들어 원하는 형태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사용자에게 편리한 기능을 제공해나갈 것이다.
셋째, '개발하는 작가'로 거듭나기
개인적으로 바쁜 일정과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휴식이 필요해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 시간을 많이 못썼다. 일을 하면서 얻게 된 지식들을 팀 위키에 적거나 개인 메모장 위주로 적었는데, 2020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생각도 많이 얘기하고 그 내용들을 정리해 브런치에 올려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나갈 생각이다. 또한, 2019년 R&D 문화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올려 우리의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더 좋은 개발자들이 우리 팀에 합류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1년 뒤, 2020년 회고는 더욱 즐겁길 바라며.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라이킷과 댓글을 환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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