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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맥상 Feb 05. 2020

엄마표 놀이의
함정

여기까지의 엄마의 역할
여기서부턴 아이의 놀이


인스타그램에서 ‘엄마표놀이’를 검색하니 23만 8천 개 이상의 게시물이 줄을 잇습니다. 

대부분 미술활동이나 과학실험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엔 ‘아이가 엄마 생각대로 놀이하지 않는다’는 하소연도 꽤나 많이 보였습니다. 

엄마야 속상하겠지만 아이는 오늘 아주 잘 놀았을 것입니다. 

‘엄마표’라는 이름 때문에 엄마가 놀이에 힘을 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엄마가 A부터 Z까지 설계하여 지도한다면 

그것은 엄마표놀이가 아니라 엄마가 주도하는 수업이나 레크리에이션일 뿐입니다.

놀거리를 찾아내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아이의 몫입니다. 

아이 스스로 탐색하고 오려 보고 흔들어 보면서 스스로 놀이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 올릴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엄마표 놀이를 위한 제안


시간 때우기나 금손 엄마 따라 하기 정도로 엄마표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은 아이를 위한 사랑과 노력의 표현일 것입니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면 놀이를 규격화하지 맙시다. 

목적이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진짜 놀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원해서 선택한 것을 마음껏 하도록 도와줍시다. 

놀이가 순수할 때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그 안에서 배웁니다. 


또한 주도권을 빼앗지 맙시다. 

모든 놀이를 무조건 아이에게 맡기라는 말이 아닙니다. 

아이가 놀이를 주장할 때 엄마는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강요가 있으면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물론 창의성과도 멀어지는 활동이 됩니다.


엄마는 그저 놀이에 같이 있어줍시다. 

진득하게 놀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고, 눈 맞추고 웃으며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겁니다. 

놀이하는 모습을 관찰하다가 아이가 엄마의 도움을 요청하거나 놀이의 세계로 초대할 때 

적절히 반응해주기만 해도 아이는 ‘엄마랑 잘 놀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놀이가 확장되고 풍부해지도록 

적재적소에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주는 역할이 ‘엄마표 놀이’에서의 엄마 역할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놀아준다 생각하지 말고 함께 논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러면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아주 단순하지만 기관에서는 해줄 수 없는 일입니다. 

매일 다양한 놀이 자극을 줘야 한다는 압박감과 목적의식 느끼지 말고, 

다른 엄마나 다른 아이 보지 말고, 

우리 아이의 크는 속도와 흥미에 맞춰 한발 물러서서 따라갑시다.


아이들은 놀면서 수많은 자극을 통해 배웁니다. 

‘공부만 하고 전혀 놀지 않은 유아는 머리가 둔하고 미련한 유아가 된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는 서구의 속담부터 

계획력, 실행력, 문제해결력, 협동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발달이 모두 놀이로 가능하다는 현재의 뇌 연구까지,

어쨌거나 놀이와 배움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자명합니다. 

놀면서 얼마나 배울 수 있는지 헤아릴 수 없어 불안하지만 말입니다. 

이 불안으로 인해 놀이를 모두 학습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려 하는 움직임을 조심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놀이를 하면서 일부러 지식을 집어넣는 것이 아닌 

놀이를 하면서 얻는 배움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난감보다 놀잇감


놀이에 자본주의가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편의점, 약국에서도 장난감이 먼저 눈에 띕니다. 

얼마 전 방영한 KBS <놀이의 발견>에서는 독일 ‘자연과 숲 유치원’의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연과 숲 유치원 졸업생 아이들의 인내심, 집중력, 사회성, 협동성, 예술성, 인지 능력, 신체적 능력 등 모든 면이 정규 유치원 졸업생 아이들보다 우수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최고의 장난감은 자연입니다. 

자연에는 놀이가 가득합니다. 

익숙하다가도 새로운 것이 툭 하고 튀어나옵니다. 

무엇을 하고 놀지 분명한 장난감보다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놀아야 할지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놀잇감을 제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키즈카페에 가지 않아도, 

정교하게 만들어진 플라스틱 장난감 시리즈를 사지 않아도, 

심지어 이른바 교육적이라고 홍보하는 장난감이 아니어도 자연물만 있으면 즐겁게 놀 수 있습니다. 

오히려 더욱 창의적으로 놀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밖으로 나가 단순한 자연물로 만들고 쌓고 부수고 또다시 새롭게 만들어 봅시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게 됩니다. 

아이가 뭘 좋아할지 모르니 이것저것 체험시키지 않아도 됩니다. 

결과물이 없어도 괜찮고, 결과물이 부서져도 괜찮습니다. 

만드는 동안 즐거움에 푹 빠져 놀았으니 아이는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놀고 싶다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내어주지 마세요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놀거리, 놀이터, 놀이 친구, 놀이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자발적으로 놀 수 있고 그 안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놀이는 진짜 놀이가 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은 실제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 만지면 어떠한 감정이 드는 것,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각적으로만 자극이 강한 수동적인 것입니다. 

또한 그 안에는 어떠한 상호작용도 없습니다. 

아이가 누군가의 관찰과 지지와 도움으로 인해 

놀이를 확장하고 스스로 정한 규칙과 목표에 도달하는 그림에 스마트폰은 도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슬프지만 아이들에겐 놀 시간이 없습니다. 

아주 잠깐 놀이할 틈이 생길 때마저도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면 

결국 아이에게서 건강한 놀이, 진짜 놀이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편해문(2012).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소나무출판사’를 기반으로 분석·보완하여 작성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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