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시작 5개월 보고서. 선한 영어에 대해 나누고 싶은 이유.
올해 상반기 제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 브런치.
2월 9일 작가 승인을 받고 처음 올렸던 글이 바로 요거였어요.
https://brunch.co.kr/@niceunice/1
그리고 다섯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간 16년 차 영어 강사로 가르친 이야기, 나이 마흔에 유학을 갔던 이야기, 유학 가서 도서관과 책에 빠진 이야기 이런저런 40대 아줌마의 영어와 함께한 인생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고정적으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정말~ 감사합니다~)과, 4만이라는 조회수도 얻었어요. (오늘자로 정확히 42,022) 물론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것을 잘하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온라인 글에 담긴 매력을 느꼈어요. (암튼 결론은 읽어주셔서 신기하고 감사드립니다 ^^)
초기에는 너무 할 말이 많아 신나서 썼어요. 글을 쓰면서 '선한 영어 나누는 유니스'로 시작을 했지요. 결국 '선한 영어를 나누고 싶은 것'이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고민에 빠졌어요. 막 조회수가 올라가고 하던 그 무렵이에요. 주위에서 '대단해요. 부러워요' 한 두 마디씩 말씀해주실 때였어요. 갑자기 제 글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뭐야 선한 영어? 지금 내가 선하다고 말하고 있는 건가?', '나눠? 내가 뭘 나눠주고 있다는 건가?' 스스로 너무 교만한 이름은 아닌가 질문이 들면서 무언가 마음이 편하질 않게 되었어요.
저는 나름 어린이 영어교육의 전문가이긴 하지만 제 방법이나 생각이 절대 선이나 절대 진리는 아니에요. 그리고 항상 고민하며 이 길이 맞나 확인하며 가고 있고요. 아마 이 땅에서 사는 마지막 날까지 그럴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선한 영어"가 뭔가 제가 우월하다거나 다 알고 있다는 착시를 만드는 이름 같았어요.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방법이 정말 옳은 것이니 나를 따르라~' , '나만이 옳다 저건 사기다' 하며 뭔가 약장사스러운 건 아닐까 경계도 되고요. 그리고 영어를 전공하고, 가르치고, 유학을 다녀오고 한 과정들이 누군가에게는 오히려 '당신은 그런 길을 걸어왔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나는 안될 거야'라고 좌절감을 주는 게 아닌가 싶은 오버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조금 과장하자면 '내가 오픈된 공간에서 글을 쓰는 것이 공익일까? '하는 좀 과하고 진지한 고민을 해보았어요. 영향력 미미한 개인 브런치임에 비해 너무 큰 고민이라 누가 들으면 우스울지 모르지만 제게는 심각했지요. (중학생이 온 우주를 고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과 흡사하다고 이해해주세요^^)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영어를 통해 본 것을 경험한 것을 쓰고 싶다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다시 글을 열심히 쓰기 전에 분명히 밝혀 둘 것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가 '선한 영어'라고 말하는 것은
제가 선하다거나, 제 방식이 최고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저 역시 영어 때문에 괴롭고 주눅 들고 좌절하다가
마침내 보게 된 영어의 또 다른 얼굴,
그 한 부분을 말씀드리자는 거란 걸요.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영어는 '생명체'라는 거죠. 아주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는 친구처럼요.
저도 초반에는 영어가 까다롭고 무섭고 돈 많이 써야 친해지는 녀석인 줄로만 알았는데, 실수하면 창피하고 시험 보면 좌절하게 하는 그런 못 돼먹은 깍쟁이였는데, 전공을 하고 직업을 삼고 유학을 가고 보고 또 보고, 계속 친해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그 오만가지 얼굴 중 다소 가려진 착한 얼굴도 보게 된 거예요.
어제는 몰랐던 사소한 문장, 오늘 또 새롭게 알아가는 단어 하나를 만나며 또 내가 그렇게 알아간 것을 남과 나누면서, 그래서 배우는 학습자들이 자존감이 올라가고, 계속 영어를 배우고 싶게 만드는 것. 그런 영어의 모습이 분명히 있다는 거죠. 돈이 많이 들지 않아도, 주눅 들며 배우지 않아도, 행복하고 즐거운 영어 공부.
이 단계까지 영어학습이 승화가 되면 이미 게임은 끝! 이겠죠. 그리고 결국은 영어를 사랑하게 되는 거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더라.. 는 정조의 말이 떠오르네요.)
'그럼 그게 뭐예요? 그 얼굴을 알려줘요. 나도 만나게' 하신다면, 저는 나이 마흔에 유학을 가서였어요. 거기서 이민자와 그들의 아이들, 초등학교 교실에서 원어민이지만 한국 아이들보다 리딩이 안 되는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그 이전에는 몰랐던 영어를 만나면서 진짜 영어가 좋고, 편해지고 또 자유롭게 됐어요.
'에잇! 뭐야 결국 유학이야! 난 포기!'라고요? 하지만 영어의 그 선한 얼굴을 만나신 분들 중에는 저와 다른 방법인 분들도 많으시던 걸요. 좋아하는 시트콤을 보다가, 외국 애인을 사귀다가.. 책을 읽어서.. 무조건 외워서.. 영어를 잘하고 두려움을 극복해 친구가 된 사례는 영어를 잘 하는 한국 사람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할 거예요. 그 무수한 다양함 속에서 결국 공통점은 나만의 영어, 나의 영어를 만났다는 거겠죠.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정말 좋은 교수법은 뭘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이 있어요. 바로 그 아이에게 가장 맞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거죠. 누구는 읽어서, 누구는 들어서, 또 누구는 쓰고 그려서 배움에 도달하는 방법은 배우는 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에는 어떤 정해진 방법도 우위도 없어요. 다만 나에게 맞느냐 아니냐일 뿐이죠.
착한 영어, 선한 영어를 위해서는 영어의 이런 여러 얼굴들을 이해하고, 나도 분명 나만의 선한 영어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한 것 같아요. 믿음은 눈에 보여서 믿는 게 아니라잖아요. 영화 <인디애나 존스 3-최후의 성전>에 보면 마지막 성배를 찾는 관문에서 절벽이 나와요. 다리도 없는 그곳을 건너는 방법은 다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한 발 딛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다리의 이름은 <The leap of faith>.. 좀 거창할지 모르겠으나 영어공부에 대한 나의 신념도 그러한 것이겠죠. '지금은 버벅거리나 그 끝은 블라블라 이리라..' (물론 이때 어설프지만 한 발을 내미는 행동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라푼젤도 생각나요. 누가 보기엔 영어가 높은 탑을 쌓고 홀로 도도한 공주일 수도 있지만, 기를 쓰고 올라가서 말을 걸고 만나보니 막상 누구라도 와주기를 바란 외로웠고 생각보다 착한 공주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혼자 고고한 높으신 공주님에게 청혼하러 가기 위해 나를 무장하고 더 무언가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단 한번 올라가 입 밖으로 외쳐보는 것이 더 필요할 거예요. 혹시 아나요? 생각보다 내가 더 괜찮은 사람. 영어를 잘하는 사람일지.. 또 영어는 의외로 쉽게 말하고 쓰면 의사소통이 되는 어렵지만은 않은 언어 일지..
올해 초, 새로운 삶의 목표로 영어 공부를 계획하신 분. 6개월이 지난 올해를 보며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영어는 넘 어려워','내가 그렇지 뭐'하시나요? 이제 선한 영어를 한번 진짜 만나보세요. 싫지만 공부로,시험으로 그런 사심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고 진짜 나만의 영어, 내것이 되는 영어를 한번 만들어보세요.
닭살이긴 하지만 한번 말해봐요. 기왕 할 거 설렘도 장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