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현실 사이의 구름
대학생 때 영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영문학과 친구가 있어, 같이 수업을 듣곤 하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7과목을 듣고, 부전공으로 이수해버렸다.
당시에 미국에서 새로 오신 교수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문학" 수업이 참 좋았었다.
어쩌면, 대학 졸업 후 어렵사리 회사를 다니며 조직 생활을 해나가려했지만
가슴 한켠 허전함을 느꼈던 건...
문학 수업을 들으며
내 머릿 속을 스쳤던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과 장면'들을
더 구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쓸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중에 하고,
주말이면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The Great Gatsby>
이 그림을 그릴 때의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몽롱한 시선으로 꿈 속에 있는 듯한 Daisy.
콧대 높고 도도한 Jordan Baker.
약간은 거리를 두고 주변 인물을 바라보는 Nick.
자신이 가진 재산과 힘 밖엔 자랑할 게 없는 Tom.
거센 파도가 와도 끝없이 노를 저었던 Gatsby.
하지만 그 끝에 그가 가진 건 뭐였을까.
겉으로는 많은 것을 가진 듯한 얼굴들.
하지만 그 속의 텅 빈 시선과 결핍.
어쩌면 나도 마음 속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환상을 보고, 듣고,
내 마음을 그리며
그렇게 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추구하는데
그 무언가의 실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자.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 실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그럼 내 눈도 '무언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and,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