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품파파품파 Feb 08. 2018

졸업을 꼭 해야할까?

본질에 관한 고민

 15년 2학기부터 휴학을 하여 창업을 시작했다. 휴학은 지금까지 이어졌고 내게 남은 휴학은 18년 1학기, 한 학기 뿐이다. 지금까지 '아직 먼 일이니까, 다음에 고민하자!'하고 미루고 미뤘는데 이젠 코앞으로 훌쩍 다가와버렸다. 회사를 계속 운영하고 싶고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았기에 막연하게 학교는 때려치겠다 생각해왔고 내 생각을 부모님께도, 친구들에게도 은연 중에 드러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그래도 졸업은 하라며 말리곤 했다. 또는 어렵게 들어간 학교이고 이미 5학기나 다녔는데 버리기 아깝지 않냐고 얘기한다. 다들 진심을 담아 얘기해준 것임을 잘 알고 나도 아깝지만 매몰비용일 뿐이라며 애써 무시하곤 했다.


 다시 한번 고민을 해볼 필요를 느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 지금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대학교를 가야하며 왜 졸업을 해야하는가?

 

 대학의 존재 이유는 뭘까? 대학이라는 말 그대로 더욱 심화된 지식을 배우는 것이 대학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대학에 가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해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커리어에 필요한 지식,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에 알아야할 교양 등 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세대의 대학생들이 대학의 취지에 맞게 공부를 하고 있을까? 좋은 학점을 받아 대기업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건 아닐까? 아니면 기본적으로 대졸이라는 학력이 필요해서? 이런 이유들이라면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거나 적당히 학점만 맞춰 졸업을 할 것이다. 이게 맞는걸까?


 사회적으로는 잘 몰라도 개인에게 있어서 이는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각자의 인생 목표에 따라 다를 뿐이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살아감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면 대학을 졸업하는게 필수다. 대학의 본질에 충실하진 않았지만 목표에 부합한 방법이니까. 대학의 본질이 무색해지고 그저 스펙으로 전락해버린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럼 나는 어떨까? 내 목표는 무엇일까? 솔직히 나도 아직 내 목표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 능력을 통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가치를 창출하여 정말 많은 돈을 벌고 싶은게 목표였다. 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쓰고 돈으로 인한 선택에 제한이 없기를 바랬다. 근데 본질에 관한 고민을 하면서 더욱 헷갈려졌다. 사회에 영향을 줄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돈을 벌고 싶다는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에 회의감이 들고 있다. 아이들이 순수한 놀이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창업하여 운영 중인 회사의 비전인데 내가 정말 이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걸까? 혹여나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면 망설이지 않고 매각할 생각이지 않은가?


모르겠다, 아직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듯 하다. 우선 코앞의 대학교 문제부터 잘 고민하여 해결해야겠다 싶다. 너무 본질에 얽매여서는 유연한 선택을 하지 못할 수 있지만 또한 이런 생각이 본질을 해치는 합리화일 수도 있기에 그 경계를 잘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학점만 맞춰서 졸업만 하자거나 수업 시간에 일을 하라는 등의 본질에서 너무 벗어난 조언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히려 학사 학위가 없으면 석사, 박사 코스를 밟을 수 없다는 말이 더욱 와닿았다. 요즘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술들을 따라가고 싶어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아 대학원도 잠깐 고민해보기도 했다.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지금 잠깐 샘솟은건지, 정말 계속 공부를 하고 싶은건지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 본질에 관한 고찰도 중요하지만 1년 반이라는 시간과 1500만원의 등록금 등의 현실적인 비용도 잘 따져서 결정을 내려야겠다.

 

 이미 마음이 9:1 정도 기울어서 아마도... 자퇴를 하는 선택을 하겠지만 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살아가야겠다. 그리고 내 인생 목표와 본질에 대해서도 더욱 깊이 사유하고 앞으로의 선택들이 본질을 잘 헤아리고 이에 충실할 수 있는 선택이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