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맥상 Nov 14. 2022

안녕하세요. '이모 메이커' 입니다.

<노는 이모>가 되보시렵니까?

안녕하세요.
2000명의 이모를 만든,

이모 메이커 <문잘노> 입니다. 

이모를 만들었다니?

어떤 이모를, 어떻게 만들었다는 거냐면요,

<어린이를 놀아주는 이모>를 심사, 교육, 평가, 육성하여 가정에 매칭하는

<민간 아이돌봄서비스>를 운영하며 <이모를 만들>었습니다.


자랑을 조금만 덧붙여보자면

2016년 창업한 우리의 아이돌봄서비스 앱은

3만 명의 시터와 8만 명의 양육자 회원이 월 4000시간씩 매칭되는

누적 투자 규모 20억대의 꽤 유망한 스타트업이었지요.

결국 망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서비스는 결국 망했습니다만,

가던 이를 불러 세워

시터가 되어보겠냐고 설득하고

괜찮은 인간인지 심사하고

아이와 양육자를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

그마다의 그럴싸한 프로필을 만든 뒤

아이가 있는 집집마다 묻고 물어

꼭 도움이 필요한 집에 매칭하는 일을

5년간 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얻은 노하우를

8회 분량의 짧은 글 형태로 여러분과 나눌까 합니다.

혹 당신이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싶은데 건강한 몸과 마음밖에 가진 게 없다]✌️

하는 분이시라면,

여정의 끝까지 나와 함께하여 동네의 멋진 놀이 이모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당신이 효능감과 만족감 높은 일거리를 찾게 되길 바랍니다.

이 글이 일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쓸모 있는 글이 되도록 해보겠습니다.



첫 글은

<'잘노는 이모 알바'로 동네에서 얼마 벌 수 있을까?> 를 주제로 하겠습니다.

이어서 일하는 양시급을 정해보고

프로필을 만들어 세 개의 프리랜서 플랫폼에 올려보는 것까지 달려보겠습니다.

그 후 찬찬히 아이의 연령별 특징과 상호작용 방법  ,

양육자를 대하는 방법 등 실무에 관련한 내용을 한 계단씩 배워볼게요.




이웃의 아이를 돌보는 일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과 정 반대의 것과 가깝습니다.


더 작은 부스러기들로 푸석푸석 말라 나누어져 가는 세상에서

오직 사랑하는 마음만으로 아주 낯선 존재에게 필요한 이가 되어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사실 꽤 안전한 동네가 많습니다만,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관점에서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어른의 감독 아래 있어야 하다 보니 그들의 스케줄은 빡빡하기 그지없고,

어른은 언제나 아이를 감독해야 하니 근무를 지속하거나 개인 시간을 갖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우리가 공터에서 무료함에 잔디를 뜯으며 매미 소리를 듣고,

친구와 아지트를 만들고 공을 차며 보낸 그 많은 (대락 주 30시간의) 시간을

요즘 날의 어린이는 엄마와 둘이, 집에서 보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에게도 양육자에게도 너무나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어요.



돌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네를 안전하게 만들어 아이들을 풀어놓는 것입니다.


놀이터 한 귀퉁이에 책가방 휙 던져두고 모래바람을 뒤집어쓰며 놀다가

이 집 저 집의 찌개 냄새가 주방창을 지나 놀이터로 넘어오며

<박미영! 밥 먹어!> 하는 어머니의 고함 소리들이 아이들을 하나 둘 집으로 소환시키는 일상이 가능한

안전한 동네를 만들면 됩니다.

양육자는 아이가 어디서 뭐하는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는 5살부터 놀이터에서 야생의 사회를 경험하는 심심치 않은 날들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게 쉬운 가요?

아뇨, 동네를 안전하게 만들기란

구청장에게도 사회적기업가에게도 파출소장에게도 골목대장에게도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의 돌봄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은 없느냐구요?

지역아동센터와 온종일돌봄시스템보다 탁월하게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방법,

바로 아이를 돌볼 사람을 더 많이 육성해 돌봄 공급을 늘리는 것입니다.

[기꺼이 돌볼 사람]을 찾고, 가르쳐 그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요.



양육가정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두세 명의 이모가 존재하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요?


매일 7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씻고 먹이고 입혀 등원해주는 옆 동 이모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길,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 와 책 보고 블록 하는 아랫집 이모

미열이 있어 어린이집 못 갈 때, 하루 반짝 아이 옆을 든든히 지켜줄 이모가 있다면요?

가정은 여유로워집니다. 든든해지고요.

엄마가 일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학원 뺑뺑이에 돌려야 할 일이 없어집니다.

우리는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아이에게 인사를 받게 됩니다. 놀이터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겠고요.

우리 동네는 차차 믿을 만한 어른이 있는 동네답게 변할 겁니다.

연대하는 마음이 창과 문을 넘어 일상의 신뢰로 자리 잡고,

아이 낳아도 괜찮은 사회라고, 우리가 말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와 잘노는 이모가 된다는 일은

그렇지만, 유쾌하고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닐 겁니다.


이 일은 사실 한 인간의 짜증을 받아내고,

안 되는 또다시 이유를 설명하고,

존재의 안녕을 온전히 책임 저야 하는 부담을 지고,

끝없이 더럽혀지는 온갖 것들을 끝없이 치우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역사의 모든 엄마, 아빠 그리고 <엄빠의 이웃>들이 수백만 년간 해온 일.

다시 말해 사회 속 인간이라면 못할 일도 아닌 일입니다.


나아가 내 시간의 일부를 떼어 사랑하는 일에 쓰는 것을  

만약 지금의 내가 못하고 있다면, 하긴 해야 일이기도 합니다.

나, 인간에게는

서로 돕고 연대하고 사랑하며 사회적으로 기능할 때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행복이 있으니까요.

꺼져있는 기능이라면 지금, 다시 켜보아야 할 때일지도요.


아무쪼록 당신에게 나와 비슷한 보편의 사명이 있기를,

아이 낳아 키우기에 괜찮은 사회-

세상이 양육가정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회-를 꿈꾸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그 사명과 꿈을 실현할 방법으로

내가 아이들에게 알맞게 인사건 내는 것으로 시작하여

내 시간을 떼어 아이의 하루의 빈 곳을 덮어줄, 좋은 이모가 되는 것을 선택해주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칩니다.


-





작가의 이전글 엄마표 놀이의 함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